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몰리나·푸홀스와 경기, 여기가 ML"…5년 만의 '콜업', 잊을 수 없는 한 해 [단독인터뷰]

2022. 12. 2. 05: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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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박승환 기자]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배지환에게 올 시즌은 잊을 수 없는 한 해였다. 지난해 피츠버그 산하 더블A 알투나 커브에서 실력이 '일취월장'한 배지환은 올해 트리플A에 이어 메이저리그 무대까지 밟으며 역대 26번째 한국인 메이저리거로 거듭났다.

배지환은 지난해 알투나 커브에서 미국 진출 후 첫 홈런을 맛보는 등 83경기에 나서 89안타 7홈런 31타점 63득점 20도루 타율 0.278 OPS 0.772를 기록했다. 배지환은 메이저리그 유망주들이 모두 모이는 '애리조나 폴리그(AFL)' 무대를 밟았고, 올스타로 선정되는 기쁨을 맛봤다.

좋은 흐름은 이어졌다. 배지환은 올해 트리플A 앤디애나폴리스 인디언스에서 108경기 121안타 8홈런 81득점 30도루 타율 0.289 OPS 0.792로 '팀 MVP'로 선정됐다. 그리고 9월 24일(이하 한국시각) 미국 진출 5년 만에 메이저리그의 부름을 받았다. 배지환은 10경기에서 11안타 3도루 타율 0.333 OPS 0.829을 기록하며 '눈도장'을 확실하게 찍었다.

짧지만 메이저리그를 맛본 배지환은 지난 10월 22일 귀국, 2023시즌 준비를 위해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1일 '마이데일리'와 인터뷰 시간을 가진 배지환은 "한국에 돌아온 뒤 약 한 달 정도를 쉬었는데, 생각보다 몸 컨디션이 빨리 돌아왔다. 시즌이 끝나면 타격폼도 많이 바뀌어 있고, 좋지 않은 습관도 생긴다. 이를 고치고, 내년 시즌에 잘하고 싶은 마음에 벌써부터 방망이를 잡았다"고 근황을 전했다.

트리플A에서 메이저리그로 올라서는 과정이 쉽지 않았다. 올해 첫 트리플A 무대를 밟은 배지환은 시즌 초반부터 종횡무진 활약했다. 하지만 메이저리그 계약이 아닌 마이너리그 계약이었던 배지환에게 콜업의 기회는 찾아오지 않았다. 급기야 시즌 중에는 부상까지 당하며 공백기를 가지게 됐다. 하지만 복귀 후 연일 불방망이를 휘두른 끝에 메이저리그 정규시즌 종료 직전에야 콜업 소식을 전해 들었다.

배지환은 "트리플A에서 시즌을 시작했을 때 9번을 쳤다. 40인 로스터에 들어가 있는 선수들에게 기회를 줘야 하기 때문이었다. 하지만 시즌이 끝났을 때 트리플A 팀 MVP는 내가 받았다. 올해 결과적으로 모든 것이 좋았지만, 과정은 정말 힘들었던 것 같다. 올해 스스로에게 점수를 주자면 10점 만점에 9.5점을 줄 수 있을 것 같다"고 그동안의 과정을 돌아봤다.

데뷔 후 처음으로 메이저리그 무대를 누빈 소감은 어떨까. 그는 "지난 10월 3일 세인트루이스와 마지막 경기에서 안타를 치고 도루를 했는데, 당시 투수가 애덤 웨인라이트, 포수가 야디에르 몰리나, 1루수가 알버트 푸홀스였다. 그때 '내가 메이저리그에 와 있구나'라는 것을 느꼈다"고 활짝 웃었다.

계속해서 배지환은 "메이저리그는 확실히 트리플A와 달리 수준이 높다는 것을 느꼈다. 조던 힉스(세인트루이스)는 AFL과 트리플A에서도 봤지만, 메이저리그 무대에서는 공이 달라 보이더라"며 "그동안 게임을 통해서 봤던 선수들과 함께 그라운드를 누비니 감회가 새로웠다. 그리고 메이저리그 야구가 정말 재밌다는 것을 깨달았다"고 설명했다.

메이저리그에 데뷔한 이후 인지도에도 확실한 변화가 생겼다. 배지환은 "마이너리그 때도 교민분들이 응원을 많이 와주셨는데, 메이저리그에서는 더 많더라. 특히 한인 식당이나 마트에 가게 되면 많은 분들이 알아봐 주시고 격려해 주신다"며 "나를 알아봐 주는 유명세가 좋은 것이 아니다. 팬들로부터 응원을 받고 있다는게 정말 좋았다"고 말했다.

넉넉하지는 않았지만, 메이저리그에서 뛴 10경기는 배지환에게 큰 영향을 끼쳤다. 그는 "어떠한 부분에서 발전이 필요한지 방향성을 잡았다. 그리고 자신감이 더 상승했다. 정말 이 악물고 한다면, 잘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요즘 야구는 홈런 아니면 삼진이다. 보는 맛이 떨어졌다고 생각한다. 나는 더 많이, 열심히 뛰며 보는 사람들의 눈을 즐겁게 만들고 싶다"고 강조했다.

피츠버그는 시즌이 끝난 후 트레이드를 통해 최지만을 영입하면서 한국인 삼총사가 한 팀에서 뛰는 모습을 볼 가능성이 높아졌었다. 하지만 박효준이 보스턴 레드삭스로 건너가면서, 한국인 선수 세 명이 메이저리그 한 팀에서 활약하는 모습은 다음을 기약하게 됐다.

배지환은 "(박)효준이 형과는 미국에서 많이 엇갈렸다. 함께 뛰지 못한 것이 아쉬웠다. 하지만 (최)지만이 형이 오게 되면서 같이 뛸 가능성이 높아졌다. 정말 재밌을 것 같다"며 "그동안 미국 생활을 하면서 반짝하는 선수들을 수없이 봤다. 나는 그렇게 되지 않도록 노력해야 할 것 같다. 내년에는 정말 다치지 않고 온전한 풀타임을 한 번 치러보고 싶다"고 힘주어 말했다.

[피츠버그 파이어리츠 배지환. 사진 = 게티이미지코리아]- ⓒ마이데일리(www.mydaily.co.kr). 무단전재&재배포 금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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