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 세상에 없던 우승⑦] 경기 전부터 초강수… 너무 극적인 하루, SSG가 정작 우승하고 울지 않은 이유

김태우 기자 2022. 12. 1. 20: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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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한국시리즈 5차전 끝내기 홈런을 친 뒤 홈을 밟고 있는 김강민 ⓒ곽혜미 기자

[스포티비뉴스=김태우 기자] SSG와 키움의 한국시리즈 5차전을 앞두고 갑자기 취재기자실이 분주해졌다. 이미 홈팀의 더그아웃 취재는 모두 끝난 상황이었고, 원정팀 키움 역시 차분한 분위기 속에서 마무리되고 있었다. 취재한 내용을 다들 한창 마감하고 있을 무렵, SSG가 누구도 예상하지 못했던 깜짝 발표를 했다.

SSG는 5차전을 1시간 정도 앞두고 김원형 감독과 재계약 방침을 공식 발표했다. 모두가 놀란 일이었다. 감독 2년차에 정규시즌 우승을 차지한 공로는 있어 재계약 자체는 말이 되는 일이었다. 그런데 발표 타이밍이 뜬금없다는 이야기가 나왔다. 아직 한국시리즈는 끝나지 않았고, 그것도 2승2패로 팽팽하게 맞서고 있던 상황이었다. 시리즈가 시작되기 전에 발표를 하든지, 아니면 끝나고 하든지 대개 둘 중 하나를 선택했던 게 일반적이었다.

사실 김 감독과 재계약 방침은 정규시즌 역사적인 ‘와이어 투 와이어 우승’(개막일부터 최종일까지 한 번도 1위 자리를 내놓지 않은 우승)을 이뤄낸 그 시점에 분위기가 무르익었던 상황이었다. 구단이 보고를 하거나 건의를 했다기보다는 정용진 구단주가 이미 어느 정도 결정을 내렸다. 정규시즌 우승 축승연이 열리던 당시, 정 구단주는 2023년 SSG 감독으로 김원형 감독을 생각하고 있었던 셈이다.

다만 문서상으로 확정된 건 아니었고, 계약 기간 마지막 해에 이른 김 감독도 긴장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었다. 게다가 여러 루머가 SSG를 괴롭혔다. “올 시즌 우승을 하지 못하면 민경삼 대표이사, 류선규 단장, 김원형 감독이 모두 잘린다”, “이미 SSG가 생각하고 있는 차기 감독이 있다”는 식의 확인되지 않은 루머였다. 김 감독이나 선수단도 이를 알고 있었다. 그래서 이번 한국시리즈가 더 긴장될 수밖에 없었다.

4차전을 본 몇몇 야구인들은 김 감독이 뭔가 쫓기고 있다는 이야기를 했다. SSG 내부에서도 아무래도 여유가 있을 상황은 아니라고 봤다. 그래서 5차전을 앞두고 결단을 내렸다. 그룹에 정식적으로 보고를 했고, 정 구단주는 흔쾌히 재계약에 손을 들어줬다. 이런 절차를 거치다보니 경기 시작 전 부랴부랴 발표를 할 수밖에 없었던 것이다.

SSG 고위 관계자는 당시 상황을 회상하며 “승부수였던 셈”이라면서 “사장, 단장, 감독이 모두 다 바뀐다는 루머가 있었다. 그렇다면 일단 감독은 살려야 한다고 생각했다”고 했다. 그룹과 이미 어느 정도 교감이 있었기에 바로 밀어붙일 수 있었다. 한국시리즈 5차전은 그렇게 뭔가의 이상한 분위기 속에서 시작되고 있었다.

▲ 김강민(왼쪽)은 김원형 감독의 재계약 발표일에 최고 선물을 했다

하지만 경기는 쉽게 풀리지 않았다. 5차전 키움 선발인 안우진이 너무 강력했다. “안우진을 막을 것은 물집밖에 없다”는 야구계의 말이 그대로 맞아 떨어진 날이었다. 1차전에서는 물집 여파로 3이닝도 투구하지 못한 안우진이었지만, 사실 SSG 타자들의 평가는 굉장히 좋았다. 한 타자는 1차전 종료 후 “물집이 잡혔다고 하는데 전혀 여파를 느끼지 못했다. 공이 살벌했다. 몸쪽으로 그런 강속구가 들어오는데 그걸 어떻게 치나”라고 한숨을 내쉬었다. 다른 타자들도 안우진의 구위 자체는 비교적 정상적인 것 같다고 입을 모았다.

실제 SSG는 4회까지 단 하나의 안타도 치지 못하면서 삼진만 6개를 당했다. 안우진은 시속 156㎞의 특급 강속구를 펑펑 꽂아 넣었고, SSG 타자들은 방망이가 미처 따라가지도 못할 정도였다. 여기에 올해, 심지어 시리즈 대비 연습경기에서도 1회에 약했던 김광현이 1회 실점하고 2회까지 3실점하면서 전반적으로 경기가 어렵게 꼬였다.

그래도 SSG는 시리즈를 거치면서 뭔가 믿음이 있었다. 포스트시즌을 거듭할수록 키움 선수들의 체력이 떨어지고 있다는 것을 조금씩 느끼고 있었다. 특히 불펜이 그랬다. 4차전에서도 패하기는 했지만 키움 불펜을 위기로 몰아갔던 SSG다. 한 선수는 “간단한 미팅이 있기는 했지만 특별한 건 없었다”면서 “서로 구체적으로 이야기를 하지는 않았지만 선수들 모두가 집중하면 경기 막판 찬스가 올 것이라는 믿음이 있지 않았나 싶다. 마지막까지 집중하는 것이 보였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실제 그랬다. 선수들은 김광현이 2회에 대량 실점하지 않은 것, 그리고 불펜 투수들의 구위가 전반적으로 키움 타자들을 누르고 있다는 것을 확인하고 희망을 잃지 않았다. 5회와 6회부터 조금씩 출루를 하기 시작한 SSG는 7회 키움의 불펜이 가동되자 더 매서운 눈빛으로 타석에 섰다. 8회 실책으로 최지훈이 출루하자 최정이 추격의 투런을 치며 더그아웃 분위기가 달아올랐다. 여러 선수들은 “할 수 있다고 생각했다”고 입을 모은다.

극적인 하루는 극적으로 마무리됐다. 9회 선두 박성한이 볼넷으로 출루했고, 최주환이 비디오판독 끝에 파울 판정을 받으며 기사회생한 끝에 우측 펜스를 맞히는 안타로 무사 1,3루를 만들었다. 논란이 있었지만 최주환은 “야구를 그래도 오래 하지 않았나. 확실히 느낌이 있었다. 카메라가 이렇게 많은데 이걸 속인다는 건 말이 안 되는 일”이라고 했다. 그리고 김강민이 최원태의 실투를 놓치지 않고 좌측 담장을 넘기며 기막힌 5-4 역전극이 만들어졌다.

2018년 플레이오프 5차전 당시에도 SSG는 뒤지고 있었던 경기를 김강민의 동점 솔로홈런, 한유섬의 역전 굿바이 홈런으로 이긴 기억이 있었다. 2018년 당시 “모든 힘을 다 써 힘이 하나도 없었다”며 초점 잃은 눈빛으로 가뿐 숨을 내쉬었던 김강민은, 이번에는 팔을 번쩍 들며 끝내기임을 직감했다. 모두가 희망을 잃지 않았지만, 그래도 모두가 예상하기 어려웠던 방식으로 승리가 만들어지며 SSG는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1승을 남겼다.

SSG 선수들은 정작 6차전 우승이 확정된 뒤에는 특별히 눈물을 흘리지 않았다. 그냥 다들 좋아서 뛰어 다녔다. 감회가 남달랐을 법한 프런트도 마찬가지였다. 이유가 있었다. 상당수 선수들이 5차전 종료 후 감격의 눈물을 훔쳤고, 프런트도 그랬다. 류 단장은 우승 후 “눈물이 없다”는 농담에 “어제(5차전) 다 울었다”고 말했다. 한국시리즈 5차전이 남긴 진한 여운은 여전히 선수들과 팬들 사이에서 회자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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