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상목의 스시 한 조각] [131] 시부야의 ‘DJ 폴리스’

신상목 기리야마본진 대표·前주일대사관1등서기관 2022. 12. 2. 03: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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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시즌이 되면 각국 거리 응원 모습도 볼거리가 된다. 도쿄는 시부야역 사거리가 응원 명소다. 뉴욕의 타임스 스퀘어를 방불케 하는 이곳에는 ‘시부야 스크램블’로 불리는 X자 횡단보도가 있는데, 며칠 전 일본팀이 독일팀에 깜짝승을 거두었을 때에도 이곳의 응원이 화제가 되었다. 시부야 거리 응원이 인상적인 것은 개미 떼 같은 군중이 파란불이 켜지면 밀물처럼 스크램블로 쏟아져 나와 반대편에서 오는 사람들과 하이파이브를 하고 구호를 외치다가 빨간불로 바뀌면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광경을 연출하기 때문이다.

이처럼 ‘질서정연한 광란’이라는 형용모순적인 상황이 가능한 배경에는 (시민의 질서의식도 한몫하겠지만) ‘DJ 폴리스’로 대표되는 경찰 당국의 효과적인 안내·계도가 자리하고 있다. 일본에서는 2001년 아카시(明石)시 불꽃놀이 축제 당시 좁은 다리 위에 몰린 관중들이 떠밀리며 11명이 숨지고 183명이 다치는 압사 사고가 있었다. 정부는 이를 계기로 관련 법규를 개정하여 ‘잡답(雜沓·사람들이 몰려 붐빈다는 뜻) 경비’ 항목을 신설하고 다중 밀집 행사 시 혼잡 완화와 안전 확보를 위한 제도 개선과 역량 강화에 나섰다.

그러한 노력의 결실 중 하나가 시부야 거리 응원이다. 2013년 일본의 브라질 월드컵 본선 진출이 확정되자 흥분한 군중이 스크램블로 쏟아져 나왔는데, 이때 지붕을 플랫폼으로 개조한 경찰차 위에 경찰관이 마이크를 잡고 서서 안내 방송을 한 것이 응원단의 호응을 얻으면서 오늘날과 같은 시부야 거리 응원 모습이 탄생하였다. “여러분은 필드의 11명에 이은 12번째 선수입니다. 교통룰을 지키지 않는 분께는 옐로 카드입니다” 등등 재치 있는 경찰관의 입담에 ‘DJ 폴리스’라는 애칭이 생길 정도였고, 이후 유사한 방식이 여타 행사로 확산되었다. 치안 수요자에게 친근하게 다가가는 방식으로 축제 분위기를 살리며 시민의 협조를 얻는 일본 경찰의 역량이 돋보이는 사례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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