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가월부] 돈벌려면 돈나무 언니와 반대로 … SARK ETF 1년새 92% 수익

차창희 기자(charming91@mk.co.kr) 2022. 12. 1. 17:15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캐시 우드 '아크 ETF'와 달리
정반대 투자방식 SARK ETF
작년 출시 450개 상품중 2위
제2의 돈나무 언니 크래머 겨냥
인버스 투자상품도 곧 출시예정
"불확실한 시장 전문가 못믿어"

명확한 방향성을 점치기 어려운 불확실한 시장 상황이 이어지면서 주식 전문가에게 반대로 베팅하는 투자전략이 주목받고 있다.

'돈나무 언니'로 알려진 캐시 우드(사진)의 포트폴리오에 반대로 투자하는 인버스(숏) 상장지수펀드(ETF)의 상장 후 수익률은 92%에 달했다. 긴축 국면에 기술·성장주 기업가치가 축소되면서 혁신 기업을 좋아하는 캐시 우드 상품의 수익률이 급락했기 때문이다. 애널리스트 출신이자 증시 낙관론자인 짐 크래머의 인버스 상품 출시도 이달 이뤄질 전망이다.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미국 자산운용사 '터틀 캐피털 매니지먼트'가 출시한 'AXS 숏 이노베이션 데일리(SARK)' ETF는 지난해 11월 상장 후 92.05% 급등했다. 올해 수익률도 54.82%에 달한다. 블룸버그에 따르면 SARK ETF의 수익률은 지난해 출시된 ETF 450개가량 중 2위에 해당하는 성적이다.

이 상품은 캐시 우드의 아크 인베스트가 운용하는 '아크 이노베이션(ARKK)' ETF와 반대로 움직이는 상품이다. 파괴적 혁신기업에 투자하는 ARKK ETF는 올해 들어 강도 높은 긴축 정책이 현실화되고 세계 경기침체 우려까지 제기되면서 기업가치(밸류에이션) 축소가 급격히 진행됐다. 올해 들어 60.38% 하락했다. 지난해 2월 고점 대비로는 76.53% 급락했다. ARKK ETF가 가장 많이 담고 있는 종목인 테슬라는 지난해 고점 대비 53.03% 하락했다. 캐시 우드의 명성과 달리 순유입자금도 줄어들고 있다. 미국 ETF닷컴에 따르면 지난해 ARKK ETF에 유입된 투자자금은 47억달러(약 6조2100억원)에 달했지만 올해는 15억달러(약 1조9800억원)에 불과했다.

기술기업이 힘을 쓰지 못하면서 SARK ETF로 투자 자금이 몰리는 모양새다. SARK ETF의 거래량은 상장 초기 대비 16.6배 급증했다. SARK ETF로 매수세가 몰리는 데는 캐시 우드의 가상화폐 사랑도 한몫했다. 캐시 우드는 대표적인 비트코인 강세론자로 펀드에 가상화폐 및 관련주 비중을 높이고 있어 올해 수익률에 악영향을 주고 있다. 지난해 6만달러를 넘겼던 비트코인 가격이 FTX 파산 사태로 1만6000~1만7000달러에서 등락을 거듭하고 있지만 그는 여전히 "저가 매수의 기회"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달 초 캐시 우드는 블룸버그TV 인터뷰에서 "더 많은 기관투자자가 가상화폐 시장에 진입하고 있다"며 "비트코인은 2030년까지 4600% 폭등해 100만달러를 넘어설 것"이라고 주장하기도 했다.

미국 경제전문방송 CNBC에 따르면 아크 인베스트의 '아크 넥스트 제너레이션(ARKW)' ETF는 이달 중순 비트코인에 투자하는 기관투자자 신탁상품인 그레이스케일 비트코인 트러스트를 약 31만5000주 사들였다. 이는 해당 ETF의 4.6%를 차지하는 비중이다. ARKK ETF는 미국 최대 가상화폐 거래소인 '코인베이스 글로벌(COIN)' 주식을 이달 60만주 이상 매입하기도 했다. 캐시 우드는 FTX에도 투자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달에는 골드만삭스 애널리스트 출신 방송인으로 유명한 짐 크래머의 추천 종목들의 하락에 베팅하는 ETF도 시장에 나올 전망이다. 크래머는 CNBC에서 2005년부터 '매드 머니' 코너를 진행하고 있으며 월가의 대표적인 낙관론자로 통한다. 크래머는 방송과 개인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주식 종목을 종종 추천한다.

크래머 인버스 상품 출시에 나선 것도 SARK ETF 운용사인 터틀 캐피털 매니지먼트다. 복수의 외신에 따르면 최근 터틀 캐피털 매니지먼트는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에 크래머가 추천하는 종목들의 주가 수익률을 역으로 추종하는 '인버스 크래머(SJIM)' ETF 출시 신청서를 제출했다. 신청서에 따르면 해당 ETF는 크래머가 방송, SNS에서 언급한 종목을 공매도하거나 선물, 옵션 등 파생 거래를 통해 인버스 투자를 진행한다.

반대로 크래머가 부정적인 의견을 낸 종목에 대해선 롱(상승) 포지션을 취한다. 월가에선 해당 ETF가 이달 출시될 것으로 보고 있다. 미국 경제매체 화이트코트인베스터는 "크래머의 주식 선택이 싫다면 이제는 그를 상대로 베팅해 돈을 벌 수 있다"고 평가했다.

크래머 인버스 상품 출시 배경은 평소 그의 독설가적 언행 스타일이 일부 투자자에게 반감을 샀기 때문이란 의견이 나온다. 특히 그가 추천한 주식 종목의 수익률이 좋지 않은 사례가 적지 않아 '나쁜 주식 선택자'라고 믿는 투자자가 늘고 있다고 외신은 분석했다. 미국 밸런스 리서치의 조엘 리트먼 수석투자전략가는 "크래머가 주식을 언급한 다음 날에는 (해당 종목이) 오르는 경향이 있긴 했지만 장기적으로 지속되지 않았다"며 "각 주식을 1년 동안 보유하고 있었다면 크래머의 포트폴리오는 시장 대비 저조한 성과를 거두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대표적으로 최근 크래머는 SNS를 통해 메타 플랫폼(페이스북) 주식을 살 것을 추천했는데 메타 주가가 지난해 고점에서 69% 급락하는 등 그의 조언을 듣고 주식을 산 투자자들이 큰 손실을 입기도 했다. 이에 크래머는 자신의 방송에서 "내가 실수를 했고 틀렸다"며 "그것은 잘못된 조언이었다"고 사과하기도 했다. 2008년 금융위기 당시에도 크래머는 5대 투자은행 중 하나였던 베어스턴스를 추천했지만 불과 5일 후 베어스턴스가 파산한 적이 있다. 트위터에선 '크래머 트래커'란 닉네임의 한 이용자가 크래머의 추천 주식 현황, 수익률을 추적하는 모습을 보이고 있다.

[차창희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