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반도체 총력전 美·中, 또 발목잡힌 韓, 같은 날 나온 극과 극 뉴스

조선일보 입력 2022. 12. 2. 03: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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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29일(현지시간) SK실트론 CSS 미국 공장을 방문, 최고경영자의 설명을 듣고 있다. 차세대 전력 반도체의 핵심 소재를 생산하는 이 공장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앞으로 반도체 공급망의 중심은 미국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연합뉴스

숨가쁜 미·중 반도체 전쟁 현장을 보여주는 뉴스가 두 나라에서 동시에 나왔다. 바이든 미 대통령은 차세대 전력 반도체 소재를 생산하는 한국 SK실트론의 미시간주 공장을 찾아 “앞으로 반도체 공급망 중심은 미국이 될 것”이라고 선언했다. 같은 날 중국에선 독자적 반도체 설계 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IT 공룡 기업 알리바바·텐센트 등이 참여하는 민관 연구 컨소시엄을 결성했다는 발표가 나왔다. 미·중이 반도체 주도권을 장악하기 위해 총력전을 펼치고 있음을 보여주는 소식들이다.

그런데 같은 날 한국 국회에선 국회를 장악한 거대 야당이 4개월째 발목을 잡고 있는 반도체 특별법에 대해 도저히 납득할 수 없는 짐을 하나 더 지웠다는 뉴스가 나왔다. 자신들이 주장하는 풍력발전법을 안 해주면 반도체법도 안 해주겠다는 것이다. 대체 풍력발전법과 반도체법이 무슨 상관인가.

민주당 출신 양향자 의원이 대표 발의한 반도체 특별법은 세제·인력충원·행정절차 등의 면에서 경쟁국보다 불리한 환경을 어느 정도나마 개선하자는 법이다. 공장 인허가 간소화, 수도권 대학 반도체 학과 증원, 시설 투자액 20% 세액공제 등의 내용을 담고 있다. 하지만 민주당은 “대기업 특혜법” “지역 외면법”이라는 논리를 대며 법 통과를 방해해 왔다. 양 의원이 나라의 미래를 땅에 파묻는 “매국노(埋國奴)”라고 개탄하고 여론이 나빠지자 민주당은 태도를 바꾸는 듯 했다. 그런데 돌연 풍력발전법을 들고나온 것이다. 어깃장이 끝이 없다.

풍력발전법은 문재인 정부도 해양 환경과 어장을 해칠 가능성 때문에 추진하지 못한 법이다. 이런 법과 반도체법을 왜 연계해야 하나. 국회 안팎에선 전남 지역에 집중 허가된 해상풍력 단지 사업에 민주당이 대못을 박으려 한다는 말이 나온다. 이들에겐 반도체 보다 지역 표가 더 중요하다.

지금 세계 반도체 산업은 대전환기를 맞아 각국이 명운을 걸고 전력을 기울이고 있다. 미국은 반도체 산업에 520억달러를 지원하는 반도체법을 만들고, 일본·대만 등과 함께 반도체 공급망을 새로 짜고 있다. 중국은 7나노급 첨단 메모리 개발에 성공하는 등 독자 생태계 구축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한국이 글로벌 시장을 장악하고 있는 낸드 플래시 반도체의 한·중 기술 격차는 1~2년 수준으로 좁혀졌다. 우리 반도체 수출의 40% 이상을 차지하는 중국의 반도체 자립은 한국 경제에 재앙이 아닐 수 없다. 일분 일초가 아쉬운 판에 국회에선 코미디 같은 부조리극이 펼쳐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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