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변희수 하사, 강제전역이 사망 원인인데 순직 아니라니
성전환 수술 후 강제전역 처분을 받고 숨진 변희수 육군 하사의 순직이 인정되지 않았다. 군인이 의무복무기간에 사망하면 통상 순직으로 인정되는데, 육군은 1일 열린 보통전공사상심의위원회에서 변 하사를 고의·중과실 또는 위법행위로 숨진 경우에 해당하는 ‘일반사망’으로 분류했다. 지난 4월 대통령 소속 군사망사고진상규명위원회가 순직으로 심사하라고 국방부 장관에게 권고했음에도 시간을 끌더니 결국 받아들이지 않은 것이다. 성소수자를 차별해 죽음으로 몰고 간 육군이 잘못을 시인하기는커녕 2차 가해성 결정을 내놓다니 개탄을 금할 수 없다.
육군은 이날 민간 전문위원 5명, 현역군인 4명으로 구성된 심사위원회에서 변 하사의 사망이 순직 기준인 ‘공무와 상당한 인과관계’가 성립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고 밝혔다. 변 하사가 군인 신분으로 숨진 것은 인정하면서도 죽음에 대한 책임은 인정하지 못한다는 것이다. 육군은 변 하사가 성전환 이후 여군으로 계속 복무하고 싶다고 밝히자 끝까지 배척했다. 2020년 1월 변 하사에게 심신장애 3급 판정을 내려 강제전역시켰고, 전역심사를 법원의 성별 정정 허가가 결정될 때까지만이라도 연기해달라는 요청도 무시했다. 잘못된 전역 처분을 시정하라는 국가인권위의 권고도 듣지 않았다. “성 정체성을 떠나 나라 지키는 훌륭한 군인이 되고 싶다”던 변 하사는 군 인사소청이 기각되자 행정소송을 냈지만 첫 변론을 앞둔 2021년 3월 끝내 극단적 선택을 했다.
변 하사의 죽음에 대한 군의 책임은 분명하다. 법원은 강제전역 조치가 위법하다고 판결했고, 법무부는 항소 포기를 지휘함으로써 국가의 잘못을 인정했다. 육군도 순직 결정으로 망자에 대한 예의를 보여줘야 마땅했다. 그런데 군은 계속 소극적인 태도로 책임을 회피하고 있다. 전에는 전역 후 민간인 신분이어서 순직이 아니라더니 이번엔 군인은 맞는데 순직이 아니라고 했다. 군 내 가혹행위로 극단적 선택을 한 경우 순직으로 인정하는 추세에 비춰봐도 옹색한 결론이다. 반인권적인 군의 태도에 절망한다.
미국과 프랑스 등 세계 20여개국이 트랜스젠더의 군복무를 허용하고 있다. 진정한 강군 건설은 성 지향성과 관계없이 국방에 기여할 수 있도록 하는 데서 출발해야 한다. 그러려면 변 하사의 죽음에 대한 책임을 온전히 수용하는 게 첫 단계이다. 군은 언제까지 낡은 인권 감수성으로 뒤처져 있을 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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