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람들 뒤엉겨 숨막힌 지하철…“인파 관리 인력 본 적 없어요”

강연주 기자 2022. 12. 1. 21: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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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태원 핼러윈 참사 한 달
통근길 ‘지옥철’ 문제 여전
서울교통공사 “인력 한계”
역 확장 등 시와 대책 논의

지난달 30일 오전 8시, 서울로 향하는 경의중앙선 열차가 출근길 인파로 꽉 들어찼다. 최소한의 공간을 확보하려 해도 옴짝달싹할 수가 없었다. 최소 30분간 앞뒤 양옆으로 한껏 짓눌려진 상태가 지속됐다. 열차가 홍대입구역에 들어서자 무리하게 열차에 몸을 밀어넣는 모습도 보였다. 오전 8시30분 무렵 이 역에서 승차한 승객들은 스크린도어에 발을 끼워넣고 손으로 문을 강제로 열어젖혔다. 그동안 플랫폼이나 열차 어느 곳에서도 인파 분산을 안내하는 방송은 나오지 않았다. 이를 관리하는 현장 인력도 없었다. 다음날 홍대입구역 같은 플랫폼에는 ‘질서지킴이’라 적힌 옷을 입은 직원이 나와 직접 승객들의 동선을 관리했다.

1일 기자와 인터뷰한 지하철 통근자들은 참사 이후에도 이른바 ‘지옥철’ 문제가 여전하다고 했다. 2호선을 이용해 서울 교대역으로 출근하는 한모씨(30)는 “참사가 발생한 후 교대역에서 지하철 탈 때 승객들이 ‘그만 타세요’라며 소리지르는 걸 몇번 들었다. 하지만 사람들은 아랑곳 않고 꾸역꾸역 밀려들었다”고 말했다.

9호선 신논현역을 이용하는 이모씨(31)는 퇴근시간만 되면 하행 에스컬레이터에 ‘갇히는’ 상황이 종종 발생한다고 했다. 이미 플랫폼에 사람이 너무 많은 탓에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리기 어려운 위험한 상황이 생긴다는 것이다. 이씨는 “참사 직후에도 마찬가지였다”며 “하행 에스컬레이터에서 내리려는 사람과 지하철을 타려는 사람들이 엉키는 모양새였는데, 이러다 대형사고가 나지 않을까 싶었다”고 말했다. 이씨는 참사 이후 현재까지도 이 인파를 관리하는 인력을 단 한 명도 보지 못했다고 했다.

경찰과 서울교통공사는 이태원 핼러윈 참사 이후인 지난달 4일부터 질서유지 안전 활동을 강화했다. 그러나 시민들은 이 정책의 실효성을 체감하기 어렵다고 말한다. 출퇴근길에 2호선·9호선을 이용하는 홍모씨(33)는 “출퇴근시간에 경찰, 혹은 공사에서 나온 인파 관리 인력을 단 한 번도 본 적이 없다”며 “그나마 가끔 빨간 깃발을 들고 플랫폼 내 통행로를 확보해주시는 어르신들을 본 적은 있는데, 열차 내부 혼잡도를 해소하는 것과는 무관한 조치였다”고 말했다.

문현철 숭실대 재난안전관리학과 교수는 ‘현장 인력 배치’는 대안이 되지 못한다고 했다. 인파 관리의 핵심은 통제가 아니라 동선 관리라는 것이다. 그는 “단기적으로는 지하철 내 승하차 동선을 명확하게 분리해 엉키는 일이 없도록 분류해야 하고, 장기적으로는 각각의 역 특징을 고려해 플랫폼 폭을 넓히는 등 역사를 재설계하는 대안을 정부가 내놔야 한다”며 “서울교통공사나 기타 공기관들은 어떠한 상황에서도 승객들의 안전을 담보할 수 있는 연속성을 갖춰야 한다”고 말했다.

서울교통공사 관계자는 “현재 주요 19개 혼잡 역사를 선정해 오전 5명, 오후 5명 총 10명의 본사 인력을 현장에 투입해 인파를 관리하고 있다”고 말했다. 공사는 현재 서울시와 지하철 인파 관리 대책을 마련하고 있다고 했다. 이 관계자는 “지하철 인파 문제를 인력 배치로 해결할 것인지, 역 공간을 확장하고 리모델링을 해야 할지 등을 폭넓게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강연주 기자 play@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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