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회의 무산시킨 국회의장…‘이상민 해임건의안’ 보고 불발
민주당 “의장의 월권…2일도 안 열리면 다음주 탄핵소추안”
더불어민주당이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을 보고하려 했던 1일 본회의가 열리지 않았다. 국민의힘과 민주당의 입장차가 끝내 좁혀지지 않자 김진표 국회의장이 본회의를 열지 않기로 결정했다. 민주당은 “국회의장의 월권”이라고 반발하면서 2일에도 해임건의안 보고가 안 되면 다음주 바로 이 장관 탄핵소추안을 내겠다고 했다.
김 의장은 이날 오전 주호영 국민의힘·박홍근 민주당 원내대표와 회동하고, 오후에 두 원내대표를 따로 만나 의견을 들은 끝에 이날 예정됐던 본회의를 열지 않기로 했다.
주 원내대표는 회동에서 “오늘 처리할 안건도 없고 안건 합의가 이뤄지지 않았다. (본회의가 열려 해임건의안이 보고되면) 예산안 처리는 법정시한(12월2일)을 지킬 수 없다”고 했다. 박 원내대표는 본회의가 예정된 일정이라면서, 처리할 안건 없이 본회의가 열렸던 전례도 들며 본회의를 열자고 했다. 김 의장은 양측의 입장이 좁혀지지 않자 이날 본회의를 열지 않고 2일 다시 논의하기로 했다. 이에 따라 이날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보고한 후 2일 본회의에서 통과시키려던 민주당의 계획은 무산됐다.
김 의장은 예산안 처리시한을 하루 남겨둔 상황에서 처리할 법안도 없이 야당만 참여하는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위해 본회의를 열기 부담스러웠을 것으로 풀이된다. 김 의장은 또 국회가 해임건의를 논의하기 전에 이 장관이 자진사퇴해야 한다는 입장을 밝힌 것으로 전해졌다.
국민의힘은 예산안 처리가 정기국회에서 국회의장의 가장 중요한 책무라는 점을 내세운 것이 주효했다고 본다. 반면 박 원내대표는 본회의가 불발된 후 기자간담회를 열어 “국회의장이 여야가 합의한 본회의 일정을 일방적으로 파기한 건 월권이자 권한남용”이라며 “국회 운영의 나쁜 선례를 만들었다”고 비판했다.
김 의장의 결정으로 당장의 파국은 피했지만 이는 갈등을 유예한 것에 불과하다. 양당의 기본 입장은 달라진 것이 없다.
국민의힘은 예산안 처리 후 국정조사를 실시하고, 국정조사에서 책임이 드러나면 이 장관을 해임하는 순서대로 할 것을 주장한다. 반면 민주당은 예산안과 해임건의안, 국정조사 모두 당장 필요한 절차를 밟아야 하고, 국민의힘이 하지 않으면 야당끼리라도 하겠다는 입장이다. 이날 국회 국정조사특위가 마련한 참사 유가족 준비모임과의 간담회가 국민의힘 불참 속에 야당끼리 연 것도 그런 이유다.
국민의힘은 예산안과 중점 법안을 통과시켜야 한다고 주장하면서 국정조사 보이콧, 해임건의안 통과 시 수용 거부 등으로 맞설 것으로 전망된다. 주 원내대표는 전날 밤 윤석열 대통령과 만나 예산안과 해임건의안 대응 방안을 논의했다. 대통령실은 최근 민주당이 이 장관 해임건의안을 통과시킬 경우 이를 수용하지 않고 국정감사를 보이콧해야 한다는 뜻을 밝힌 바 있다. 문제는 민주당이 과반 의석으로 해임건의안 처리를 밀어붙일 경우 김 의장에게 막아달라고 호소할 뿐 물리적인 저지 수단이 없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남은 정기국회 기간에 이 장관 해임건의안과 탄핵소추안을 계획대로 진행하겠다는 의지를 밝혔다. 박 원내대표는 “국회의장은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인 2일에는 본회의를 반드시 열고, 늦어도 내주 월요일까지는 해임건의안 등 안건 처리를 위한 본회의를 추가 소집해줄 것을 강력히 요구한다”고 밝혔다. 그는 “대통령이 거부하든, 이 장관이 사퇴를 안 하든, 국회의장이 의사일정에 협조해주지 않으면 결국 3단계(탄핵소추)로 갈 것”이라고 했다. 이번주 해임건의안 보고가 안 되면 다음주 탄핵소추안을 바로 발의하겠다는 뜻이다.
조미덥·김윤나영·신주영 기자 zorro@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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