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고 험한 치매 정복...알츠하이머 신약 '레카네맙' 임상3상 결과 엇갈린 평가

박정연 기자 입력 2022. 12. 1. 16: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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학계 "유의미한 수치, 새 치료법 단서" vs "효과 미비, 사망사례 발생"
알츠하이머병 치료제 '레카네맙'의 임상시험 3상 결과가 최근 국제학술지 NEJM에 발표됐다. 게이이미지뱅크 제공

알츠하이머 치매를 늦추는 신약 '레카네맙'을 두고 학계의 엇갈린 전망이 나왔다. 인지력 감퇴를 늦추는 효과가 있다는 임상시험 결과가 나온 가운데 지연 효과가 미미하다는 지적도 나오면서다. 추가 사망 부작용 사례도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레카네맙은 현재 개발 중인 알츠하이머치료제 중 미국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을 가능성이 가장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레카네맙을 공동 개발하는 일본 제약사 에자이와 미국 제약사 바이오젠은 29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뉴잉글랜드저널오브메디신(NEJM)’에 레카네맙 3상 임상시험 결과를 발표했다.

연구진은 알츠하이머 환자 1795명을 투약그룹과 위약그룹으로 나눈 뒤 2주에 한번씩 레카네맙과 위약을 각각 투여했다. 18개월 후 레카네맙을 투여한 그룹은 위약그룹과 비교했을 때 알츠하이머 유발 원인으로 알려진 아밀로이드베타((Aβ) 단백질 축적량이 감소했으며 인지기능 감퇴 속도가 늦춰진 것으로 확인됐다.

투약군중 68%는 아밀로이트베타 단백질이 제거됐으며 임상치매척도(CDR-SB)가 위약군과 비교했을 때 27% 더 높게 개선된 것으로 나타났다. 투약군은 알츠하이머의 진행 정도를 측정하는 점수가 투약 전 평균 3.17점에서 투약 후 1.21점까지 낮아진 한편 위약군은 평균 3.22점에서 1.66점으로 감소폭이 더 적었다.

●학계 엇갈린 평가 "유의미한 결과" vs "수치 감소 미비, 사망사례도 발생"

학계에선 이번 임상시험을 두고 엇갈린 반응이 나온다. 알츠하이머병을 일으키는 원인 중 하나로 여겨지는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이 제거되긴 했지만 제거량 자체는 미미하다는 지적과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을 제거하면서 인지기능 감퇴 효과를 확인해 새로운 치료제 가능성을 열었다는 상반된 평가가 나오고 있다. 

이번 임상시험 결과를 긍정적으로 바라보는 학자들은 알츠하이머 치료의 방향성을 제시했다며 기대감을 표했다.

미국알츠하이머협회는 레카네맙 3상 시험결과에 대한 성명을 통해 “신약이 알츠하이머 초기 단계에 있는 사람들의 질병 진행 과정을 유의미하게 바꿀 수 있다는 것을 확인했다”고 평가했다. 바트 스트루퍼 영국 유니버시티칼리니런던(UCL) 치매연구소장은 전날 가디언에 “알츠하이머 환자들에게 실질적인 치료 방법을 제공하는 첫 번째 약”이라며 “아직까지 임상적인 이득은 다소 제한적으로 보이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더 분명해질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레카네맙의 임상시험 결과가 알츠하이머병의 원인 중 하나로 꼽히는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 가설’을 뒷받침한다는 평가도 나온다. 뇌 속에서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이 사슬처럼 묶이는 ‘올리고머’ 형태가 알츠하이의 원인이 된다는 이 가설은 앞서 지난 7월 핵심적인 관련 논문의 사진 자료 일부가 조작됐다는 의혹이 제기되면서 논란이 일었다.

국내외 전문가들은 "후속 연구를 통해 아밀로이드베타 단백질이 알츠하이머의 원인 혹은 진행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은 입증됐다"고 말하면서도 이 가설을 기반으로 한 치료제가 나오지 않은 점을 한계점으로 꼽기도 했다. 

부정적인 시각의 연구자들은 또 레카네맙의 치료효과를 속단하는 것이 시기상조라고 말한다. 매튜 슈래그 미국 밴더빌트 의대 교수는 30일(현지시간) 국제학술지 사이언스에 “레카네맙을 이용한 치료가 질병을 치료하는 것이라 확신하지 않는다”며 “나의 환자들에게는 신약의 개발을 좀 더 기다리라고 조언할 것”이라고 말했다. 

여기에 최근 투여 환자의 사망사례가 보고되면서 일각에선 논란이 거세지고 있다. 국제학술지 사이언스 지난달 보도에 따르면 레카네맙 임상시험에 참여한 65세 환자가 뇌출혈로 숨졌다. 이 약의 임상시험 중 발생한 두 번째 사망자다. 에자이는 "레카네맙 치료군 중 뇌출혈 발생 비율은 0.6% 정도로 이 약과 연관성이 없다"고 해명했지만 논란은 지속되고 있다.

레카네맙의 상용화는 아직 갈 길이 먼 것으로 여겨진다. 약을 투여하기 적합한 환자를 판별하고 부작용을 지속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인력이 부족하다는 지적이다. 리처드 오클리 영국알츠하이머협회 부국장은 이날 가디언을 통해 이 같이 지적하며 “초기 환자를 겨냥한 레카네맙의 비용효율에 대한 보건당국의 명확한 입장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박정연 기자 hesse@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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