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서 CJ 햇반 비비고 못 산다는데…무슨 일이

이하린 매경닷컴 기자(may@mk.co.kr) 2022. 12. 1. 20: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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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 출처 = 연합뉴스]
국내 1위 식품사업자인 CJ제일제당과 최대 이커머스 플랫폼 쿠팡의 갈등이 깊어지는 모양새다.

CJ제일제당은 쿠팡의 무리한 마진율 요구에 응하지 않자 갑자기 발주를 중단 당했다며 ‘갑질’ 피해를 호소하고 있다.

이에 쿠팡은 CJ제일제당이 올해 지속적으로 납품가 인상을 단행하면서도 발주 물량을 지키지 않았다며 대립각을 세우고 있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쿠팡은 지난달 초부터 CJ제일제당의 햇반과 비비고 만두·김치 등의 발주를 중단했다. 현재 가지고 있는 재고가 모두 소진되면 쿠팡에서는 더 이상 CJ제일제당 제품을 구매할 수 없게 된다.

CJ제일제당은 지난달 말 쿠팡과 내년도 상품 마진율을 협상하는 과정에서 쿠팡 측이 과도한 마진율을 요구, 이를 맞출 수 없겠다고 하자 일방적인 발주 중단을 당했다고 주장한다.

이와 관련 일각에서는 쿠팡이 시장에서의 우월적 지위를 이용해 납품업체 길들이기를 시도하는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그러나 쿠팡은 오히려 CJ제일제당이 갑질을 하고 있다며 정면 반박하고 나섰다. 쿠팡 측은 이번 사건의 쟁점이 마진율이 아니라 CJ제일제당의 ‘물량 갑질’이라고 강조한다.

쿠팡 관계자는 “연초부터 CJ제일제당은 수차례 가격 인상을 요구하면서도 약속된 발주물량을 지키지 않았다. 예를 들어 쿠팡이 햇반 100개를 발주하면 50~60개 정도만 보내는 식으로 물량을 조절했다”고 주장했다.

통상 납품업체가 약속한 물량을 쿠팡 측에 보내기로 하면 쿠팡은 그에 맞는 물류센터 공간과 인력 등을 확보해둔다. 따라서 그 만큼의 양이 채워지지 않으면 쿠팡 입장에서는 판매 손실을 보게 되는 구조다.

실제로 업계에 따르면 CJ제일제당의 납품률은 50~60%대 수준으로 알려졌다. 다른 대형 식품업체의 평균 납품률은 90% 수준인 것에 비해 낮은 수준이다.

이에 대해 CJ제일제당은 “햇반 등 일부 품목과 관련해 발주 물량이 지켜지지 않은 건 맞다”며 “다만 물량조절을 하는 게 아니라 실제로 물량이 부족해 모든 유통채널의 요구를 맞추지 못하고 있다. 그래도 쿠팡은 핵심 판매처이기 때문에 다른 유통채널보다 발주량 대비 공급량 비율이 높은 편”이라고 설명했다.

또 쿠팡 측은 CJ제일제당이 발주 물량을 공급하지 않아 피해를 입으면서도 연초부터 수차례 제당의 가격 인상 요구를 5~6차례 수용했다고 토로했다.

CJ제일제당은 올 2월 고추장·된장·쌈장(9.5%), 비비고 만두(5~6%), 두부(6%), 3월엔 햇반(7~8%), 4월 닭가슴살(10%), 냉동피자(10% 이상), 8월 부침·튀김가루(21.7%), 9월 김치(11%) 등 1~2개월마다 주요 품목 가격을 인상했고 11월에도 맛밤(9%) 가격을 올렸다.

쿠팡 측은 “CJ제일제당이 수차례 공급가 인상을 요청해 2021년과 비교해 평균 공급가를 15% 올려줬다”며 “백설 콩기름의 경우 지난해에만 140%를 올려줬다”고 말했다.

업계에선 양사가 모두 제조업계와 유통업계에서 우월적 위치에 있는 사업자인 만큼 마진율 협상에서 기싸움을 벌인 것이란 해석이 나온다.

업계 관계자는 “제조사와 유통채널 간 입장차가 있다 보니 마진율 조율 과정에서 충돌이 벌어져 사태가 커진 것 같다”며 “소비자 불편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원만한 조율이 이뤄져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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