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날 불러준 롯데, 강해지려면…" 전직 사령탑→이젠 '코디네이터'의 고민 [인터뷰]

[스포츠조선 김영록 기자]전직 사령탑이 타 팀의 전력분석 코디네이터로 부임했다. 그것도 사임한 그 해 연말 전격적으로 이뤄졌다.

허삼영 전 감독은 지난 8월 1일 삼성 라이온즈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9월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 국가대표팀 전력분석팀에 합류하며 야구계로 복귀했고, 12월 1일 부로 롯데 자이언츠의 전력분석 코디네이터(지난달 24일 본지 단독)로 부임했다.

남다른 행보다. 1일 연락이 닿은 허삼영 코디네이터 스스로도 "내가 생각해도 처음 있는 일인 것 같다. 부담이 없다고 하면 거짓말"이라고 했다.

롯데 구단 이석환 대표와 성민규 단장이 그를 초빙하기 위해 적극적으로 나섰다. 김정준 LG 트윈스 수석코치와 더불어 KBO리그 전력분석의 선구자로 평가된다.

허삼영 코디네이터는 "좋은 말씀을 많이 해주셔서 용기를 냈다. 그래도 날 찾아주는 곳이 있다는 점에 감사드린다"면서 "지난 롯데 경기들을 훑어보면서 내가 도움이 될 수 있는 부분을 찾고 있다. 롯데에 디테일을 더하는게 내게 주어진 역할"이라고 설명했다.

"야구 감독이란게 영원히 할 수 있는 일은 아니니까, 언제든 내려놓을 수 있다는 마음을 갖고 있었다. 감독은 지난 과거일 뿐이다. 인생은 돌고 도는 것 아닌가. 내 위치에 맞는 일을 할 뿐이다."

4개월 전까지만 해도 건너편 더그아웃에서 근엄한 눈으로 그라운드를 노려보던 그다. 이제 시선의 각도가 바뀌었다. 허삼영 코디네이터는 "보는 각도가 달라지니 느낌도 다르다. 한발 떨어져서 보니 오히려 필요한 게 더 잘 보이는 느낌"이라며 웃었다.

1991년 투수로 입단해 현역 생활, 매니저와 전력분석팀장, 운영팀장을 거쳐 지휘봉을 잡기까지 삼성 한 팀에만 머물러있었다. 코디네이터로나마 첫 이적이다. 한결 특별한 겨울일 수밖에 없다. 그는 "이제 감독 아니다. 편하게 '코디네이터'로 불러달라"며 웃었다.

"롯데는 좋은 팬들을 갖고 있다. 그들을 위해 보다 좋은 결과를 낼수 있도록 돕는게 내 일이다. 팀을 옮기는 건 개인적인 감정이고, 사실 전력분석이야말로 내 본업이기도 하니까. 어떻게 하면 롯데가 야구를 잘할 수 있을까, 그것만 생각하겠다."

롯데는 기존의 래리 서튼 감독, 김평호-전준호 주루코치에 박흥식 수석코치, 배영수 투수코치, 이종운 2군 감독이 더해진 데 이어 허삼영 코디네이터까지 합류하며 '어벤져스'급 코치진을 갖추게 됐다. 특히 허 코디네이터와 두터운 친분을 나눠온 코치들이 많아 적응에는 문제가 없을 전망. 그는 "코치진끼리 어색할 일은 없을 것 같다. 부산에 빠르게 스며드는게 내가 해야할 일"이라고 강조했다.

전력분석 능력에 현장 경험까지 겸비한 야구 전문가의 합류는 롯데가 '디테일'을 더할 수 있는 또하나의 업그레이드다.

"롯데는 좋은 팀이다. 내년, 내후년엔 더 높게 올라가야하지 않겠나. 기대가 크다. 그 분위기를 느껴보고 싶다."

김영록 기자 lunarfly@sports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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