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구와미래] 스타벅스가 농촌을 구원하리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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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구학에서는 출산율, 노인인구 비율, 기대수명 등 인구수치를 가지고 인구 현상을 이야기한다.
우리나라 인구 논의에서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수치 자체를 인구학 또는 인구문제로 착각한다는 점이다.
한국의 지방소멸위험지수는 여성 1인당 2명 출산의 가정, 인구이동 요소 무시, 규모가 가장 큰 중장년 인구가 산식에서 제외된 것 등 이론적으로나 실제 예측력에서 중대한 문제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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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치 자의적 강조에 정책 변경
소멸위기의 핵심은 인구 유출
도·농 등 관계구조 재설정 우선
인구학에서는 출산율, 노인인구 비율, 기대수명 등 인구수치를 가지고 인구 현상을 이야기한다. 우리나라 인구 논의에서 심각한 문제 중 하나는 수치 자체를 인구학 또는 인구문제로 착각한다는 점이다. 예를 들어 저출산이 문제인 이유는 출산율이 너무 낮기 때문이며, 그래서 정책목표도 출산율을 높이는 것이다. 저출산을 야기하는 복잡한 사회경제적 맥락, 청년들의 처지와 생애 경험, 노동시장 변화, 국내외 출산력의 거시동향, 지역별 청년 생애 변동, 가족 변화, 소비주의 가치관 변화 등은 그냥 ‘저출산’으로 단순 생략된다.
하지만 이 지수의 사회적 사용과 이해에는 심각한 문제가 있다. 지난해 정부기관에서 나온 지방 인구 보고서를 살펴보면, 100년 후 우리나라 거의 모든 시군구 지역들이 ‘소멸 고위험’ 단계가 되지만 정작 소멸되는 지역은 한 곳도 없었다. 하지만 언론에서는 ‘100년 후 강남·관악·마포 등 8개 지역만 생존’이라는 식의 보도가 쏟아졌고, 심지어 소멸 고위험 지역들은 곧 인구 0명이 될 것이라고 설명하는 ‘인구 전문가’도 있다.
이 소멸지수가 언론의 주목을 받고 나서, 지방소멸 위기를 보여주겠다는 지표들이 우후죽순 만들어지고 있다. 그런데 지표들의 결과는 다들 비슷비슷하다. 청년이 지역을 떠나면서 인구가 감소하고, 노인 비율은 높아지고, 기업이나 시장도 철수해 경제활력은 낮아지고, 폐교 등 교육환경 악화로 가족들이 떠나고, 중산층이 이탈하면서 빈곤율은 늘어난다. 지역 내 인구·경제·산업·생활·교육 등이 서로 악순환하는 구조에서는 어느 측면을 강조하더라도 비슷비슷한 순위 결과가 나온다. 그래서 지수의 자의적 강조에 따라 정책 제안도 달라진다. 만약 산업을 강조하면 일자리가, 빈곤을 강조하면 복지지원이, 지식산업을 강조하면 기술혁신이 대책으로 제시된다. 심지어 ‘스타벅스’ 설치가 농촌 부흥의 답이라는 주장도 있다(귀농청년의 문화적 수요를 위해 지자체가 농촌에 스타벅스를 세워 운영하라는 놀라운 주장!).
지역 인구위기의 핵심 원인은 인구유출이다. 그리고 인구이동에는 출발지와 목적지가 있다. 다시 말해 지역과 지역, 농촌과 도시, 지방과 수도권 간의 관계구조가 위기의 진짜 원인이다. 따라서 지역 간 관계구조의 재설정이 수반되어야 한다.
그런데 개별 지역들 위기에 점수를 매긴 순위가 무슨 의미가 있을까? 개별 지역들의 경쟁력 증진이 진짜 답일까? 예산을 얼마나 투여해야 지방 소도시의 경쟁력이 광역시나 수도권보다 높아질까? 우리보다 낮은 일본의 수도권 집중도는 과연 지방창생, 로컬리즘 등 정책사업의 성공 효과일까? 일본 정책을 왜 따라야 할까?
30년 후 우리나라 청년인구는 지금의 절반으로 줄어든다. 전국 모든 청년들을 수도권에 모아도 지금 수도권 청년 수를 채우지 못한다. 그때에도 현행 229개 시군구 체제가 그대로 유지될 수 있을까? 미래에 국토 인구전략을 다시 세울 때 지금의 대응사업들과 인구지표들은 과연 어떤 기여를 평가받을까?
이상림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연구위원 서울대 보건대학원 객원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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