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에서 바라본 중국 [특파원칼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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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미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미국 내 중국인 또는 중국계 인구가 워낙 많다보니, 이제 웬만한 동양인은 중국인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
미국인들의 중국에 대한 관심은 상당히 높다.
최근 미국 주요 언론들은 중국 정부의 엄격한 '제로 코로나' 규제에 폭발한 중국인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는 소식을 연일 톱 뉴스로 다루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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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9년 미국을 처음 방문했을 때의 일이다. 한 사람이 대뜸 "콘니치와"라며 말을 걸었다. 나는 일본인이 아니라 한국인이라고 설명했더니, "남한·북한 중 어디서 왔느냐"는 질문이 이어졌다. 그때까지만 해도 보통 미국인들에게 동양은 곧 일본이었다.
이제 길을 다니다보면 "니하오"라는 말을 심심찮게 듣는다. 옆에 중국사람이 있는지 고개를 돌려 살펴보면 동양인은 나뿐이다. 내가 한국인임을 밝히면 그제서야 '김치, 삼성, BTS'라는 단어가 들려온다. 미국 내 중국인 또는 중국계 인구가 워낙 많다보니, 이제 웬만한 동양인은 중국인이라고 여기는 것 같다.
미국인들의 중국에 대한 관심은 상당히 높다. 이미 중국어는 스페인어와 함께 미국 공립학교에서 제공하는 대표적인 제2외국어로 자리 잡았다.
트럼프 행정부 이후 계속되는 미·중 갈등으로 양국 간 감정의 골은 아직 풀릴 기미가 보이지 않지만, '메이드 인 차이나'가 '아메리칸 라이프'에 미치는 영향은 여전히 지대하다. 미국 최대 온라인쇼핑몰 '아마존'에서 물건을 주문하면 상당수는 중국어 표기가 붙은 상품 상자에 담겨 배송된다. 제품에 문제가 있어 판매처에 '애프터서비스'를 신청했더니, 얼마 뒤 중국 선전에서 부품을 보내와 당황했던 기억이 있다. 중국 공급망에 문제가 생기면 미국인들의 생활은 당장 불편해질 수밖에 없다.
최근 미국 주요 언론들은 중국 정부의 엄격한 '제로 코로나' 규제에 폭발한 중국인들이 거리로 뛰쳐나왔다는 소식을 연일 톱 뉴스로 다루고 있다. '자유'를 목숨처럼 여기는 미국인들의 눈에 중국의 '제로 코로나' 규제는 괴이할 뿐이다.
미국에서 지내는 중국인들도 고국의 현실에 마음이 편치 않다. 뉴욕시 근교에 거주 중인 상하이 출신의 한 중국인은 "나와 가족은 중국에 절대 돌아가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더 정확히 표현하면 "돌아갈 수 없다"고 했다. 자신이 알고 있는 중국이 더 이상 아니기 때문이다.
문득 10년 전 중국 베이징에서 만났던 중국 청년들의 모습이 떠올랐다. 시멘트 바닥의 낡은 대학 기숙사에서 그들은 미래를 꿈꿨다. 찢어지게 가난했던 과거와 비교할 때 현재 생활은 훨씬 좋아졌고, 미래는 지금보다 더 나을 것이라는 확고한 믿음이 있었다. 그래서 중국을 통치하는 공산당이 무슨 결정을 하든지 믿었고(상관하지 않았고), 입을 닫았다.
이렇게 침묵했던 '그들'이 길거리로 나왔다. 1989년 천안문 항쟁 이후 33년 만이다. 서슬퍼런 중국 공안에 맞선 용감한 시위대가 등장한 것은 '민생' 때문이다. 사람들은 살기 힘들어졌고, 더 나은 미래를 그릴 수 있는 꿈도 사라졌다. 경제를 최우선 과제로 삼아 중국을 세계2위 경제대국의 자리에 올려놨던 장쩌민 전 국가주석도 지난 30일 별세했다.
아직 미국이 중국을 압도할 수 있는 힘 중 하나는 '민생 중심'의 국정운영이다. 이번 중간선거를 앞두고 조 바이든 대통령은 기름값을 낮추기 위해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뛰었다. 물론 표를 얻기 위한 노력이었겠지만, 그래도 중심에는 '국민의 삶'이 있었다.
2050년 세계 최강국이 되겠다는 중국의 꿈은 요원해 보인다.
뉴욕=임동욱 특파원 dwlim@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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