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후 불안증에 시달리는 사람들

최규민 위클리비즈 편집장 2022. 12. 2.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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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시내 한 아파트 단지 내 분리수거장에서 시민들이 재활용 쓰레기를 배출하고 있다. /뉴스1

제가 사는 아파트는 목요일 밤마다 엘리베이터가 붐빕니다. 이날이 재활용 쓰레기를 버릴 수 있는 유일한 날이기 때문입니다. 일을 마치고 퇴근한 주민들은 한 주간 집에 쌓아둔 재활용 쓰레기를 들고 나와 종류별로 분류한 통에 차곡차곡 담습니다. 다들 플라스틱 배달 용기까지 깨끗이 씻어 내놓는 모습에 한편으로 놀라고, 다른 한편으로 웬 고생인가 싶기도 합니다.

10년 전쯤 미국에 갔을 때 가장 놀란 게 쓰레기 처리 방식이었습니다. 쓰레기통이 일반과 재활용으로만 구분돼 있었는데, 그나마도 제대로 나누지 않고 내놓는 사람이 태반이었습니다. 음식 쓰레기는 싱크대에 설치한 디스포저(분쇄기)를 통해 그냥 하수도로 흘려보냅니다. 재활용품을 조금만 잘못 분류해도 죄인 취급 받는 한국에서 살다 가서 그런지 일반용 쓰레기통에 온갖 잡다한 쓰레기부터 종이 상자와 유리병, 전자제품이 마구 뒤섞여 있는 모습을 보고 허무하다는 생각까지 들었습니다. 세계에서 제일 잘사는 3억3000만명이 이런 식으로 쓰레기를 버리는데 아시아의 작은 국가에서 아무리 재활용을 열심히 한들 지구 환경에 얼마나 도움이 될까요.

김빠지는 일은 이뿐만이 아닙니다. 탄소 배출을 줄인다며 일회용 봉투와 플라스틱 빨대를 없애고, RE100을 하고, 석탄발전소를 없앤다고 야단법석을 떠는데도 들리는 건 온통 우울한 소식뿐입니다. 지구 온도가 평균 1.5도 오르면 인류가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맞는다는데, 지금 추세로는 이미 틀렸다는 경고만 난무합니다. 이러니 전 세계에 기후 불안증을 겪는 인구가 급증하는 것이겠죠. 젊은 세대 중에는 기후 불안증 때문에 아이 낳기를 포기한다는 사람도 적지 않다고 합니다.

어쨌든 저 같은 평범한 사람들은 가급적 대중교통을 이용하고, 전기 아껴 쓰고, 일회용품 줄이려고 노력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면서 “인류는 답을 찾을 것이다. 늘 그랬듯이”라는 영화 대사를 믿어봐야겠죠. 이번 주 WEEKLY BIZ는 기후 위기의 답을 찾으려는 다양한 노력과, 그 이면에서 벌어지는 여러 사건을 소개합니다. 갑자기 추워졌습니다. 다들 재활용 쓰레기 버릴 때 따뜻하게 챙겨 입으시기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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