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LANT & EATRH] 꽃과의 대화법

2022. 12. 1. 16: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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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린왕자의 장미꽃을 만날 수 있을까

그림과 텍스트가 말을 대체하고, 1인 가구가 늘어나면서 대화가 점차 줄어드는 세상이다. 간혹 인간들과의 대화에서 한계를 느껴 반려동물, 반려식물 등과 소통을 시도하는 사람들도 늘어나고 있다고 한다. 생각해보니 이런 조짐이 시작된 것은 꽤 오래 되었다.


사람들에게 대화 상대의 폭이 점점 넓어지고 있다. ‘라떼 세대’에는 오직 인간뿐이었다. 때로는 직업상, 이를테면 경주마 선수의 경우 말과 대화를 나눈다. ‘워낭소리’라는 독립영화에서도 보았지만 농부는 농사를 도와주는 황소와 하루 종일 이야기를 나누기도 한다. “힘 좀 내봐. 점심 전에 끝내야 하는데 이렇게 빌빌거려 어떻게 하려고.” 소도 지지 않는다. “움머~” 포효하며 농부의 간청을 들어주지 않는다. 때로는 꿈쩍도 않고 쇠고집을 부리기도 한다. 성질이 난 농부가 간혹 엉덩이를 찰싹 때리기도 하지만 애정 듬뿍 담긴, 그 또한 대화의 일부이다.

요즘 세대는 개나 고양이랑 가장 많은 대화를 나누는 게 확실하다. 퇴근 후 집에 들어가면 고양이가 빨리 들어오지 않고 왜 이리 꾸물대냐며 집사를 공격하기도 한다. 반려견도 훌륭한 대화 상대다. 활동적인 개들은 본의 아니게(?) 크고 작은 사고를 치기도 하는데, 집사가 우르르 야단을 치면 시무룩해진 채 속죄의 표정을 짓기도 한다. 또 산책을 하고 싶으면 집사의 신발을 물고 시위하기도 한다. 이렇듯 반려동물들과 대화를 하게 된 것은 인간에게 큰 행운을 가져다 주었다. 내 생각, 감정, 세상 이슈에 대한 단상 등을 이제 인간과 나누기에 사람들의 가치와 시각은 너무도 다양해지고 복잡해졌다. 그에 비해 반려동물, 식물들은 늘 단순한 태도로 일관하는 습성이 있다. 그들은 자연의 이치를 솔직히 반영하며 살기 때문이다.

혹시 꽃과는 대화를 나눠보았는가. 아직 경험이 없다면 오늘 당장 시도해볼 것을 권한다. 반려동물과 대화를 나누기 위해서는 먼저 대상을 제대로 알아야 한다. 우리 집 고양이는 성격이 온순한지, 장난을 좋아하는지 등을 파악하는 것이다. 학습이 필요한 부분이다. 같이 사는 개가 어떤 성격인지 모르면서 무슨 대화를 나눌 수 있을까. 꽃도 마찬가지이다. 이 꽃의 이름이 무엇인지 종류는 어떤 것들이 있는지, 꽃잎의 색깔은 몇 가지나 되는지, 꽃은 언제 피는지, 수명은 몇 년이나 되는지 정도는 알아야 대화가 연결될 수 있다. 꽃과 매일 대화를 나눠 보시라. 어느날 감정을 감추지 못한 채 솔직한 면을 내보이는 자신을 볼 수도 있다. 이보다 솔직한 대화가 또 어디에 있을까.

이어지지 않는 대화는 사실 큰 의미가 없다. 대화의 본질이 그렇지 않은가. 법정스님 살아생전, 개울가에 핀 용담(용담과의 여러해살이풀)과 대화를 주고받곤 했단다. 한 번은 용담에게 ‘네 방이 궁금’하다며 기회가 될 때 보여달라 간청했다. 다음날 그 용담을 만나러 개울에 가보니 용담이 꽃봉오리를 활짝 열어 안을 보여주고 있었다. 이것은 사실이다. 기적이나 넌센스를 말하는 게 아니다. 너를 알고, 나를 알고 그리고 사랑으로 대화를 반복하면 소통은 물론 원하는 바를 선물받을 수도 있다. 인간이든 고양이든 집에서 함께 사는 꽃이든 진심으로 사랑하고 애정으로 대하면 대화는 완성된다. ‘말할 사람이 없어!’라고 슬퍼할 이유는 없는 셈이다. 진심으로 사랑하고 진심으로 대화할 때, 인간은 우주삼라만상과 수다를 떨며 살 수 있다.

글과 사진 아트만

[본 기사는 매일경제 Citylife 제857호 (22.12.06) 기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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