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0년 새 2배 늘어난 ‘성희롱 진정’ 절반 이상이 ‘직접고용 상하관계’
2411건 중 2365건 ‘종결’
12.9% 구제조치 이뤄져
피해자의 85.5%가 여성
#1.야구부 감독 A씨는 자신이 지도하는 학생의 부모 B씨에게 술자리에서 “남편이 아니면 한 번 안아보고 싶다” “어머니, 제가 어머니 좋아하면 안 되겠습니까”라고 발언했다.
#2.학원 원장 C씨는 소속 강사 D씨에게 미니스커트, 킬힐, 커피색 스타킹, 진한 화장 등을 하고 강의할 것을 요구했다.
국가인권위원회가 1일 오후 서울 중구 로얄호텔에서 ‘성희롱 예방과 실효적 피해구제를 위한 정책토론회’를 열고 지난 10년(2012~2021년)간 인권위가 조사한 성희롱 진정사건 통계와 결정 사례를 공개했다.
인권위는 ‘업무 관련성’ ‘성적 언동’ ‘성희롱 2차 피해’ 등을 성희롱 판단 기준으로 본다고 밝혔다. 인권위는 앞서 제시한 사례들이 이 같은 기준에 부합한다고 했다. 발제자로 참여한 박선영 한국여성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기준을 구체적으로 종합해 상대방이 그런 행위를 원하지 않았고 성적 굴욕감을 느꼈는지, 합리적인 여성의 관점에서도 성적 함의가 있고 성적 굴욕감이나 혐오감을 줄 만한 행위였는지에 의해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번에 발간된 백서에 따르면 지난 10년간 인권위에 접수된 성희롱 진정사건은 총 2411건이다. 2002~2011년 접수된 1079건보다 2배 이상 많은 수치다. 2411건 중 2365건이 종결 처리됐으며, 이 중 구제조치(인용)가 이뤄진 비율은 12.9%에 달한다.
발생기관별 접수 건수는 공공영역이 609건(이하 인용 76건), 민간영역이 1766건(228건)이었다. 공공영역 기관별 접수 건수는 교육기관 263건(22건), 공공기관 194건(21건), 지방자치단체 92건(12건), 중앙행정기관 65건(9건), 경찰 38건(1건), 군 26건(9건), 교정시설 18건(1건), 사법기관 4건(1건), 입법기관 1건(0건) 순이었다. 민간영역에서는 개인사업체가 929건(120건), 기업 등 영리단체 534건(89건), 다수인 보호시설 95건(3건), 비영리단체 64건(10건), 의료기관 42건(6건) 순으로 나타났다.
접수된 진정사건에서 당사자 간 관계는 직접고용 상하관계가 52.3%로 가장 많았다. 이어 직접고용 동료관계 12.2%, 재화 용역 7.0%, 교육자와 교육생 5.5%, 공권력 행사 4.1% 등이 뒤를 이었다. 가해자 지위는 중간관리자가 38.5%로 가장 많았고, 그다음이 대표 32.2%, 평직원 15.5%, 고위관리자 11.2%, 기타 2.6% 순이었다. 피해자 성별은 여성 85.5%, 남성 14.5%로 집계됐으며, 피해자 연령은 30대 37.1%, 40대 24.4%, 20대 17.7%, 50대 13.3%, 60대 6.2%, 20대 미만 1.3% 순이었다.
이유진 기자 yjleee@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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