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대판 방주’ 해상부유 도시… 온난화로 바다 잠길 2억명 피난처될까

안상현 기자 입력 2022. 12. 1. 20:00 수정 2022. 12. 4. 07: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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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해수면 상승’ 대안으로 급부상

인도양에 있는 인구 52만명의 섬나라 몰디브는 네덜란드 개발 기업 더치 도클랜즈와 손잡고 내년 1월부터 해상 부유 도시 ‘MFC(Maldives Floating City)’ 공사에 나선다. 수도 말레에서 보트를 타고 10분이면 닿는 석호(潟湖·lagoon)에 만들어지는 MFC는 약 200만㎡ 규모에 2만명이 자급자족할 수 있는 도시다. 인공 부유물 위에는 5000채의 주택은 물론 호텔과 상점, 레스토랑이 들어설 예정이다. 전력 공급은 태양광으로 이뤄지고 자체 하수 처리 시설을 갖춰 사용한 물도 재활용할 계획이다. 몰디브 정부는 “2024년부터 주민 입주를 시작하고, 2027년까지 도시 전체를 완공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해수면 상승이 피하기 어려운 미래가 되면서 그간 조감도로만 떠돌던 해상 부유 도시가 현실적인 대안으로 떠오르고 있다. 아미나 모하메드 유엔 사무부총장은 “도시는 해수면 상승에서 폭풍에 이르기까지 기후 관련 위험 최전선에 있다”면서 “해상 도시는 인류의 새로운 피난처가 될 수 있다”고 했다.

전 세계 곳곳에서 개발 중인 해상 부유 도시 조감도. 사우디 정부가 홍해 연안에 건설할 예정인 첨단 산업단지 ‘옥사곤’. /네옴
섬나라 몰디브가 내년 1월 착공하는 ‘몰디브 플로팅 시티(MFC)’ /몰디브 플로팅 시티

◇노아의 방주로 떠오른 해상 도시

부산 앞바다에도 2030년까지 최대 1만2000명이 거주할 수 있는 해상 부유 도시 ‘오셔닉스 부산’이 완공될 예정이다. 도시와 인간 정주 분야를 관장하는 유엔 산하 국제기구인 유엔 해비타트(HABITAT)는 지난 2019년 해상 도시 개발 계획을 처음 발표하고 시범 모델 건설지로 뉴욕과 아부다비 같은 여러 후보지를 검토하다 작년 11월 최종 후보지로 부산을 낙점했다. 사업에 드는 예산만 총 2억달러(약 2700억원)로 추산되는데, 건설 예산은 우선 사업 시행자인 미국 블루테크 기업 오셔닉스가 부담하고 부산시는 7000평에 달하는 해양 공간과 각종 인허가에 대한 협조를 지원한다.부산시는 오는 2026년까지 기본·실시 설계와 관련 부서 협의를 거쳐 2027년 착공할 계획이다.

5000억달러(약 672조원)를 들인 초대형 국책 사업으로 주목받는 사우디아라비아의 미래 신도시 개발 프로젝트 네옴(NEOM)에도 해상 부유 도시 개발이 포함돼 있다. 전 세계 물동량의 13%가 통과하는 수에즈운하와 인접한 홍해에 지어지는 해상 부유식 첨단 산업 단지 ‘옥사곤’이다. 총 면적 48㎢, 지름 7km에 이르는 팔각형 형태의 산업 도시 옥사곤은 공항과 항만을 집중 배치한 무역 허브이자 동시에 글로벌 기업들의 연구소와 공장을 유치한 첨단 과학 도시를 꿈꾸고 있다.

얼핏 황당한 계획 같지만 호수나 강 위에 짓는 부유 시설은 이미 상용화돼 있다. 국토의 60%가 해수면 아래에 있는 네덜란드에는 암스테르담 운하 위에 수상 가옥형 주택 단지가 조성돼 2020년부터 100명 이상이 거주하고 있다. 유럽 최대 무역항인 로테르담에는 소를 키우는 목장과 사무실 건물도 물 위를 떠다닌다. 싱가포르의 명물 가운데 하나인 마리나베이 샌즈의 루이비통 매장도 호수 위에 떠 있다.

2014년 한강에 개장한 세빛섬도 물 위에 떠다니는 부유 시설이다. 강바닥에 체인을 단단하게 고정시켜 물살에 떠내려가는 것을 막고, GPS 정보를 통해 와이어로 기울기를 조정해 흔들림을 통제한다. 그래서 현기증 없이 물 위에 떠 있는 식당이나 공연장 같은 시설을 이용할 수 있고, 홍수 때도 물에 잠기지 않는다.

부산 앞바다에 만들어질 ‘오셔닉스 부산’의 콘셉트 디자인. /오셔닉스
‘오셔닉스 부산’의 시내 콘셉트 아트. /오셔닉스

◇파도, 고립, 사고... 난제도 수두룩

물론 바다 위에 떠 있는 도시를 만드는 건 다른 차원의 얘기다. 우선 태풍이나 쓰나미 같은 자연재해로부터 어떻게 안전을 확보하느냐가 관건이다. 그래서 해상 부유 도시를 만들 때 가장 신경 쓰는 것이 입지다. 오셔닉스 부산 입지를 북항 앞바다로 선정할 때도 주변이 방파제로 둘러져 있어 파도를 1차적으로 걸러낼 수 있다는 점이 중요하게 고려됐다. 부산시 도시계획과 담당자는 “북항 앞바다는 대표적인 정온수역(파도가 없는 잔잔한 수역)”이라며 “역사상 가장 높았던 부산의 파도 높이까지 감안해 시설 안전성을 확보할 계획”이라고 말했다. 몰디브 정부가 추진 중인 MFC 역시 고리 모양의 환초가 자연 방파제 역할을 하도록 설계됐다.

흔들림은 다양한 기술적 장치를 통해 해결할 계획이다. 이나래 오셔닉스 프로젝트 매니저(건축학 박사)는 “세빛섬 같이 해저에 와이어 체인을 걸지, 고정형 지지대를 설치할지 아직 정해지지 않았다”면서 “다만 플랫폼(부유물) 하부에 에너지 저장 설비와 담수 장치 같은 기반 설비를 배치하는 방식으로 안정적인 무게 중심을 만들어 흔들림을 최소화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런 문제들이 해결된다 해도 우려는 남아 있다. 해상 도시 프로젝트들이 태양광 발전과 폐기물 순환, 해수 담수화 시설 등 자급자족 시스템을 천명하지만, 고립되고 폐쇄된 공간 특성상 언제든 예기치 못한 위기가 닥칠 수 있다. 블룸버그는 “에너지 저장 장치가 고장 나서 담수화 공장 가동이 중단됐을 때 장비를 수리하는 기술자나 새 부품을 빨리 들여오지 못하면 상황은 빠르게 악화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 도시에서 발생하는 폐기물을 제대로 순환·재활용하지 못할 경우 자칫 해양 오염으로 이어질 가능성도 있다.

여러 난점에도 해상 부유 도시 프로젝트가 진지하게 추진되는 이유는 그만큼 지구온난화 문제가 시급하기 때문이다. MFC만 해도 여행객들을 위한 관광지가 아니라 국가 전체가 수몰될 위기에 처한 몰디브 국민을 위한 자구책이자 마지막 대안이다. 유엔 산하 기후변화에 관한 정부 간 협의체(IPCC)는 올해 발표한 보고서에서 “이번 세기 말까지 해수면이 최대 0.9m 상승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 전망대로라면 육지 면적의 80%가 해발 1m 미만인 군도 국가 몰디브는 국토 대부분이 몇십년 내에 물에 잠기게 된다. 유엔 연구에 따르면 전 세계 인구의 40%는 해안에서 100km 이내에 살고 있고, 전 세계 대도시의 90%는 해수면 상승에 취약하다. 세계은행은 기후변화로 인해 2050년까지 이주해야 하는 인구가 2억1600만명에 달할 것으로 전망했다.

해상 부유 도시는 해수면 상승에서 자유로울 뿐 아니라 땅값이 들지 않아 비용이 저렴하고 조립식 건물 중심으로 설계돼 공사 기간이 짧은 것이 장점이다. 주인이 따로 없는 바다 위에 지어지므로 님비(NIMBY·지역이기주의)가 불거질 가능성이 낮고, 매립을 하지 않아 해양 생태계에 미치는 영향도 적다. 해상 부유 도시 개발에 찬성 의사를 밝힌 노벨경제학상 수상자 조셉 스티글리츠 교수는 내셔널지오그래픽에 “분명히 시도해 볼 가치가 있다”며 “당신이 무언가를 알아낼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은 실제로 해보는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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