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중대재해 처벌 대신 예방한다는 정부, 기업에 혹 붙이지 말아야
정부가 기업 자율로 중대재해를 줄이도록 하는 중대재해 감축 로드맵을 발표했지만 경영계는 규제가 추가될 것을 우려하고 있다. 산업안전정책 기조를 사후적 처벌 중심에서 자기 규율과 예방 체계로 전환한다는 것이 로드맵의 취지인데, 처벌 완화는 거론하지 않은 채 위험성 평가를 의무화하기로 했기 때문이다. 자율 규제는 말뿐이고 실제로는 '옥상옥' 규제가 더해질 수 있다는 우려 표명인 셈이다.
정부가 자기 규율 예방 체계 확립 수단으로 내세운 위험성 평가 의무화는 정부 지침을 토대로 노사가 함께 위험 요인을 발굴·개선하도록 한다는 좋은 취지를 갖고 있다. 그동안 사업주에게만 중대재해 책임을 묻던 것에서 벗어나 표준안전 보건관리규정을 마련해 근로자의 의무를 명시하고, 원청과 하청 역할을 명확히 한 것도 진일보한 것으로 평가할 수 있다.
하지만 기존 산업안전보건법과의 중복 규제, 위험성 평가를 위한 인력 확보 등을 고려하면 기업들은 또 다른 규제로 느낄 수 있다. 위험성 평가를 충실히 한 기업에서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수사·재판 과정에서 이를 참작한다는데, 평가 잣대가 명확하지 않아 자의적 법 집행에 대한 염려도 떨치기 어렵다.
대표적 타율 규제이며 과도한 처벌 수준으로 논란이 되는 중대재해처벌법에 대한 개선 방안이 담기지 않은 것도 이번 로드맵의 한계다. 중대재해법은 중대재해가 발생하면 사업주나 경영책임자를 '1년 이상의 징역 또는 10억원 이하의 벌금'의 중형으로 처벌한다. 징역형 하한이 1년으로, 처벌이 무겁다 보니 기업인의 경영활동이 위축되고 적용 대상과 범위도 모호해 혼란이 컸다. 문제는 이렇게 처벌을 강화한 후에도 중대재해가 줄지 않았다는 점이다. 올 들어 9월까지 중대재해 사망자는 510명으로, 지난해보다 8명 늘었다.
정부는 조만간 태스크포스(TF)를 구성해 법 개정을 논의할 방침인데, 이 과정에서 사업주 처벌 완화를 검토하겠다는 입장이다. 법 개정을 논의하기로 한 만큼 기업 현장의 의견을 반영해 과도한 처벌 규정을 뜯어고쳐야 한다. 예방을 핑계로 규제를 추가해 기업에 또 다른 혹을 붙여서도 안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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