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핀테크 칼럼]가상자산시장 안정을 위한 제언

길재식 2022. 12. 1. 18: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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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로벌 가상자산거래소 FTX와 가상자산 대부업체 블록파이의 파산 신청, 코스닥 상장사 위맥스 상장 폐지 등으로 국내외 할 것 없이 가상자산시장이 가격 폭락과 일대 혼란 상태를 보이고 있다. 지난해 11월 8200만원을 상회하던 비트코인 가격이 2200만원대까지 무려 73%나 폭락했고, 또 다른 대형 가상자산 대부업체인 제너시스 등도 위험하단 얘기가 나오고 있다.

인플레이션 우려가 다소 수그러들면서 주식은 상승 반전의 움직임이 나오고 있는데 가상자산에만 더욱 한파가 몰아치는 이유는 뭘까.

그동안 가격이 워낙 많이 올라서 그만큼 금리 인상의 충격이 크기도 하지만 전문가들은 업계 내의 관리시스템 부재도 핵심 요인의 하나로 꼽고 있다.

대표적 사례가 테라·루나 사태에 이어 터진 세계 3대 가상자산거래소 FTX의 파산 신청이다. 막상 뜯어 보니 내부 감시와 통제장치가 마련돼 있지 않고, 도덕적 해이(Moral hazard) 가능성도 나오면서 가뜩이나 불안한 가상자산 투자자들의 매도심리에 방아쇠를 당겼다는 평가를 듣고 있다.

문제는 이 충격의 여파가 어디까지 번질 것이냐다. 일부에선 가상자산 시가총액이 글로벌 주식시가 총액의 1% 안팎으로 아직 크지 않고, 기관투자가의 투자도 1년여로 비교적 단기여서 리만 위기와 같은 충격 가능성은 희박하다고 얘기한다.

하지만 가상자산이 최고가일 땐 주식시가 총액의 5%에 달했고, 거기서 4분의 1 이하로 급속히 쪼그라든 것이어서 방심은 금물이다. 실제 2008년 리만 위기의 뇌관으로 작용한 부채담보부증권(CDO)도 레버리지 효과가 워낙 크긴 했지만 시장가치 자체는 2730억달러로 현재 가상자산 시가총액(8500억달러)의 3분의 1에 불과했다. 따라서 가상자산 가격의 폭락이 이어져서 관련 기업들의 줄도산 위험이 커진다거나 하면 언제든 '금융 전반에 걸친 위기'로 번질 수 있다는 게 시장 대다수의 의견이다.

그렇다면 대안은 있는가. 전문가들은 투자자 신뢰 회복을 바탕으로 한 시장 안정이 가장 중요하고, 이를 위해선 가상자산에 대한 규제장치 마련이 시급하다고 입을 모은다. 이에 따라 미국과 마찬가지로 우리나라도 가상자산 규제법안인 이른바 '디지털 자산법안'의 국회 통과를 서두르고 있다.

다만 관련 법안이 워낙 전문적인 데다 국민적 이해가 필요한 점, 여야의 정치적 대치 상황 등을 고려할 때 단계적 입법이 현실에 적절한 것으로 보인다. 이는 상정된 다수의 관련 법안(10개) 가운데 먼저 서로 일치하고 중요도가 높은 법 조항을 입법화하고 그 후 나머지를 입법화하는 방법이다.

현재 우선적 입법 대상으로 거론되고 있는 법 조항은 불공정거래 규제와 이용자자산 보호 조항 두 가지다. 불공정거래 규제는 가상자산 시세 조정 등의 위험을 사전이 차단하겠다는 것이고, 이용자자산 보호는 투자한 가상자산을 안전하게 분리·보관함으로써 이용자 신뢰를 높이겠다는 것이 주된 입법 취지다.

개인적으론 이 두 가지 조항만으로도 가상자산의 시장 안정에 꽤 큰 플러스 효과를 낼 것으로 본다. 왜냐하면 테라·루나, FTX, 위맥스 사태 모두 불공정거래와 관련돼 있고 투자자산 보호에 대한 불안이 투자자의 가상자산시장의 주요 이탈 요인 가운데 하나이기 때문이다.

다만 시장 안정이 어느 정도 이뤄지면 2단계 입법 때는 가상자산의 육성방안 또한 법안에 적극 반영되기를 기대한다. 가상자산시장을 신산업 태동과 발전 과정 관점에서 보면 현재 상황이 새로운 성장·도약의 직전 단계로 판단되기 때문이다. 현재 블록체인에 기반한 가상산업이란 신산업은 붐, 버블을 거쳐 버블붕괴 과정에 진입했다. 따라서 조만간 옥석 가리기를 거쳐 진정한 신산업과 리더들이 출현할 것으로 보인다. 가상자산산업을 미래성장동력의 하나로 인정한다면 치열한 신기술 경쟁과 옥석 가리기가 본격화될 때 적극적인 육성책 강구도 빼놓을 수 없을 것으로 생각한다.

정유신 서강대 기술경영대학원장 ysjung1617@sogang.ac.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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