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에냐 호이안이냐” 다낭 근교 여행지 비교해 봤더니…
응우옌 왕조 흥망성쇠 간직한 도시 ‘후에’
16~17세기 동서양 연결한 무역항 ‘호이안’
한국인이 사랑하는 휴양지 다낭. 베트남을 대표하는 관광도시답게 매력적인 관광명소가 즐비하다. 볼거리, 즐길 거리가 넘쳐난다 해도 한 도시만 둘러보기에는 아쉬움이 남는 것은 당연지사다. 보다 알찬 여행을 위해 근교 도시를 방문하는 것이 다낭 여행 트렌드로 자리 잡았다.
여러 선택지를 놓고 고민하는 이들을 위해 근교 여행지 2곳을 직접 찾았다. 유네스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점은 같지만 전혀 다른 매력을 자랑하는 후에(Hu?)와 호이안(H?i An)이다.
고대 베트남 수도 후에는 안남산맥 기슭 안남평야에 자리 잡은 도시다. 후에를 가로지르는 흐엉 강, 그 왼편에는 19세기 초 지어진 베트남 제국의 왕국 다이노이가 있다. 베트남 최후의 왕조 응우옌 왕조는 이곳을 수도로 삼고 1802년부터 1945년까지 약 143년 동안 베트남을 통치했다.
오랜 통치의 역사는 유서 깊은 문화유적을 남겼다. 도시 곳곳에 서린 역사 문화적 가치를 바탕으로, 1993년 유네스코는 후에 일원의 문화유산을 아울러 ‘후에 기념물 복합지구’라는 이름으로 유네스코 세계 문화유산에 등재했다.
모든 건물을 한 번에 지은 것이 아니라 시대에 따라 추가적으로 축조한 만큼, 건축물 별로 다양한 양식을 띠어 구경하는 재미가 쏠쏠하다. 다만 지속적으로 복원작업을 진행하는 만큼 관람할 수 있는 건축물은 한정적이다.
응오몬은 궁궐에 출입하는 주 출입문인 동시에 황궁을 전반적으로 소개하는 전시관의 역할을 한다. 2층에 마련한 전시공간에서는 후에 황궁의 전개도를 살펴볼 수 있어 여행 시작에 앞서 둘러보는 것을 추천한다.
출입문에 들어서면 9개의 청동 쇠솥(정)이 줄지어 서있다. 얼핏 보면 유사한 모양새지만 서로 다른 문양과 높이, 무게를 가진다. 이는 각각 1대부터 9대까지의 응우옌 왕조의 황제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그중 중간에 자리한 가장 크고 무거운 쇠솥이 초대 황제인 자롱 황제를 상징한다.
타이빈러우 앞에 마련한 연못과 정원도 빼놓을 수 없는 볼거리다. 정원은 작은 다리와 분재로 장식해 여유롭게 휴식하기 좋다.
카이 딘 황제릉은 응우옌 왕조의 마지막 황제 바오 다이가 아버지인 12대 황제 카이 딘을 기리기 위해 축조했다. 카이 딘 황제는 여타 황제들이 프랑스에 저항한 반면 프랑스의 편에서 국민들을 수탈했다.
국민은 곤궁에 빠졌지만 황제는 사치스러운 생활을 영위한 까닭에 ‘프랑스의 하수인’이라고 별칭이 붙을 정도로 국민의 원성을 샀다. 분노한 민심을 달래기는커녕 아들은 아버지에 대한 효심을 담아 화려한 황릉을 지어냈다.
아들의 존경심은 황릉 입구부터 드러난다. 화려한 출입문을 지나 29개의 계단을 오르면 황제를 호위하는 석상이 눈을 사로잡는다. 앞줄에는 문인석과 무인석이 한 쌍씩, 뒷줄에는 6기의 호위무사상을 비롯하여 말, 코끼리를 배치했다.
여기서 문인상이 황제와 가깝게 위치한 것을 확인할 수 있는데, 이는 당시 무인보다 문인을 중시했음을 반영한다.
나라를 팔아넘긴 황제의 릉이 화려하게 지어진 것에 의문이 들었지만, 전대 황제들의 능역 규모에 비하면 소박한 수준이라는 후문이다.
‘베트남 국민들이 가장 싫어하는 왕’이라는 카이 딘 황제. 그에 대한 반감 때문일까. 카이 딘 황제의 유골은 동상으로부터 18m 아래에 안치해 있다. 심지어 그 사이는 9m 두께의 콘크리트가 가로막고 있다. 화려한 황릉 이면에 숨겨진 어두운 역사의 업보가 느껴진다.
베트남 중부 꽝남성과 꽝응아이성의 경계에서 발원해 남중국해로 유입되는 투본 강(S?ng Thu B?n). 그 하구에는 오랜 항구도시 호이안이 있다. 호이안은 15세기부터 19세기까지 베트남 무역 중심지 역할을 수행했다.
동서양을 막론한 광범위한 교역 규모로 ‘베트남의 해상 실크로드’라는 별칭이 붙었다. 19세기 이후 투본 강의 토사가 퇴적되면서 큰 선적이 출입이 어려워지며 자연스레 세계적인 무역항이라는 타이틀을 다낭에게 넘겨주게 된다.
짧지만 굵었던 교역의 역사는 독특한 도시 경관으로 남았다. 동남아, 중국, 일본 등 아시아 국가뿐 아니라 유럽까지, 동서양의 상인들은 이곳에서 상품과 문화를 교류하며 독특한 문화를 꽃피웠다.
1999년 유네스코는 호이안 구시가지를 세계 문화유산으로 지정했다. 도시 곳곳에 남은 전통 목조 건축물과 동서양의 문화를 융화한 독특한 도시 경관이 높은 역사적 가치를 가진다고 봤기 때문이다. 이후 호이안은 관광지로서의 입지를 다지며 베트남 대표 관광도시로 성장했다.
내원교는 일본 상인들이 밀집해 거주한 서쪽과 중국 상인들이 주로 거주한 동쪽을 연결하기 위해 지어진 다리다. 길이 약 18m의 아담한 교량이지만, ‘다양한 국가의 문화를 연결했다’는 점에서 역사 문화적 의의가 있다.
호이안은 주로 당일치기가 아닌 1박 여행지로 추천된다. 도보로 반나절이면 다 둘러볼 수 있는 작은 도시지만, 굳이 하루를 온전히 투자해야 하는 까닭은 무엇일까. 그 해답은 어둠이 내린 밤 풍경에서 찾을 수 있다.
식당가나 골목골목의 풍경도 눈길을 끌지만, 진짜 별천지는 야시장이다. 랜턴과 기념품을 판매하는 점포는 물론이고, 곳곳에서는 직접 랜턴을 제작할 수 있는 클래스를 찾아볼 수 있다. 랜턴으로 가득 찬 포토 존에서는 소정의 비용을 지불하고 인생 사진을 남길 수도 있다.
랜턴으로 장식된 야시장에서 알찬 쇼핑과 사진을 남겼다면, 투본 강으로 향해보자. 불을 밝힌 배와 소원 등, 그리고 윤슬이 만들어낸 눈부신 투본 강의 야경은 아름답기로 정평이 나있다.
※ 취재협조 = 베트남항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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