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의 시각] 헌법 위에 당론 있는 민주당

박상기 기자 2022. 12. 2. 03: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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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태섭 전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2020년 6월 민주당으로부터 ‘경고’ 징계를 받아 논란이 됐을 때 민주당 의원 2명과 기자들이 저녁을 먹었다. 당시 금 전 의원은 민주당이 ‘찬성’을 당론(黨論)으로 정했던 ‘공수처 설치법’에 반대도 아닌 기권표를 던졌다는 이유로 징계를 받았다.

지난 1990년 1월 30일 통일민주당 지도부가 ‘3당 합당’을 강행하자 노무현 의원이 주먹 쥔 손을 번쩍 들고 “이의 있습니다"라고 외치고 있다./노무현 사료관

저녁 자리 참석자 대부분은 금 전 의원 징계가 잘못됐다고 했다. 헌법과 국회법이 보장한, 국회의원이 양심에 따라 표결할 자유를 인정하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참석한 의원은 “징계는 당연하고 징계 수위도 적절하다”고 했다. “당원이 당론을 따르지 않을 거면 탈당하면 된다. ‘경고’는 사실 징계받은 것도 아니다. 당에서 여론을 감안해서 관대하고 현명하게 처분했다”고 했다. 옆자리 다른 의원도 고개를 끄덕였다. 민주당 의원의 확신에 찬 단언과 거기에 전혀 동의할 수 없었던 참석자들 사이에 잠시 어색한 침묵이 흘렀다. 민주당은 ‘당론이 헌법 위에 있는 당’인가 생각했다. 그 자리에 있던 두 의원은 이후 당에서 주요한 역할을 도맡았다.

당론이 헌법에 앞서는 민주당에 대한 인상이 바뀔 일은 생기지 않았다. ‘검수완박’ 때는 공개적으로 반대 입장을 낸 의원들이 표결에선 찬성표를 던졌다. ‘김건희 여사 특검법’ 때도, ‘박진 장관 해임안’ 때도 마찬가지였다. 문제가 있다고 하더니 결국 다 찬성했다.

민주당은 지난달 30일 또 당론으로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 건의안을 발의했다. 통화를 해보면 이 장관 처신이 몹시 잘못됐지만 해임에 탄핵까지 밀어붙이는 데 반대하는 의원이 적지 않았다. 국정조사를 하기로 한 상태이고 예산안 처리도 시급한데 지금이 이럴 때냐는 것이다. 그렇지만 발의자 명단엔 169명 전원이 올랐다.

조응천 의원은 29일 토론회에서 이런 당론의 강제성을 비판하면서 “의원들이 매 순간 스스로 비겁하고 졸렬한 경험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본인 소신과 다른 쪽에 이름을 올리는 순간을 이렇게 표현했다. 여기에 동의하는 민주당 의원이 적지 않을 것이다. 그 나름의 괴로움을 토로한 것이지만, 그렇다고 한 명 한 명이 헌법기관이라는 국회의원이 매번 소신을 버린 채 당론 찬성 버튼 누르는 걸 이해할 수는 없다. 그 광경을 지켜보는 사람들의 허탈함은 의원들의 괴로움보다 훨씬 크기 때문이다.

민주당 의원들이 추앙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의 가장 극적인 순간 중 하나는 1990년 통일민주당 지도부가 ‘3당 합당’을 강행하자 주먹 쥔 손을 번쩍 들고 “이의 있습니다. 반대 토론 해야 합니다”를 외치는 모습이다. 민주당 의원 중에 노 전 대통령을 닮고 싶다는 이가 많은데, 현실은 당론 앞에서 한없이 작아진다. 자기 목소리로 주목받고 성장하는 그런 정치인을 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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