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희원 칼럼] 이토록 지엽적인 민주당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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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지키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보이콧한다는 대통령실도 염치없지만 더불어민주당이 탄핵소추를 추진하는 것도 썩 납득이 안 된다.
민주당이 그렇게 열정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비판한다면 화물차 기사의 임금·안전을 이슈화하고 법으로 보장하는 데에 그렇게 게을러서는 안 되었다.
민주당은 여당이 발의한 여성가족부 폐지 법안에 조용했고, 기재부-금융계가 결탁해 국민에게 비용을 떠넘긴 론스타 배상 판결에 무관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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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상민 탄핵보다 국정조사 중시해야
부차적 논쟁 집중하다 국민 신뢰 잃어
대통령 흠집 내느라 본질·원칙 잊지 않길
이상민 행안부 장관을 지키려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를 보이콧한다는 대통령실도 염치없지만 더불어민주당이 탄핵소추를 추진하는 것도 썩 납득이 안 된다. 안전 주무 장관으로서의 상징성, 수습 과정에서 드러낸 무능과 망언만 놓고 봐도 이 장관은 진작 해임됐어야 한다. 하지만 탄핵될 만한 헌법·법률 위배에 해당하는지는 논란의 여지가 있다. 윤석열 대통령이 끝내 해임하지 않는다면 그건 윤 대통령이 짊어질 몫이다. 야당의 몫은 국정조사에 이 장관을 세워 책임을 규명하는 것이다. 국회가 할 수 있고 해야 하는 더 중요한 임무다.
정작 민주당이 국정조사를 제대로 할 준비가 돼 있는지 나는 의심스럽다. 158명이 서울 한복판에서 생명을 잃은 이유를 밝힐 자세가, 경찰과 지자체 등의 대응 잘못을 따져 개선책을 그려낼 능력이, 뻔뻔한 책임 회피로 유족들에게 상처를 준 이들로부터 사과와 반성을 이끌어낼 진심이, 의심스럽다. 윽박지르기로 청문 시간을 날려 먹고, 사실 파악조차 안 된 추궁으로 오히려 무안을 당하지 않을까 우려된다. 자주 봐온 탓이다. ‘이모(李某) 교수’를 이모(姨母)라 주장하고, ‘영리법인 한(국3M)’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의 딸로 넘겨짚고, 미확인 청담동 룸살롱 의혹을 추궁하던 의원들을. 오직 정부·여당을 공격할 생각에 사로잡혀 진짜 중요한 질문을 망각하는 것을.
민주당은 줄곧 본질을 잊고 부차적 논란과 지엽말단에 집중해 왔다. 도대체 김건희 여사의 사진 연출이나 팔짱, 노마스크가 제1야당이 그렇게 에너지를 쏟아야 하는 문제인가. 김 여사 사진이 부자연스럽고 비공개 봉사를 공개하는 행태가 촌스럽다 해도 주목해야 할 훨씬 중요한 이슈들은 따로 있다. 민주당이 그렇게 열정적으로 업무개시명령을 비판한다면 화물차 기사의 임금·안전을 이슈화하고 법으로 보장하는 데에 그렇게 게을러서는 안 되었다. 한 장관 인사청문회에서 딸의 부정 스펙에 앞서 대통령 측근의 힘으로 검찰을 직할할 우려를 따져 물어야 했다. 민주당이 꼭 발의해야 했던 탄핵소추는 헌법 가치를 훼손한 사법농단 판사들에 대해서였다. 민주당은 여당이 발의한 여성가족부 폐지 법안에 조용했고, 기재부-금융계가 결탁해 국민에게 비용을 떠넘긴 론스타 배상 판결에 무관심했다. 그러니 이 정당이 노동권, 성평등, 민주주의와 헌법 가치를 생각한다고 믿을 수 있나.
윤 정권은 더하다는 지적은 굳이 불필요하다. 내부총질 문자부터 비속어 논란, MBC 기자 전용기 탑승 불허에 슬리퍼 공방까지 가십을 위기로 키운 일은 숱하게 많았다. 그래서 윤 대통령과 국민의힘이 30% 지지율에 갇혀 있는데도 민주당이 신뢰를 얻지 못하는 이유를 생각하기 바란다. 이재명 대표의 사법리스크 때문만은 아니다. 대통령을 상처내기만 하면 민주당 지지가 오를 것이라는 착각과 관성에 매몰돼 종종 길을 잃기 때문이다. 정권 비판에만 예민하게 반응하는 사이 핵심은 묻히고 가치는 실종이며 국민은 뒷전이다. 결과적으로 국민 3분의 1 이상의 호감을 얻는 정당이 아예 없다(민주당 32%, 국민의힘 28%, 갤럽 11월 22~24일 조사). 국민은 무능하고 공감능력 없는 여권에 좌절할지언정 이토록 지엽적인 민주당에 마음을 줄 수가 없다.
민주당이 신뢰와 호감을 회복하려면 이태원 국정조사부터 제 길을 걷기 바란다. 무엇을 묻고 밝혀야 하는지는 유족 입장에서 생각하면 안다. 유족들은 사랑하는 가족이 왜, 어떻게 죽었는지 여전히 납득할 답변을 듣지 못했다. 참사를 막지 못한 이유가 미치도록 궁금하다. 국가 책임이라는 정중한 사과를 아직도 기다린다. 다시는 이런 비극이 없게 함으로써 희생이 의미있기를 바란다. 이것을 가능케 하라.
김희원 논설위원 he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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