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작가는 말한다 “여성이여 용기를 갖고 나아가라, 당당하게”
로사 로이 ‘러키 데이스’
독일 ‘신 라이프치히 화파’의 대표 화가
능동적 주체로 여성을 캔버스에 담아
카세인의 화려한 색채로 표현력 더해
한영수 ‘연분홍 치마가…’
전후 폐허 시기 살아낸 한국여성 포착
참담의 대상화 아닌 회복기 활기 담아
편견 깨부수는 여성의 당당함 보여줘
◆라이프치히에서 온 화가 로사 로이
서울 용산구 독서당로에 위치한 갤러리바톤에서 독일 화가 로사 로이(Rosa Loy·64)의 개인전 ‘러키 데이스(Lucky Days)’가 한창이다. ‘누어 무트’를 비롯해 신작 14점을 선보인다.
갤러리 측은 “로사 로이 작품 속 여성들은 화면의 중심을 지배하며 화려한 색조의 의상과 확신에 찬 표정의 인물들”이라며 “삶의 주체로서의 이상적인 사회를 위해 상조(相助)하는 여성에 대한 작가의 동경이기도 하다”고 밝혔다.
기자들과 만난 작가는 최근 여성 화가 재평가 움직임에 대한 질문에 “최근 몇 년간 달라지는 것이 느껴진다”며 “고령에 뒤늦게 발견되는 경우도 있는데, 이런 성공을 보여주는 것 자체가 어린 작가들에게도 용기를 북돋워 준다고 생각한다. 너희도 나름대로 개성을 가지고 자기 스타일을 발전시키는 것에 대해 용기를 갖고 나아가라고, 그게 우릴 행복하게 해줄 것이라고 얘기하고 싶다”고 했다.
용기와 격려, 행복을 키워드로 한 이번 전시 작품들을 선보이기 며칠 전, 마침 한국에서는 이태원 참사가 벌어졌다. 이런 비극 속에서 예술이 해야 할 일이 무얼지 묻자 그는 유독 장시간 답변했다.
“한국에 오면서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이 풀리고 드디어 편히 여행할 수 있겠구나 하고 들떴는데 비극적 사건을 접했다. 함께 슬퍼했고, 아픔에 공감한다. 미술이나 음악, 문학 등 예술은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게 한다. 위로하는 데 시간이 많이 필요할 것이다. 고통이 쉬이 사라지지 않을 것이다. 천천히, 조금씩 그림 앞에서 우리가 같이하고 있음을 느꼈으면 한다.”
◆회복기 여성의 당당함이야말로 진짜 역사
그의 광고들이 잊히지 않는다면, 이번 전시에 나온 사진 작품들은 믿기지 않는다. 1950∼1960년대, 전후 처참한 폐허가 떠오르는 시기 한국 풍경, 특히 여성들이 깜짝 놀랄 세련됨과 모던함으로 표현돼서다. 이번 전시 개막과 함께 발간된 동명의 사진집에 글을 기고한 국내외 기획자들이 더 높이 평가한 가치는, 그가 단순히 세련됨을 추구한 인위적 결과로 모던함을 담아낸 것이 아니라는 점이다.
이를 발굴한 이는 딸 한선정(53)씨다. 한영수의 다섯 자녀 중 유일하게 사진을 공부한 한선정씨는 한영수문화재단을 이끄는 대표다. 아버지가 남긴 수천 컷 필름 가운데 여성을 피사체로 한 다채로운 사진을 발견하고 이번 전시를 열었다. 한영수의 시선으로 담은 회복기의 여성은 당당했다. 신문 읽기에 빠져 있는 여성(‘서울 명동’)의 모습 단 한 장만으로도 관람객에게 강렬하게 다가와 편견을 깨부순다.
한선정 대표는 ‘여성’이란 주제로 별도의 사진집과 전시를 기획하게 된 계기에 대해 이렇게 설명했다.
“한영수가 남긴 흑백 다큐멘터리 사진들 속에는 다양한 장소에 있는, 다양한 나이와 다양한 작업의 여성들이 기록돼 있다. 이 여성들은 때로 놀라울 정도로 자신감이 넘치고 심지어 세련되기까지 하다. 나는 이런 사진들을 처음 본 순간부터 항상 궁금증을 가져왔다. 이 여인들은 누구인가. 한영수가 그의 카메라를 통해 선택한 이 순간들은 무엇을 보여주는가.” 그는 이내 질문을 벼린다. “당시의 여성들은 왜 이런 모습으로 기억되지 못하고 있는가.” 그렇게 이번 전시는 ‘이미지와 현실 사이의 여성들’에게 해방구가 돼준다.
각각 12월17일, 내년 1월18일까지.
김예진 기자 yejin@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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