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신과 가고 싶지 않아’...우울증 약 처방 기준 완화

이병철 기자 2022. 12. 1. 18:4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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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건복지부가 1일부터 우울증 약인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 처방 기준을 완화했다.

의료계 일각에선 우울증 환자들이 늘고 있는데 상당수가 정신과 방문을 기피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은 신경과와 내과, 가정의학과에서도 자유롭게 처방하도록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해 왔다.

이번 개정에 따라 경증 환자들은 이날부터 정신과에 가지 않고도 인근 병원에서 SSRI계통 우울증 약을 처방할 수 있게 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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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일부터 모든 병원서 SSRI 횟수 제한 없이 처방
약 처방 받기 쉬워져 환영
정신질환 특성 고려해야 한다는 경고도
픽사베이

보건복지부가 1일부터 우울증 약인 세로토닌 재흡수 억제제(SSRI) 처방 기준을 완화했다. 앞으로 환자들은 횟수에 상관 없이 모든 병원에서 이 우울증 약을 처방받을 수 있게 된다.

세로토닌은 ‘행복 호르몬’이라고도 불리며 우울증상을 완화하는 효과가 있다. 한 번 뇌세포에서 분비되면 작용하고 난 후 다시 세포 속에 흡수되어 분해되는데 SSRI는 이 흡수를 차단하고 세포에서 작용하는 세르토닌의 양을 늘리는 일을 한다.

SSRI계통 약은 1980년대 ‘프로작’이란 제품으로 처음 등장해 지금은 국내 항우울제 시장의 절반 이상을 차지할 정도로 우울증 치료에 널리 쓰이고 있다. 하지만 정신과 전문의가 아니면 2주 이상 우울증상이 있는 환자에게 2개월 이내에 1회만 정량만을 처방할 수 있었다.

의료계 일각에선 우울증 환자들이 늘고 있는데 상당수가 정신과 방문을 기피하고 있어 상대적으로 문턱이 낮은 신경과와 내과, 가정의학과에서도 자유롭게 처방하도록 기준을 완화해야 한다는 주장을 제기해 왔다. 국내 우울증 환자는 최근 크게 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6월 발표한 ‘최근 5년(2017~2021년) 우울증과 불안장애 진료현황 분석’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우울증 환자는 93만명을 넘는다. 2017년 69만명에서 25% 늘어난 수치다.

하지만 상당수 우울증 환자는 정신과가 아닌 병원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 지난 10월 31일 발표한 ‘1차 우울증 외래 적정성 평가’에 따르면 국내 우울증 환자의 약 40%가 정신과 대신 신경과, 내과에서 치료를 받고 있다. 대부분 주변에서 정신질환 환자를 보는 시선이 좋지 않다고 생각해 치료 받는다는 사실을 숨기기 위해서다.

복지부도 이런 상황을 인지하고 지난달 30일 ‘요양급여의 적용기준 및 방법에 관한 세부사항(약제) 일부개정고시안’을 통해 이 같은 지적을 반영했다. 개정안에 따르면 반드시 정신과의 자문을 받아야 하는 사례를 구체적으로 정하고, 여기에 속하지 않는 경우 모든 진료과에서 60일 이내로 횟수 제한을 없이 SSRI를 처방하도록 했다.

이번 개정에 따라 경증 환자들은 이날부터 정신과에 가지 않고도 인근 병원에서 SSRI계통 우울증 약을 처방할 수 있게 됐다. 환자들은 이번 조치로 편하게 진료를 받을 수 있게 됐다며 반기고 있다. 우울증을 앓는 20대 최모씨는 “정신과 진료가 필요하다는 건 알지만, 우울증이 심해지면 의사와 얘기 나누기도 싫어져 약만 받고 싶을 때가 많았다”며 “이런 경우에는 정신과가 아닌 곳에서 약만 처방 받을 수 있다면 편할 것 같다”고 말했다.

한 신경과 전문의는 “신경과를 주로 찾는 뇌질환 환자는 우울증을 동반하는 사례가 대부분이지만, 정신과 진료를 권유해도 거부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런 환자에게는 제대로 된 치료를 제공하기 어려웠다”고 말했다.

정신과 전문의들은 정신 질환에 전문성을 갖추지 않은 비전문의에게 상담과 진찰을 받는다는 점에 대해 우려하고 있다. 정신질환 환자의 특성을 비전공 의사들은 이해하기 어렵다는 것이다. 약물 부작용에 대한 효과적 대처가 어렵다는 지적도 있다.

SSRI계 우울증 약은 위염이나 체중 감소, 두통 같은 부작용이 나타나고 심한 경우에는 자살충동이 오히려 높아지는 경우도 있는 만큼 주의가 필요하다. 정신건강의학과 전문의는 “환자들은 SSRI의 치료 효과가 40% 수준으로 낮고, 상담 치료나 다른 항우울제와 함께 사용하는 일종의 보조제로도 쓰는 걸 모르는 경우가 많다”며 “부작용이나 현재 자신의 병세를 살펴서 진료과를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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