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24시] '64㎞ 무박 행군' 들어보셨나요
1983년 2월 이병철 삼성전자 창업 회장은 도쿄 선언에서 반도체 산업 진출을 공식화하고 64K D램 개발을 첫 목표로 잡았다. 이에 대해 일본 언론은 "삼성이 64K D램을 만들려면 20년은 걸릴 것"이라며 비웃었다.
조롱과 우려 속에서 이 회장의 선택을 받은 개발자 107명이 팀 구성 후 제일 먼저 한 일은 64㎞ 무박 행군이었다. 필사의 의지를 갖추지 못하면 절대로 일본을 넘어설 수 없다는 절박함으로 출발한 길이었다. 체력이 방전된 직원들에게 이 회장은 "당신의 두 손에 대한민국의 미래가 달려 있다"며 격려했다.
행군을 통해 절박함을 의지로 바꾼 대한민국은 불과 9개월 만에 64K D램 개발에 성공하며 세계를 깜짝 놀라게 했다. 이후 도전을 멈추지 않고 삼성은 글로벌 메모리 반도체 압도적 1위 기업으로 성장하게 된다.
40년이 지난 지금, 대한민국 국회를 보면 당시 개발자들이 가졌던 절박한 마음을 전혀 공감하지 못하고 있는 듯 보인다. 최근 국회가 4개월째 표류하던 '반도체 특별법'에 대한 논의를 뒤늦게 시작했지만 여야는 아직도 뚜렷한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다. 특히 조세특례제한법 관련 논의는 소위가 파행을 반복하면서 꽉 막힌 상태다. 국회뿐 아니라 정부도 마찬가지다. 법안 초안이 요구하는 20% 세액 공제는 어렵다는 입장을 고수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그러는 동안 한국 경제의 버팀목인 반도체 산업은 '사면초가' 위기에 내몰렸다. 미국은 '반도체와 과학법'으로 글로벌 기업들의 투자를 빨아들이고 있다. 일본은 정부가 직접 민간기업과 힘을 합쳐 반도체 기업을 설립하는 등 과거 영광의 재현을 꿈꾸고 있다. 중국마저도 미국의 집중 견제 속에서 글로벌 시장점유율을 늘려나가며 반도체 자립을 최우선 과제로 꼽고 있다. 그사이 한국의 세계 반도체 시장점유율은 1년 새 2%포인트 감소하며 주저앉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반도체법을 볼모로 정쟁에 빠져 시간을 허비하는 국회를 보면서 우리 기업들은 시름하고 있다. 기업이 다시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정부와 국회가 절박한 마음을 가지고 함께해야 한다. 지원 강도와 속도를 늦추면 결국 국가 경제 발전의 발걸음만 느려질 수밖에 없다.
[오찬종 산업부 ocj2123@mk.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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