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연금·KIC 해외자산, 외환시장 안정에 적극 활용해야"
韓경제 기초 체력 높아졌지만
美긴축에 외환시장 속수무책
한국인 보유 해외주식 600억弗
유턴 위해선 세제 혜택 마련을
韓銀, 유연한 통화정책 필요
대량 실직과 기업 줄도산 등 한국 사회에 씻을 수 없는 고통을 몰고 왔던 1997년 외환위기가 벌어진 지 25주년을 맞아 석학들이 머리를 맞댔다. 거시경제 전문가들은 제2의 환란을 막기 위해선 국내외 경제 상황에 대응하는 한국은행의 유연한 통화정책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국민연금이나 한국투자공사(KIC) 등을 활용한 달러 확보 '파이프라인' 구축과 같은 중장기적 대책 마련도 강조했다.
1일 한국국제금융학회는 매일경제 후원으로 서울 중구 대한상공회의소에서 '외환위기 25년: 과거, 현재, 미래'를 주제로 정책세미나를 개최했다. 성태윤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국제금융학회장)는 개회사를 통해 "전 세계의 경제적 어려움과 국내 통화가치 위험 등 외환·금융 부문에서 안정성 이슈가 나타나고 있다"며 "25년 전 외환위기 당시의 어려움을 극복하는 과정에 대한 연구와 고찰이 필요한 시점"이라고 말했다.
최근 미국 연방준비제도(연준)의 금리 속도 조절이 부각되며 달러 대비 원화값이 크게 안정됐지만 올해 들어 추락한 원화값은 가뜩이나 고물가에 신음하는 한국 경제에 큰 부담이 됐다. 올해 1월 3일 1185원 수준이었던 원화값은 지속적으로 하락해 지난달 26일엔 1436원까지 폭락하기도 했다. 원화값이 1400원대로 떨어진 것은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처음이다. 한국이 1997년과 같은 외환위기를 다시 겪는 것 아니냐는 우려가 나왔을 정도다.
전문가들은 단기간에 환란이 벌어질 가능성은 크지 않다는 의견이었다. 한국 경제 규모나 기본기가 외환위기 당시보다는 나아졌기 때문이다.
하지만 최근 경기가 하락하고 금융시장 리스크가 커지면서 경제 기초체력과 무관한 외환 문제가 벌어질 수 있다는 염려가 나온다. 김정식 연세대 경제학부 교수는 "미국이 금리를 인상하고 있는 시기라는 점을 고려하면 국내 경제의 경착륙이나 버블 붕괴가 금융위기를 촉발시키고, 외환위기 위험을 높일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전문가들은 충격을 줄이기 위해선 중장기적인 근본 대책이 마련돼야 한다고 주장한다.
정영식 대외경제정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공공기관이 보유한 대외자산을 활용할 근거를 마련해야 한다"고 했다. 그는 "국민연금의 해외자산은 3300억달러로 추산되며 이는 전체의 49.6%에 달한다"며 "과도한 환율 변동 시 국민연금 등이 한시적으로 외환시장 안정에 역할을 할 수 있도록 방안을 모색해야 한다"고 했다. 구체적으로 국민연금이 보유한 미국 국채를 활용해 미국 환매조건부채권(RP) 시장에서 달러를 확보한 후, 국내 시장을 통해 달러를 공급하는 방법 등이다. 오정근 자유시장연구원장은 해외로 나간 민간의 뭉칫돈이 귀환할 수 있는 당근책을 제시할 필요가 있다고 봤다. 그는 "내국인이 보유한 600억달러 규모의 해외주식을 매각해 원화로 환전할 때 양도소득세 혜택을 주는 방안을 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한국은행이 통화정책 수립 시 외환시장 안정을 고려하는 유연한 태도를 가져야 한다는 조언도 있었다. 김경훈 홍익대 경제학부 교수는 물가 안정이 통화정책의 첫 번째 목적임을 분명히 하면서도 "물가 안정만을 최우선으로 하는 경직적 통화정책보다 시기에 따라 금융 안정, 외환시장 안정도 고려해야 한다"고 말했다.
금융당국은 장기적인 외환·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정책 도입을 시사했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이제는 단기적 불안 요인을 해소하는 것은 물론 중장기적 경제 회복과 금융시장 안정을 위한 고민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소영 금융위원회 부위원장은 "대내외 불확실성이 지속되는 상황을 감안할 때 신중하고 면밀한 접근이 요구된다"며 "규제와 위기 대응 체계를 재검토해야 한다"고 말했다.
[류영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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