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초포럼] 여야 합의 국정조사 제대로 하라

김충제 입력 2022. 12. 1. 1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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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여야가 이른바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 합의한 데 대해 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을 먼저 했다.

국정조사를 해서는 안된다거나 필요 없다는 이유가 아니었다.

국회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인 예산안 처리 후 수사가 일차 마무리된 후 차분한 상황에서 국정조사를 하는 게 정도라는 생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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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3일 여야가 이른바 '이태원 참사 국정조사'에 합의한 데 대해 나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생각을 먼저 했다. 국정조사를 해서는 안된다거나 필요 없다는 이유가 아니었다. 현재 상태에서 "국정조사는 득보다 실이 훨씬 크다"는 시대전환 조정훈 의원의 지적에 공감하기 때문이다.

국정조사 여부를 놓고 유불리를 저울질하던 여야가 전격 합의한 속내야 뻔하다. "한쪽은 당 대표를 향해 오는 대장동 수사에 관한 관심을 희석하기 위해서, 또 한쪽은 여소야대 예산을 통과시키기 위해 협상하면서 고인들과 희생자들이 중심에 있었는지 묻고 싶다"는 조 의원의 발언 그대로이다. 부적절한 것은 정략적 동기뿐만 아니다. 시기적으로도 내년 예산 심사와 의결에 집중해야 할 정기국회 말미이다.

국회의 가장 중요한 임무 중 하나인 예산안 처리 후 수사가 일차 마무리된 후 차분한 상황에서 국정조사를 하는 게 정도라는 생각이었다. 하지만 일단 '용산 이태원 참사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한 국정조사계획서' 승인의 건이 국회를 통과한 마당이다. 여야의 공언대로 이번에는 모범적 국정조사를 했으면 하는 바람을 가져 보았다. 하지만 '혹시나 했더니 역시나'라던가. 더불어민주당의 일방적인 예산 처리와 이상민 행정안전부 장관 해임건의안 발의로 그나마 여야 합의조차 물 건너갈 지경이다.

"국회는 국정을 감사하거나 특정한 국정사안에 대하여 조사할 수 있으며, 이에 필요한 서류의 제출 또는 증인의 출석과 증언이나 의견의 진술을 요구할 수 있다"(헌법 제61조)는 규정에서 보듯 국정조사는 국회가 가진 헌법적 권한이다. 중요한 국정 실패사례로 기록될 이태원 참사는 국회가 조사해야 하거나 할 수 있는 '특정한 국정사안'이다. 경찰 수사가 진행 중이지만 경찰의 대응 실패를 경찰이 수사하는 셀프수사 논란, 더딘 수사 진척 등이 국민의 조급증을 부채질하고 있는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성에 차지 않아도 수사가 현재 진행형이고, 결론까지 시간이 필요한 건 당연지사라 생각한다. 수사를 지켜보며 더불어민주당이 검수완박법을 강행하면서 하필 '대형참사'를 검찰이 수사할 수 없도록 만든 이유는 지금도 이해 불가다.

검경 합동수사가 진행된다면 훨씬 효율적이고 국민의 신뢰를 얻을 수 있었을 것이다. 어찌 되었든 수사는 수사이고, 국정조사는 수사와 다른 목적으로 진행되어야 한다. 형사적 책임을 묻기 위한 수사와 달리 국정조사는 국정 실패의 원인규명과 제도적 미비점 파악, 그에 따른 시스템 보완 등에 초점을 맞추어야 한다. 여야가 다시 한번 머리를 맞댈 것을 요구하고 싶은 건 그래서이다.

특히 야당은 내년도 예산안을 일방적으로 처리하려는 유혹을 떨쳐 버려야 한다. 예년과 비슷한 선에서 정부 예산안을 삭감하고, 야당 요구 예산도 정부 동의를 얻어 정상적인 증액 절차를 밟아야 한다. 행안부 장관 해임건의안도 고집할 필요는 없다. 국민안전에 대한 책임자로서 국정조사에서 야당의 가장 중요한 추궁 대상 아닌가. 이 장관은 언제든 정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생각하지만 '진상규명과 재발방지'를 위해 제대로 국정조사를 할 수 있는 분위기 조성이 되어야 한다. "우리 정치는 이를 악물고 이 참사를 정쟁의 소재로 소진하지 말아야 한다"는 조 의원의 지적을 상기시키면서 여야에 묻고 싶다. 국민의 생명과 안전보다 "뭣이 중헌디?"

노동일 경희대 법학전문대학원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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