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신약 도입 장벽에 커지는 ‘코리아패싱’ 우려[이진한 의학전문기자의 메디컬 리포트]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2022. 12. 2. 03:04
외국계 제약사의 항암제 신약이나 희귀난치성 질환의 최신 치료제가 국내에 들어온 후 건강보험이 적용돼 환자가 이용하기까지는 얼마나 걸릴까? 정답은 ‘평균 2년’이다. 한시가 급한 환자에게는 매우 긴 시간이다. 그런데 환자단체와 다국적 제약사 중심으로 앞으로는 해외 신약 등의 국내 이용에 걸리는 시간이 더 길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달 21일 외국 약가 참조기준 개정안을 새롭게 마련했다. 기존 A7 약가 참조국(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에서 캐나다와 호주를 추가해 A9 참조국으로 확대한다는 행정예고 내용이다. ‘약가 참조국’이란 해외 신약이나 치료제를 국내에서 평가할 때 참고로 활용하는 국가들이다.
그런데 이번에 캐나다와 호주가 추가되면서 신약 도입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슨 상관이 있을까? 먼저 항암제와 희귀 및 난치성 신약의 가격이 결정되는 과정을 살펴보자. 외국 신약의 경우 국내에서 가격을 책정할 때 A7 약가 참조국의 신약 가격 중 최저가인 국가의 가격을 참조한다. 국내 신약 가격은 이 나라들 중 최저가에서 30%가량 낮춰서 책정한다.
만약 A7 약가 참조국에 비해 신약 가격을 높게 책정하면 외국계 제약사 입장에서는 그만큼 수익이 높아지기 때문에 즉각 환영하며 빠른 도입을 추진할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선 건강보험에서 지원하는 비용이 높아지고 환자에게도 그 비용이 전가된다. 따라서 현재까지 A7 약가 참조국보다 신약 가격을 높인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와는 반대로 신약 가격이 너무 낮게 측정되면 어떻게 될까? 외국계 제약사 입장에서는 한국에 신약을 도입하는 것을 꺼리게 된다. 가까운 중국이나 일본의 경우 신약 가격은 우리나라에 비해 비슷하거나 높게 측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한국이 신약 가격을 너무 낮게 책정하면 중국이나 일본에 가격 인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번에 보건 당국이 호주와 캐나다를 추가한 이유는 최근 높아지고 있는 신약 가격을 떨어뜨리기 위해서다. 특히 호주 약가의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5분의 1에서 많게는 10분의 1 수준으로 낮다. 그렇다 보니 호주는 기존 A7 국가 대비 신약 도입률이 현저히 낮아 A7 국가는 물론이고 한국과 비교해서도 제약산업 규모 및 구조가 낙후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호주의 가격 기준으로 국내 신약 가격을 너무 낮게 책정하면 자칫 외국계 제약사가 국내에 신약을 신청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소위 말해 ‘신약의 코리아 패싱’이라고 한다. 코리아 패싱이 발생하면 국내 환자에게 건강보험이 적용돼 사용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현재 평균 2년에서 두 배 이상 많은 평균 4, 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구나 아직 국내에 들어오지 못한 외국계 신약도 많다. 2021년 미국제약협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전 세계에서 개발 및 허가된 혁신 의약품 408개 중 국내 급여된 치료제는 35% 정도에 불과하다. 국내 제약계의 경우 제네릭(카피약) 가격이 폭락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카피약 가격도 A9 국가를 기준으로 책정되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의 이런 고육지책 정책이 충분히 이해된다. 희귀질환인 척수성 근위축증의 신약 ‘졸겐스마’는 1회 투여에 드는 비용만 20억 원에 이른다. 이 외에 각종 고가 신약들도 수억 원대에 달하는 경우가 많다. 보건 당국 관계자는 “약가 참조국 확대에 따른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현장 목소리를 청취 중”이라고 밝혔다.
외국계 신약이 국내에 도입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현재는 평균 2년이지만 과거에는 3, 4년에 달했다. 그나마 2017년을 기점으로 환자 접근성 정책이 강화되면서 줄어든 것이다. 예를 들어 2018년에는 항암제 신약의 급여율이 70% 정도까지 확대됐다. 그 이전엔 항암신약 급여율이 30%에 불과했다.
현 정부는 중증, 희귀질환 환자의 보장성 강화를 국정과제로 내세웠다. 대체 의약품이 없는 항암제, 중증질환 치료제, 희귀질환 치료제 등 신약의 건강보험 등재 과정을 단축해 환자 접근성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에 추진되는 약가 참조국 확대가 오히려 신약의 접근성을 낮추는 ‘역주행’이 되지 않도록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지난달 21일 외국 약가 참조기준 개정안을 새롭게 마련했다. 기존 A7 약가 참조국(미국, 일본, 영국, 독일, 프랑스, 이탈리아, 스위스)에서 캐나다와 호주를 추가해 A9 참조국으로 확대한다는 행정예고 내용이다. ‘약가 참조국’이란 해외 신약이나 치료제를 국내에서 평가할 때 참고로 활용하는 국가들이다.
그런데 이번에 캐나다와 호주가 추가되면서 신약 도입 시간이 길어질 수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무슨 상관이 있을까? 먼저 항암제와 희귀 및 난치성 신약의 가격이 결정되는 과정을 살펴보자. 외국 신약의 경우 국내에서 가격을 책정할 때 A7 약가 참조국의 신약 가격 중 최저가인 국가의 가격을 참조한다. 국내 신약 가격은 이 나라들 중 최저가에서 30%가량 낮춰서 책정한다.
만약 A7 약가 참조국에 비해 신약 가격을 높게 책정하면 외국계 제약사 입장에서는 그만큼 수익이 높아지기 때문에 즉각 환영하며 빠른 도입을 추진할 것이다. 하지만 국내에선 건강보험에서 지원하는 비용이 높아지고 환자에게도 그 비용이 전가된다. 따라서 현재까지 A7 약가 참조국보다 신약 가격을 높인 경우는 거의 없었다.
이와는 반대로 신약 가격이 너무 낮게 측정되면 어떻게 될까? 외국계 제약사 입장에서는 한국에 신약을 도입하는 것을 꺼리게 된다. 가까운 중국이나 일본의 경우 신약 가격은 우리나라에 비해 비슷하거나 높게 측정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따라서 한국이 신약 가격을 너무 낮게 책정하면 중국이나 일본에 가격 인하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번에 보건 당국이 호주와 캐나다를 추가한 이유는 최근 높아지고 있는 신약 가격을 떨어뜨리기 위해서다. 특히 호주 약가의 경우 다른 나라에 비해 5분의 1에서 많게는 10분의 1 수준으로 낮다. 그렇다 보니 호주는 기존 A7 국가 대비 신약 도입률이 현저히 낮아 A7 국가는 물론이고 한국과 비교해서도 제약산업 규모 및 구조가 낙후됐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호주의 가격 기준으로 국내 신약 가격을 너무 낮게 책정하면 자칫 외국계 제약사가 국내에 신약을 신청하지 않는 경우가 발생할 수 있다. 이를 소위 말해 ‘신약의 코리아 패싱’이라고 한다. 코리아 패싱이 발생하면 국내 환자에게 건강보험이 적용돼 사용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현재 평균 2년에서 두 배 이상 많은 평균 4, 5년이 걸릴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더구나 아직 국내에 들어오지 못한 외국계 신약도 많다. 2021년 미국제약협회에 따르면 최근 10년간 전 세계에서 개발 및 허가된 혁신 의약품 408개 중 국내 급여된 치료제는 35% 정도에 불과하다. 국내 제약계의 경우 제네릭(카피약) 가격이 폭락할 수 있다고 우려하고 있다. 카피약 가격도 A9 국가를 기준으로 책정되기 때문이다.
물론 정부의 이런 고육지책 정책이 충분히 이해된다. 희귀질환인 척수성 근위축증의 신약 ‘졸겐스마’는 1회 투여에 드는 비용만 20억 원에 이른다. 이 외에 각종 고가 신약들도 수억 원대에 달하는 경우가 많다. 보건 당국 관계자는 “약가 참조국 확대에 따른 문제점을 보완하기 위해 다양한 현장 목소리를 청취 중”이라고 밝혔다.
외국계 신약이 국내에 도입되기까지 걸리는 시간이 현재는 평균 2년이지만 과거에는 3, 4년에 달했다. 그나마 2017년을 기점으로 환자 접근성 정책이 강화되면서 줄어든 것이다. 예를 들어 2018년에는 항암제 신약의 급여율이 70% 정도까지 확대됐다. 그 이전엔 항암신약 급여율이 30%에 불과했다.
현 정부는 중증, 희귀질환 환자의 보장성 강화를 국정과제로 내세웠다. 대체 의약품이 없는 항암제, 중증질환 치료제, 희귀질환 치료제 등 신약의 건강보험 등재 과정을 단축해 환자 접근성을 강화하겠다고 약속했다. 이번에 추진되는 약가 참조국 확대가 오히려 신약의 접근성을 낮추는 ‘역주행’이 되지 않도록 보완책을 마련해야 할 것이다.
이진한 의학전문기자 ikeday@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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