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평선] 배양육의 운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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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한국일보>
세포를 키워 만든 인공 고기 '배양육', 먹을까 말까.
한 스타트업이 개발한 배양육 닭고기를 1년 넘게 심사하고 나서 지난달 '더 이상 질문이 없다(No questions)'며 승인해줬다.
축산업계에선 배양육을 '고기'라 부르지 말아달라고 요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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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자주
<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세포를 키워 만든 인공 고기 ‘배양육’, 먹을까 말까. 미국 식품의약국(FDA)은 먹어도 된다고 했다. 한 스타트업이 개발한 배양육 닭고기를 1년 넘게 심사하고 나서 지난달 ‘더 이상 질문이 없다(No questions)’며 승인해줬다. 보통 닭고기만큼 안전하다고 판단했단 뜻이다. 시판의 마지막 관문인 농무부(USDA) 검사를 통과할 경우 이르면 내년 미국인들 식탁에 배양육이 오를 수 있을 것이다. 과연 잘 팔릴까.
□ 밀, 콩, 버섯 등으로 만든 식물성 고기 시장은 제한적이다. 진짜 고기랑 달라서 비건(채식주의자) 아니면 잘 찾지 않는다. 혈액 속 헤모글로빈에서 고기 고유의 맛과 색을 내는 분자를 찾아 넣어 보고, 미생물을 발효시켜 고기 향 나는 소재를 얻어 추가해 봤지만 한계가 있었다. 배양육은 이 한계를 넘었다. 진짜 고기와 모양도 영양성분도 닮았다. 기존 축산보다 물을 덜 쓰고 탄소 배출도 적고 동물을 죽일 필요도 없으니 그린슈머(환경을 생각하는 소비자)도 다 잡은 고객일 터다.
□ 가축의 근육에서 줄기세포를 뽑아 배양기에서 키우면 자기들끼리 뭉쳐 근육조직이 된다. 이게 쌓이고 쌓여 고깃덩어리가 된다. 2013년 네덜란드 연구진은 이렇게 얻은 패티로 햄버거를 만들어 학회에서 시식회를 열었다. 배양육 상업화 가능성이 확인된 순간이었다. 이후 배양 기술이 발달하면서 덩어리는 커지고 생산비는 줄었다. 2020년 싱가포르가 처음 시장 문을 열었다. 10년도 안 돼 실험실에서 식탁으로 자리를 옮긴 배양육은 가격경쟁력이 필요하다. 이번에 승인된 닭고기 값은 기존 축산제품의 두 배 정도라고 한다. 한 근에 수만 달러 하던 때에 비하면 많이 내렸다.
□ 허들은 더 있다. 축산업계에선 배양육을 ‘고기’라 부르지 말아달라고 요구한다. 진짜 고기와 구별하려면 ‘육가공제품’이라고 해야 하나. 도축은 안 하지만 어쨌든 원재료가 동물세포다. 비건이 받아들일 수 있을까. 세포를 배양해 만든 약은 여러 나라에서 써왔지만, 식품은 아직이다. 어떤 세포를 골라 얼마나 안전하게 키우느냐를 감독할 필요가 있다. 먹을 것 갖고 장난치는 이들이 세포에 무슨 짓을 할지 모르지 않나.
임소형 논설위원 precare@hankookilb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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