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근의플랫폼경제] 공룡포털과 가짜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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팩트(fact·사실)와 페이크(fake·가짜)는 영어로 딱 두 끗 차이지만 사회에 미치는 영향은 엄청나게 다르다.
가짜뉴스는 의도가 존재하는 오정보(missinformation), 즉 허위정보(disinformation)의 개념과 더욱 유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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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털 반복적 재생산… 극단화 부채질
기술의 발달로 누구나 손쉽게 신문 기사나 방송 보도의 틀을 복제할 수 있게 되었고 심지어 개인 웹사이트나 블로그 등을 통해 마치 언론사인 것처럼 보이는 가짜뉴스 매체를 제작해 운영하기도 한다. 가짜뉴스의 형식이 특히 중요한 이유는 정보가 전달되는 외적인 형태 차이만으로도 독자들의 신뢰 정도가 달라질 수 있기 때문이다. 타인을 속일 목적으로 정교하게 고안된 가짜뉴스는 언론사 제호와 기자 바이라인, 기사 구성 등을 갖추고 있어 공신력 있는 정보라는 인상을 줄 수 있다. 가짜뉴스를 카톡이나 텔레그램 같은 모바일 메신저 형태로 제시할 때보다 온라인 기사 형태로 제시할 때 독자들의 신뢰가 증가한다는 연구결과도 있다.
가짜뉴스 확산엔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확증편향(Confirmation Bias)도 하나의 요인이다. 특히 사회가 양분화된 상태에서는 자신의 견해 또는 주장에 도움이 되는 정보만 선택적으로 취하고 믿고 싶지 않은 정보는 외면하는 현상이 심화한다. 이로 인해 특정 집단의 사람들에겐 가짜뉴스가 유용한 정보로 인식될 수 있다. 즉, 집단의 신념과 일치하는 정보는 명확한 증거로 뒷받침되지 않더라도 사실로 받아들여질 수 있다.
확증편향이 심한 집단에서는 이른바 ‘적극적 오인자’들이 가짜뉴스 확산의 유발자 역할을 한다. 이들은 틀린 지식을 바탕으로 공적 영역에서 눈에 띄게 활동하는 사람들이다. 적극적 오인자들은 잘못된 정보를 옳다고 믿으며, 사실에 기반한 정확한 신념을 가진 사람들과는 다른 의견을 갖고 다르게 행동하는 경향을 양산한다.
문제는 이러한 사람들이 지속적으로 잘못된 정보를 공유하고 신념을 강화해 나가며 극단화를 더욱 부추길 수 있다는 점이다. 적극적 오인자는 그가 속한 집단 안에서 사람들의 신념을 더욱 공고히 하는 공신력 있는 정보원의 역할을 하게 된다. 이때 가짜뉴스의 진위 판단은 그 뉴스가 얼마나 정확한 정보를 담고 있는가보다, 그 뉴스가 얼마나 자신의 신념과 일치하는가에 따라 내려질 수 있다. 따라서, 편향된 정보 처리로 이어지곤 한다.
더 큰 문제는 인터넷 포털사이트들이 이런 적극적 오인자들의 재생산을 반복한다는 점이다. 최근의 청담동 술집 보도, 캄보디아 조명 논란, 탄핵 당시 박근혜 대통령의 침대 관련 소문, 태블릿PC의 진짜 소유주 의혹 등은 지금은 사실이 아니라고 판명되었지만 포털의 반복적인 재생산으로 여전히 가짜뉴스가 진실이라고 믿는 사람이 존재한다. 그러므로 이제 포털도 언론사로서 책임과 의무를 져야 할 때다.
이상근 서강대 게임·평생교육원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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