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획] 민주노총 수백억 쓰면서 `깜깜이 회계`

박정일 2022. 12. 1. 19: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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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코지회 탈퇴여파 쟁점 부각
연간 조합비로 '2000억원' 추정도
외부 회계감사 안받고 공개안해
英, 노조회계 관청에 보고 의무화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화물연대 파업 8일째인 1일 광주 광산구 하남산단 삼성전자 광주사업장 앞에서 화물연대 총력투쟁 결의대회가 열리고 있다. 광주=연합뉴스

포스코 복수 노조 중 한 곳인 전국민주노동조합총연맹(민노총) 금속노조 포스코지회가 지난달 30일 금속노조를 탈퇴하면서 수백억원(산별노조 기준)에 달하는 민노총의 '깜깜이 회비 사용'을 투명하게 공개해야 한다는 지적이 일고 있다. 포스코노조는 2018년 가입 이후 조합원 당 월 3만원씩 수억원의 조합비를 납부했는데, 금속노조가 사실상 조합비만 챙겨가고 있다고 비판하면서 민노총을 탈퇴했다

민노총은 조합원 101만명(2019년 기준)으로부터 조합비를 걷는다. 민노총이 회비 규모를 공개하지 않고 있지만, 민노총 본부만 해도 1년에 200억원(2019년 기준 150억원)을 넘을 것으로 추정되고 있다.

민노총 산하 산별노조 중 재정이 가장 튼튼한 금속노조 연 600억원, 공공운수노조 150억원 등의 조합비를 합치면 1000억원 가까이 1년 예산으로 쓰고 있다는 말이 나온다. 여기에 건설·사무금융·전교조 등 등 다른 산별노조까지 합치면 민주노총 전체로는 연간 예산이 2000억원 안팎에 이를 것이란 추정치가 나온다.

이에 한상진 민주노총 대변인은 "조합비는 정규직 노동자 1인당 월 1450원, 비정규직 노동자 1250원, 최저임금 노동자 860원"이라고 말했다. 이어 "비정규직 비율이 35%이고, 이 중 절반 정도가 최저임금 노동자"라며 "예산내역은 외부에 공개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또 "(회비는)상·하반기 내부 감사를 받고 감사위원은 민주노총 내부 절차로 선임한다"며 "감사 결과는 대의원 회의에서 공개하고 확인받는 과정을 거친다"고 설명했다.

현재 민노총 회비로 월급을 받는 전임자 수는 총 3321명이고, 대의원 등 확대간부 수는 3만4466명에 이른다. 이들 간부를 지원할 돈을 조합원으로부터 걷으면서도 얼마나 거뒀는지, 그리고 어디에 썼는지에 대한 정보는 전무하다. 홈페이지를 통해 투명하게 공개하지도 않고, 외부의 회계감사도 받지 않는다.

영국 미국 등 외국의 경우는 기업뿐 아니라 노조 회계와 관련해서도 투명하고 엄격한 규율이 가해진다. 영국은 노조 회계에 대해 행정관청에 연례 보고를 의무화하고 있으며, 조합 회계 정보 접근권, 회계감사 등에 대한 정부 규정이 존재한다. 미국은 25만달러(약 3억2500만원)이상의 연간 예산을 운용하는 노조는 노동부에 의무적으로 보고하게 하고, 온라인으로 투명하게 찾아볼 수 있게 만들었다. 독일과 프랑스는 노조 재정이나 회계에 관련한 노동법적 규율이 존재하지 않는 대신 엄격한 노조 규약으로 노조자치에 맡기고 있다.

미국은 정부가 조합 간부도 규제한다. 간부가 노조나 회사와 거래하는 업체와 관련한 주식, 채권, 증권 등 재산이나 수입에 대해 노동부장관에 보고하도록 돼 있다. 개리 존스 전 전미 자동차노조(UAW) 위원장은 2019년 횡령·갈취·탈세 혐의로 수사를 받고 지난해 1심서 징역형을 받기도 했다.

하지만 국내에선 '공룡' 노조의 회계에 대해서는 규제가 전무하다. 1년에 수백억원에 달하는 조합비 수입은 물론 지출이 불투명하고, 이를 감시·감독할 시스템이 갖춰지지 않았다. 대의원 대회에서 구두로 보고하는 수준에 그치고, 조합 내부 인사를 감사로 임명해 '짬짜미 감사'에 그친다. 회계자료의 외부공개나 외부감사인에 의한 감사 실시 등은 실시되지 않고 있다.

이처럼 회계가 투명하지 않으니 노조 간부의 사고가 적지 않다. 조합비 3억7000여만원을 빼돌려 유흥비, 개인생활비, 해외여행비용 등으로 사용한 민노총 전 지부장은 지난 4월 실형을 선고받았다. 한국노총 건설산업노주 핵심 간부는 3년 동안 노조 계좌 등에서 총 6억원 상당의 노조비를 빼돌려 처벌받았다. 민노총이나 금속노조 등이 받은 엄청난 조합비 중 적지 않은 금액이 반정부 정치 투쟁에 쓰인다는 것은 공공연한 비밀이다.

이상희 한국산업기술대 교수는 "외국의 경우 법령에 의한 규율에서든 노조 규약에 의한 규율에서든 회계투명성은 노동조합이 가져야 할 기본적인 책무로 반영되고 있다"며 "이는 노조가 민주적으로 운영될 수 있는 기반"이라고 말했다.

박정일기자 comja77@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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