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플레 때 12%씩 오르는 펀드 있다

곽창렬 기자 2022. 12. 1. 19: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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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EEKLY BIZ] 명암 엇갈린 대체 투자 양대 산맥

지난 9월, 미래에셋자산운용이 추진했던 서울 여의도 IFC 건물 인수가 최종 무산됐다. 미래에셋은 4조1000억원에 달하는 인수자금을 기관 투자자로부터 조달하겠다는 계획을 세웠지만, 연기금이나 공제회 같은 투자자들이 나서지 않으면서 없던 일이 됐다.

금리가 크게 오르고 경기가 얼어붙으면서 상업용 부동산 시장에도 한파가 몰아치고 있다. 부동산플래닛에 따르면 지난 9월 한 달 동안 국내 빌딩과 상가·사무실 등 상업용 부동산 매매 금액은 2조7000억원으로, 작년 9월(7조1000억원)보다 62% 줄어든 것으로 집계됐다. 거래량도 9월 한 달간 4024건에 그쳐 1년 전보다 42% 감소했다. 수익률도 처참하다. 금융정보업체 에프앤가이드에 따르면 연초 이후 지난 21일까지 글로벌부동산리츠에 투자한 27개 펀드의 평균수익률은 -23%를 기록했다. 국내 965개 주식형 펀드 평균 수익률(-20.8%)보다도 낮다.

반면 인프라 투자는 사정이 훨씬 낫다. 국내에서 판매 중인 26개 인프라펀드는 연초 이후 평균 수익률이 -2.81%로 선방 중이다. 개중에는 연초 이후 88% 수익률을 기록한 삼성자산운용 ‘글로벌인프라증권상장지수’ 펀드나 302% 수익을 올린 하나UBS ‘글로벌인프라투자펀드’처럼 대박을 터뜨린 것도 있다. ‘대체투자(주식·채권 외 투자 상품)의 양대 산맥’으로 불리는 상업용 부동산과 인프라 투자의 명암이 극명하게 엇갈리고 있는 것이다.

지난 8월 미국 뉴욕 맨해튼의 중심가인 3번가의 한 상업용 건물에 목 좋은 상가를 임대한다는 안내문이 걸려 있다. 재택근무 확산과 경기 둔화 등으로 공실률이 치솟으면서 뉴욕 상업용 건물 가격은 급락세를 보이고 있다. /블룸버그

◇텅 빈 사무실에 돈줄 마른 상업용 건물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한파는 우리나라만의 얘기가 아니다. 미국 부동산 리서치업체 그린스트리트에 따르면, 10월 현재 미국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은 올해 고점 대비 13% 급락했다. 항목별로 보면 쇼핑몰이 최고점에서 23% 하락해 가장 큰 타격을 입었고, 아파트와 창고가 각각 17% 하락하는 등 11개 항목 모두 떨어졌다. 아르핏 굽타 뉴욕대 교수는 뉴욕시의 상업용 부동산 가격이 장기적으로 39% 하락해 자산 가치가 약 4530억달러(약 600조원)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포브스는 “상업용 부동산 시장의 대재앙이 뉴욕을 ‘재정적 파멸의 고리’에 빠뜨릴 수 있다”고 전했다.

전 세계 상업용 부동산 시장이 위축된 것은 재택근무 등으로 인해 사무실 등에 대한 수요가 줄어든 데다 금리가 오르면서 투자금을 빌리기도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교보자산신탁 관계자는 “사무실이나 물류센터가 비면서 임대료를 노리고 들어간 부동산 투자회사에 손실이 발생하고 있다”며 “부동산 투자회사는 주식과 마찬가지로 손실이 나면 원금 보장이 되지 않기에 투자금이 더 크게 빠져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부동산개발업체에도 돈줄이 말라가고 있다. 부동산개발업체 ‘스타디앤씨’ 박형규 대표는 “현재 일부 아시아권 기관이 18% 정도 되는 금리로 돈을 빌려주는 것 외에는 국내에서 부동산 개발을 위해 대출받기는 사실상 어려운 상황”이라고 전했다. 국제통화기금(IMF)은 “코로나19 유행 초기에 상업용 부동산에 투자가 늘었지만, 올해 들어 금리가 오르고 자금 조달 비용이 급증하면서 시장이 크게 얼어붙고 있다”고 진단했다.

◇인플레 혜택 보는 인프라 투자

반면 도로와 터널, 공항, 항만 등에 투자한 펀드나 기업들은 물가 인상으로 오히려 반사 이익을 얻고 있다. 통행료나 이용료 등이 물가 상승률에 연동돼 있는 경우가 많기 때문이다. 가령, 국내 일부 민자도로는 전년도 소비자 물가지수가 3% 이상 오르거나 누적 상승률이 3%면 요금을 올릴 수 있다는 내용이 실시협약에 들어있다.

이 때문에 인프라 투자는 국내외를 막론하고 물가 상승기에 오히려 수익률이 개선되는 경향이 있다. 글로벌 부동산 컨설팅업체 CBRE에 따르면, 물가가 높고 성장률은 낮은 시기에 MSCI 지수의 상승률은 0.4%에 그친 반면 케임브리지어소시에이츠 인프라펀드 지수는 12.1% 상승했다.

반대로 물가가 낮고 성장도 저조한 시기에는 인프라펀드 지수와 MSCI 지수 수익률이 8.6% 대 14.6%로 역전됐다. 파이낸셜타임스는 “유료 도로와 같은 인프라는 통행료 등 요금이 물가와 연동돼 있어 인플레이션 시기에 수익률이 오를 수 있다”며 “물가 상승에 민감한 투자자들도 지금과 같은 시기에 인프라 투자를 선호한다”고 분석했다. 미국 맥쿼리자산운용에 따르면, 발 빠른 투자자들이 행동에 나서면서 지난해 인프라펀드에 1250억달러(165조원)라는 기록적인 투자금이 유입됐다.

원자재와 에너지 가격이 크게 오른 것도 인프라 투자자에게는 호재다. 적지 않은 인프라 투자 기업들이 도로나 터널뿐 아니라 석유, 가스, 전기 등 에너지에 투자하기 때문이다. 예를 들어 맥쿼리인프라는 호남지역 도시가스 업체 ‘해양에너지’와 영남지역 도시가스 업체 ‘서라벌도시가스’에 각각 3225억원과 871억원을 투자했다. 올해 들어 세 차례나 도시가스 요금이 오르면서 두 업체의 매출액(3분기 기준)은 지난해보다 각각 55%, 73% 늘었다. 맥쿼리인프라 관계자는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도시가스업체가 한국가스공사에 지급하는 공급 단가가 올랐고, 이로 인해 매출액도 커졌다”고 했다. 올 들어 인프라 펀드에서 300% 넘는 수익을 올린 하나UBS 관계자는 “투자금의 절반가량이 에너지와 전기, 가스에 투자돼 있는데, 에너지 가격 상승으로 현금 흐름이 좋아지면서 수익률이 올라갔다”고 전했다.

그렇다고 인프라 투자가 반드시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도로나 항만, 공항 등에서 거둬들이는 요금이 2~3년 주기로 계약돼 있을 경우 물가 상승에 따른 이익이 즉각 반영되지 않는다. 정부나 지방자치단체가 물가 상승을 억제하기 위해 요금 인상을 허용하지 않는 리스크도 안고 있다. 또 에너지 투자 비중이 높으면 에너지 가격이 하락할 경우 손실도 그만큼 커진다. 호주 인프라 투자업체 IFM매니지먼트의 데이비드 닐 대표는 WEEKLY BIZ에 “인프라 투자는 주식·채권과 달리 경기 변동에 크게 흔들리지 않고 장기간에 걸쳐 안정적인 현금 흐름이 나온다는 점에서 매력적이지만, 장기적 관점에서 산업의 트렌드와 주변 상황을 파악하려는 노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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