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화물연대 파업에 아예 안전운임제를 없애겠다는 대통령실
김은혜 대통령실 홍보수석은 지난달 30일 브리핑에서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정부가 윤석열 대통령의 지시에 따라 다양한 옵션을 검토하고 있다”고 말했다. 화물연대 파업 종료를 압박하기 위해 안전운임제를 전면 폐지할 수 있다고 한 것이다. 대화를 촉진해도 시원치 않을 대통령실이 안전운임제 폐지를 거론하다니 어이가 없다. 운수 노동자의 안전을 위협할 초강경 대응책을 접지 않는 한 파업 사태는 해결되기 어렵다는 점에서 유감을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안전운임제는 적정운임을 보장함으로써 장시간 노동을 줄여 안전사고를 막기 위해 2020년 1월 ‘3년 일몰’로 시행됐다. 올해 말 종료되는 이 제도에 대해 화물연대가 일몰제 폐지와 품목 확대를 정부에 요구하는 것은 잘못된 일이 아니다. 정부도 이미 3년 연장을 대안으로 제시한 터다. 그런데 이제 와서 아예 폐지할 수 있다고 으름장을 놓고 있다. 여기에 원희룡 국토교통부 장관은 “안전운임제에 대한 다각적인 문제 제기가 있다”며 이 제도 효과를 부정하는 발언까지 했다. 전문가들조차 도입 1~2년으로 효과를 평가하는 데 한계가 있다고 하는데, 제도를 없애는 방법을 거론하다니 이해가 가지 않는다. 안전운임제 존폐를 논하는 것 자체가 퇴행적이다.
대통령실의 강경 대응 입장 뒤에는 다른 의도가 있어 보인다. 정부는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처음부터 불법 딱지를 붙여놓고 대응하고 있다. 기획재정부는 지난달 29일 화물연대 파업에 대해 ‘불법적 운송거부’라고 불법 딱지를 붙인 이유를 묻는 경향신문에 “기본적으로 합법이지만, 불법 영역이 있을 수 있다”고 대답했다. 합법인데도 불법 상황을 가정하고 불법적 운송거부라는 표현을 썼다는 것이다. 정부 스스로 합법 파업을 불법으로 규정했음을 시인한 셈이다. 정부가 지난달 28일 화물연대 파업을 사회적 재난으로 규정하며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를 구성한 것도 마찬가지다. 애초부터 노동자 파업권을 인정하지 않으려는 심산이었음을 보여준다.
윤석열 대통령은 법치주의를 표방하고 집권했다. 민주노총을 근거 없이 귀족노조로 규정하면서 이기적인 집단으로 몰아붙이는 것은 옳지 않다. 대화조차 하지 않으면서 파업이 끝나기를 바라는 것은 더더욱 안 될 말이다. 노조의 파업이 불편해도 법과 규정에 맞게 대응하고 대화를 통한 해결을 모색해야 한다. 파업 대응에서부터 법치를 보여주기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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