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 장쩌민 사망이 '제2 톈안먼 사태'로 이어질까 긴장···애도 물결 확산

중국 국기 오성홍기가 1일 베이징 천안문 광장에서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의 사망을 애도하기 위해 조기로 게양돼 있다. AFP연합.

[서울경제]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 사망 이후 온라인을 중심으로 애도 물결이 확산되고 있다. 중국 내에서는 최근 코로나19 방역 정책에 반대하며 반정부 시위로까지 확산된 시민들의 불만이 장 전 주석 사망을 계기로 현 체제에 대한 불만으로 확산될지 모른다는 긴장감이 감지된다. 지난 1989년 톈안먼 사태가 후야오방 총서기의 사망에서 촉발된 만큼 중국 당국은 일반인들의 단체 조문을 사실상 차단하고 나선 상황이다.

1일 중국 소셜미디어(SNS) 웨이보 등에는 장쩌민 타계 소식이 전날에 이어 주요 검색어에 올랐다. 소탈한 이미지의 장 전 주석을 네티즌들은 ‘장할아버지’, ‘어르신’. '위인‘ 등으로 칭하며 애도하고 있다.

홍콩 명보에 따르면 장 전 주석 부고 기사를 실은 중국중앙(CC)TV의 웨이보 계정에는 100만 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네티즌들은 "중국을 변화시킨 당신의 열정을 잊을 수 없다", "최고의 시대를 열었다", "개방의 자유와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 준 분"이라는 등의 헌사를 보내기도 했다.

워싱턴포스트(WP)는 백지 시위에 참여한 젊은 세대 사이에 장 전 주석에 대한 향수가 확산하고 있다고 전했다. 생전 두꺼운 검은 뿔테 안경과 커다란 얼굴이 두꺼비를 닮은 것에 유래해 장 전 주석은 두꺼비로 불렸고 네티즌들은 자신을 ‘하쓰(蛤絲·두꺼비 팬)’라고 칭하며 추모하고 있다. 그의 과거 사진과 동영상 등을 올리며 시진핑 주석에게 볼 수 없는 인간미를 느낀다는 반응을 보이기도 했다.

일각에선 장쩌민의 사망이 최근 중국에서 확산된 백지 시위를 자극할 가능성에 주목하는 분위기다. 지난 1989년 톈안먼 민주화 시위 직전 후야오방 전 총서기의 사망이 도화선이 됐기 때문이다. 후야오방은 1982년 총서기에 오르며 덩샤오핑의 후계자로 꼽혔으나 1986년 발생한 학생시위에 미온적으로 대처했다는 이유로 이듬해 실각했다. 이후 1989년 4월 후야오방이 사망하고 그를 추모하는 물결이 확산되면서 6월 톈안먼 사태가 촉발됐다.

중국 당국은 이 같은 분위기를 우려해 시민들이 모이는 상황을 원천 차단하고 있다. 전날 장례준비위원회는 조문 장소로 재외 공관과 홍콩중앙연락판공실, 마카오중앙연락판공실 등으로 한정해 일반인 조문을 사실상 제한했다. 장례는 5일 고인의 시신을 화장하고 6일 국장 격인 추도대회까지 일정이 밝혀졌으나 톈안먼에서는 조기 게양 외에 별도의 조문은 불가능한 상태다.

이날 외신 등에 따르면 톈안먼 주변에는 경찰 병력이 추가로 배치되는 등 경계가 더욱 삼엄해졌다. 일대를 지나는 사람들의 신분을 일일이 확인하는 등 평소에 비해 순찰이 더욱 강화됐다.

하지만 일부에선 장 전 주석의 추모 세력이 결집하기엔 한계가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그의 업적에 대한 비판도 많은데다 중국 당국이 최근 백지 시위 참여자를 색출해 강력하게 처벌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기 때문이다. 뉴욕타임스 역시 "시 주석의 강력한 보안 통제 아래 장 전 주석의 사망이 중국 정치에 파급 효과를 가져오진 않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베이징=김광수 특파원 bright@sedaily.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