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 잡으려다 국내기업 죽인다”…저작권법 개정에 일제 '반발'
지상파 방송·PP·OTT에 이어 인기협도 반대목소리에 동참
"외국에서는 보상청구권 제도 보편적"…"실상과 달라"
일부 유명 창작자에게만 수익 돌아갈 수도…콘텐츠 생태계도 위축
[이데일리 정다슬 기자] 넷플릭스가 ‘오징어게임’ 등으로 조(兆) 단위의 흥행 수익을 냈지만, 이익을 제작사와 제대로 공유하지 않았다는 이유로 촉발된 저작권법 개정에 국내 콘텐츠 플랫폼 기업들이 일제히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창작자를 보호한다며 낸 법안이 오히려 국내 콘텐츠 기업들의 족쇄로 작용해 ‘K-콘텐츠’ 발전에 부메랑이 될 수 있다는 얘기다.
해외도 보상청구권 인정하더라도 사인간 계약 존중
1일 업계에 따르면 한국방송협회, 한국케이블TV방송협회, 한국IPTV방송협회, 한국인터넷기업협회, 한국OTT협의회는 “최근 발의된 저작권법 개정안이 현재 K-영상콘텐츠 분야에 시장실패가 존재하는지, 만약 존재한다면 그에 대한 가장 적절한 해법이 무엇인지 등에 대한 제대로 된 검토가 선행되지 않은 상태에서 추진되며 여러 의문과 우려를 낳고 있다”는 내용의 의견서를 국회에 제출했다.
지상파방송·방송채널사업자(PP)·인터넷동영상서비스(OTT)에 이어 인기협까지 반대 목소리에 동참한 셈이다. 오는 7일 국회 문화체육관광위원회에서 국민의힘 성일종·이용호 의원과 유정주 더불어민주당 의원이 대표발의한 저작권법 개정안이 본격적으로 논의될 가능성이 커져서다. 인기협은 네이버나 카카오, 쿠팡, 넷플릭스코리아, 구글코리아 등 콘텐츠 플랫폼 기업들이 회원사다.
발의된 저작권법 개정안은 영상물 저작권자인 연출가나 각본가가 지적재산권(IP)을 양도했을 때도 콘텐츠를 최종 제공하는 방송사, 극장, OTT 등에 수익에 비례한 보상을 청구할 수 있는 권리를 보장한다. 의원실은 유럽연합(EU)을 비롯해 프랑스, 스페인, 칠레, 아르헨티나 등은 유사한 제도가 있다는 입장이다.
업계 의견은 다르다. 개정안과 같은 방식으로 보상청구권을 인정하는 사례는 흔치 않다는 것이다. 의견서는 개정안이 대표적인 입법사례로 든 ‘유럽연합 디지털 단일 시장 저작권 지침’(CDSM)조차 ‘수익에 대한 비례 보상’을 뜻하는 것은 아니며 ‘정액·선급보상도 적절하고 비례적인 보상’으로 인정하고 있다고 했다. 연장선에서 프랑스·스페인·이탈리아와 같은 보상권 제도를 둔 나라에서도 합의된 당사자 간 계약으로 정한 보상을 적절하고 비례적 보상으로 보고 있다. 스웨덴의 경우 CDSM을 국내법으로 수용할지 논의하는 과정에서 법정 보상권을 신설해 시장 왜곡을 낳았고 계약단계에서 충분히 고려해야 하는 비용을 계약 이후 단계에 전가해 투자자를 위축시켰다고 설명했다.
“오히려 역차별 발생·콘텐츠 투자 위축으로 이어질 것”
개정안은 보상청구권을 보장하고 있는 연출자나 각본가 등 일부 소수를 제외하고는 되려 수익이 줄어들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현재에도 연출가와 각본가들은 제작자와 개별 계약에서 OTT 서비스 확정시 추가연출료, 집필료 수령 등 인센티브 등을 정한다. 하지만, 제작사와의 용역계약에 따라 용역료만 받는 미술감독, 촬영감독 등 다른 창작자들은 개정안이 통과되면 사전에 보상금을 고려해 보수적인 계약이 이뤄질 가능성이 크다. 투자 비용은 크나 ‘대박’이 나오기 어려운 영상콘텐츠산업의 특성상 이들은 흥행 실패를 함께 부담하는 리스크를 지게 되는 셈이다.
물론 개정안을 찬성하는 측은 음악산업의 선례를 참고해 저작권신탁관리업자에 준하는 단체에 보상금 산정과 분재를 전담하도록 해 골고루 과실이 돌아갈 수 있다고 주장한다. 그러나 상대적으로 저작자별 기여도가 분명하고 참여하는 인력 규모로 적은 음악저작물 분야에서조차 여러 문제가 제기되는 상황에서 훨씬 더 다양한 기여자들이 참가해 역할을 분담하는 영상저작물은 훨씬 더 보상 분배가 어려울 것이란 지적이다. 이 같은 특성 때문에 현행 저작권법 100조는 제작사가 영상 제작에 참여한 모든 사람에게 특약이 없는 한 영상저작물 이용을 위해 필요한 권리를 양도받은 것이라고 규정하고 있다.
결국 다양한 프로젝트 환경이 발생할 수밖에 없는 현실을 무시하고 보상구조를 획일화시키는 부작용은 결국 우리나라 콘텐츠 산업 생태계에 장기적인 악재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평가다. 대표적으로 우리나라와 콘텐츠 분야에서 경쟁하는 미국·일본·중국 등은 보상청구권 제도가 없다.
개정안의 파급효과가 어디까지 갈 수 있을지 알 수 없다는 점도 불안요소다. 영상저작물은 영화나 드라마만 의미하는 것이 아니라 광고, 게임물, 숏폼, 예능 등 훨씬 광범위한 범위에 적용되기 때문이다. 마찬가지로 영상저작물최종공급자 역시 훨씬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을 포함할 수 있다. 김용희 동국대 교수는 “해당 법 취지의 옳고 그름을 떠나 우리 미디어 산업의 근간을 흔들 수 있는 엄청난 법안이 될 수 있다”면서 “급하게 하기보다는 좀 더 이해관계자의 의견을 수렴하고 협의를 통해 사회적 합의를 도출하는 작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정다슬 (yamye@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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