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화진칼럼]월드컵과 코로나와 중국
중국에서 정부 비판 시위를 취재하던 영국 BBC 기자가 구금, 폭행당하고 영국 총리가 "국제 교역의 증대가 중국의 사회적, 정치적 개혁으로 이어질 것이라는 생각이 순진했다"고까지 공개적으로 말하는 지경이 되었다. 과거 부도덕한 상인들이 중국 사람들에게 아편을 팔고 여왕 폐하의 함대가 군함을 끌고 가 대신 수금을 해주던 나라의 총리가 할 말인지는 모르겠지만 옛날 이야기라고 치고, 중국에 대한 서방의 시각을 잘 요약해 주었다.
그런데 서방이 어떻게 생각하는지와는 무관하게 지금과 같은 중국은 1인을 정점으로 하는 권위주의 정치체제가 운영하는 데는 무리다. 강력한 방역 대책을 집행하는 것은 좋은데 신장과 같은 지방의 봉쇄된 건물에 화재가 발생하는 경우 어떻게 대응해야 하는지에 대한 지침까지 중앙정부에서 마련해 시행할 수는 없다. 대원칙하에서 지방과 현장에서 적절히 대응해야 한다. 그러나 서슬이 퍼런 권위주의 체제하에서는 공무원들에게 최소한의 유연성도 기대할 수 없는 것이다.
미국 생활을 해 보면 미국이라는 나라에서는 공무원들은 물론이고 레스토랑의 종업원, 시내 곳곳에 있는 주차장 관리원들까지도 특이 상황에서 '말이 되면' 자기 선에서 알아서 그냥 조치하고 처리해버린다. 나라 전체가 효율적일 수밖에 없다. 효율성은 공정성과도 통한다. 중국에 많이 앞서 있다고 자부하는 우리나라에서도 필자는 어떤 은행의 창구직원도 아닌 지점장이 잔고증명에는 도장을 찍어주게 되어 있기 때문에 자기가 영문 증명에 사인을 해줄 수 없다고 끝까지 도망가는 것을 보았다. 매뉴얼에 없는 행동을 했다가 나중에 무슨 책임을 지게 될지 모른다는 생각 같았다. 좋게 말해서 업무에 '창의력'이 없다. 우리도 그런데 하물며 중국에서는 더 말할 필요도 없을 것이다.
이번 소요사태가 어디까지 번질지는 알 수 없지만 서서히 중국이 안고 있는 문제들이 결국 표면에 떠오르는 조짐이다. 즉 현재의 중국은 과거의 중국과 마찬가지로 지나치게 크고, 국토의 부분부분이 연결성이 떨어지고 사람이 많아서 중앙에서 그것도 1인 권위체제로 전체가 통치되는 데는 한계가 있다는 사실이다. 게다가 역사책을 보아도 중국은 언제나 여러 조각으로 나누어져 살았던 나라이고 서로간 전쟁으로 점철된 역사를 가진 나라다. 지금도 상하이지역이 GDP의 25%를 차지하는 불균형이고 신장처럼 베이징에서 멀고 먼 쓰촨성 같은 지방은 경제적, 문화적 자존심이 높다.
그러던 중국이 역사상 처음으로 전체가 통합된 상태에서 1970년대 말부터 식량문제가 없는 것은 물론이고 상당 기간 경제 발전을 지속했다. 1979년에 미국과 수교한 이래 서방의 국제무역체제에 편입되어 잘 적응했기 때문이다. 수세기 동안 식민지배세력들의 착취를 당했던 중국은 모처럼 다시 세계사에서 부상했다. 1989년 톈안먼 사태와 같은 위기가 있었지만 전반적인 국력 상승 조류 덕분에 잘 넘어갔다. 홍콩도 반환받아 결국 명실상부한 중국대륙의 일부로 복귀시켰다. 한 서구계 금융기관 대표는 자기가 알고 지내던 외국계 가족 중 90퍼센트가 이미 홍콩을 떠났다고 했다.
그러나 거기까지다. 이제 탈세계화가 시작되면서 그동안 누렸던 이점들이 급격히 사라지고 있다. 코로나와 카타르 월드컵이 상징적인 출발점이다. 공교롭게도 중국판 개발독재자로 불렸던 장쩌민 전주석이 타계했다.
카타르 월드컵은 중국 국민들을 놀라게 했다. 모든 나라가 중국처럼 코로나에 대응하지는 않는다는 것을 보았기 때문이다. 우리가 정부에 속았나? 아니면 정부가 무능한가? 필자는 상하이에 있는 뉴욕대 건물에서 강의를 한 적이 있는데 그 건물 안에서만 구글과 유튜브가 열렸다. 중국은 그렇게 정보를 완벽하게 통제하는 나라다. 정보가 통제되고 행동에 제약이 있으면 시스템은 경직된다.
민주국가에서는 중앙과 지방에 정부가 있고 각 레벨에서 입법, 행정 기능이 있다. 사사건건 참견하는 언론이 있고 대학과 연구기관들이 훈수를 둔다. 요즘 '키보드 워리어'들과 유튜버들도 합세했다. 그 모든 활동은 헌법과 법률, 정치적 전통과 관습에 의해 보장된다. 난장판 같지만 사회를 유연하게 만들고 위기에 수월하게 대응하도록 한다. 부정부패의 소지도 상대적으로 적어진다. 나라가 크고 인구가 많아도 지속가능하다. 각자 이익을 챙기려고 아귀다툼을 하는 모습도 연출되지만 거기서 에너지가 나오고 타협능력이 개발된다. 중국에는 그것이 없다. 중국이 인구와 크기가 한국만 하다면 어찌해 볼 수도 있겠지만 아니다. 그래서 힘으로 통치할 수밖에 없는데 힘에는 한계가 있다.
중국의 앞날이 불투명한 이런 상황에서 역사와 지정학을 연구하는 피터 자이한 같은 전문가들로부터 이제 아시아는 한국의 시대라는 말이 나오는 것이 아니라 일본의 시대라는 말이 나오기 시작하는 것은 아쉽다. 중국의 경착륙은 우리를 포함해서 누구에게도 도움이 되지 않지만 결국 중국이 어려워진다면 그 여파가 적지 않을 것인데 정부 어디에선가 전문가들이 대응 준비를 시작했기를 바란다.
김화진 서울대 법학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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