[명경대] 연탄

이수영 2022. 12. 2. 05: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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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묻는다/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반쯤 깨진 연탄/언젠가는 나도 활활 타오르고 싶을 것이다모두들 잠든 깊은 밤에 눈에 빨갛게 불을 켜고/구들장 속이 얼마나 침침하니 손을 뻗어 보고 싶은 것이다'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는 생활필수품에서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연탄에 대한 고마움을 되새기게 한 시다.

도시가스 등 새 연료의 등장으로 사용량이 줄긴 했지만, 도내 연탄보일러 사용 가구는 1만9124가구로 나타나 여전히 중요한 난방 연료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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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너에게 묻는다/연탄재 함부로 발로 차지 마라/너는 누구에게 한번이라도 뜨거운 사람이었느냐/반쯤 깨진 연탄/언젠가는 나도 활활 타오르고 싶을 것이다…모두들 잠든 깊은 밤에 눈에 빨갛게 불을 켜고/구들장 속이 얼마나 침침하니 손을 뻗어 보고 싶은 것이다’ 안도현 시인의 ‘너에게 묻는다’는 생활필수품에서 천덕꾸러기로 전락한 연탄에 대한 고마움을 되새기게 한 시다. 한편으로 하찮게 여기는 사람과 물건의 가치에 대해 성찰을 하게 한 작품이다. 각박해지는 현대 사회 속에서 독자들에게 따뜻한 감흥을 전해, 자주 암송되는 시구로 인기를 끌어왔다.

국내에서 연탄이 생산되던 초창기에는 서양의 가공 형태를 그대로 모방하여 벽돌 모양에 2~3개의 구멍이 뚫려 있었으나 이후 원통형에 구멍이 9개인 구공탄이 개발돼 연탄의 대명사가 되었다. 연탄은 요리 연료로도 활용된다. 양미리 철인 이맘때엔 부둣가엔 연탄 위에 석쇠를 놓고 구워 먹는다. 프라이팬이나 숯을 쓰는 것보다 더 고소한 맛을 즐길 수 있다고 미식가들은 전한다. 한우 요리로 이름난 태백 지역에서도 연탄불에 고기를 구워 ‘태백한우’라는 브랜드를 탄생시켰다. 열이 골고루 퍼져 굽기엔 제격이다. 요즘엔 구공탄을 내세운 구이 전문점들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도시가스 등 새 연료의 등장으로 사용량이 줄긴 했지만, 도내 연탄보일러 사용 가구는 1만9124가구로 나타나 여전히 중요한 난방 연료로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겨울철 빠지지 않는 소식 중 하나는 경제적으로 어려운 세대에 연탄을 지원하는 이야기다. 강릉의 한 노부부는 18년째 기부를 하고 있다. 매년 150만원 상당의 연탄 2000장을 후원하고 있다. 이들은 비용 후원에 그치지 않고 직접 해당 가구를 방문해 전달하고 어르신을 만나 안부 인사를 전한다. 미담은 강릉뿐 아니라 지역 곳곳에서 들려온다. 중학교 학생들과 교직원, 기업체와 공공기관, 은행 등 각계에서 지원의 손길이 이어진다. 소중한 이웃 사랑이 한파 속에서 온기를 전하고 있다. 연탄으로 데워진 안방 아랫목, 이불 속에 묻어 놓은 밥 한 그릇이 정겨웠던 시절이 있었다. 예나 지금이나 연탄이 있어 겨울은 더 따뜻한 계절인지도 모른다. 이수영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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