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 가요, 두꺼비 어르신” 中네티즌 장쩌민 애도…시진핑에 반감 우회 표출도

김희원 2022. 12. 1. 16: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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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국이 지난달 30일 사망한 장쩌민 전 국가주석에 대해 국가적 예우를 갖춰 애도했다. 네티즌들은 그를 희화화하는 놀이 문화를 소환하며 추모하고 있다. 네티즌들 사이에서 장쩌민 애도 물결이 일어나는 것에 대해 일각에선 현 체제에 대한 불만이 담긴 것이란 해석도 나온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덩샤오핑 사망 때와 동급 예우

홍콩 명보에 따르면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와 국무원 등은 장 전 주석 부고를 알리면서 '전당, 전군, 전국 각 민족에게 보내는 서한'의 형식을 채택했다. 

이런 서한을 발표하기는 1949년 중국 공산당 정권 출범 이후 이번이 3번째다. 1976년 9월 9일 마오쩌둥, 1997년 2월 19일 덩샤오핑이 각각 사망했을 때의 부고 형식을 그대로 취한 것이다.

서한은 고인을 “우리 당과 우리 군, 우리나라 각 민족 인민들이 공히 인정하는 숭고한 신망을 누리는 탁월한 영도인, 위대한 마르크스주의자, 위대한 프롤레타리아 혁명가, 정치가, 군사가, 외교가이자 오랜 시련을 거친 공산주의전사”로 표현했다. 이는 덩샤오핑 부고에서 등장했던 것과 같았다.

서한은 또 장쩌민에 대해 “중국특색 사회주의의 위대한 사업의 걸출한 영도자이자 당의 제3대 중앙영도자 그룹의 핵심으로 ‘3개 대표 중요사상(장쩌민 사상)’의 주요 창립자”로 표현했다.

중국 시장경제발전을 이끈 장쩌민 전 국가주석이 30일 백혈병 등 지병으로 상하이에서 치료를 받다 사망했다. 사진은 1992년 10월 19일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완리 전 중국 전국인민대표대회 상무위원장, 덩샤오핑의 딸 덩 룽(맨 오른쪽)이 지켜보는 가운데 88세였던 덩샤오핑(가운데)이 장쩌민 전 총서기(왼쪽)와 대화하고 있는 모습이다. 1989년 유혈 진압으로 막을 내린 톈안먼 사태 이후 덩샤오핑은 장 전 주석에게 총서기와 군사위원회 주석직을 맡겼다. AP연합뉴스
장례위원회의 인적 구성도 덩샤오핑 사망 때와 비슷했다고 명보는 전했다.

시진핑 국가주석을 필두로 한 중국공산당 중앙위원회 위원과 후보 위원, 생존해있는 모든 부총리급 이상의 전직 관리, 중앙위원 및 후보위원이 아닌 각 부처 당 위원회와 국유기업 수뇌부, 홍콩과 마카오 특구 수반, 공산당 이외 정파의 상무 부주석에 더해 장 전 주석을 치료했던 의사 3명과 경호 책임자도 포함됐다.

장쩌민 사망 당일 관영 중앙TV(CCTV) 메인뉴스 신원롄보(新聞聯播)에는 전체 1시간여 방송 시간 중 장 전 주석 사망 관련 소식이 40분간 나온 뒤에야 시진핑 주석 관련 뉴스가 나왔다. 시 주석이 메인뉴스에서 이번처럼 늦게 등장한 것은 최근 10년 동안 처음 있는 일이라고 명보는 소개했다.

이런 최상급 애도 움직임에 대해 명보는 “(고인이 가진) 작금의 중국 정계 영향력이 이미 사라진 터라 그를 성대하게 기리는 것이 현 지도자에게 전혀 영향을 미치지 않기 때문”이라고 분석했다.

사진=로이터연합뉴스
◆‘두꺼비문화’ 소환해 추모…시진핑에 불만 반영

장 전 주석 사망 소식은 지난달 30일 발표되자마자 곧바로 중국 소셜미디어(SNS) 웨이보에서 검색어 1∼3위를 차지했다.

장 전 주석 부고 기사를 실은 CCTV의 웨이보 계정에도 순식간에 100만 개가 넘는 댓글이 달렸다.

웨이보를 포함한 중국 SNS에서 많은 중국 네티즌들은 고인을 ‘장할아버지’, ‘어르신’, ‘위인’ 등으로 칭했으며 ‘가는 길 평안하시라’는 애도를 표했다.

중국 네티즌들은 “중국을 변화시킨 당신의 열정을 잊을 수 없다”, “최고의 시대를 열었다”, “개방의 자유와 아름다움을 느끼게 해준 분”이라는 등의 헌사를 보내기도 했다.

홍콩 더스탠더드는 “수많은 중국 웨이보 이용자들이 장 전 주석의 죽음을 ‘한 시대의 종말’로 표하며 애도하고 있다”며 “일부는 장 전 주석의 죽음을 시진핑 현 주석에 대한 은근한 비판의 기회로 삼는다”고 소개했다.

이어 “장쩌민의 시대는 최고로 번영했던 시대는 아니었지만 좀 더 관대했던 시대다” “나는 그에 대한 많은 비판을 들었다. 하지만 그가 비판적 목소리를 허용한 사실은 칭송받을 만하다” 등의 댓글이  달렸다고 전했다.

지난 2017년 10월 24일 베이징에서 열린 제19차 당대회 폐막식에서 장쩌민(오른쪽) 전 중국 국가주석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팔을 두드리고 있다. AP연합뉴스
장 전 주석이 세상을 떠나기 전부터 권위주의적 성향이 강한 시진핑 국가주석 체제에서 국민들에게 소탈한 아저씨 이미지로 다가왔던 장쩌민에 대한 향수가 중국 사회에 존재했다. 장 전 주석이 권력을 놓은 지 10년여 지난 2015년 중국에서는 장쩌민 ‘숭배 놀이’인 ‘두꺼비 숭배’(膜蛤文化)가 시작되기도 했다.

두꺼운 검은 뿔테 안경, 커다란 입 등 외모 때문에 두꺼비라는 별명을 가진 장 전 주석의 우스꽝스러운 면모를 되짚는 일종의 놀이다.

그간 누리꾼들은 장 전 주석이 공개석상에서 보여준 화통하고 다소 코믹했던 모습을 소환해내며 조롱하고 풍자하는 듯하면서도 그를 ‘어르신’으로 부르며 숭배 놀이를 전개했다.

이들은 장 전 주석이 1996년 스페인을 방문해 후안 카를로스 전 국왕을 만난 자리에서 난데없이 빗을 꺼내 들어 머리를 매만지는 모습이나, 2000년 이스라엘 사해 방문 때 두꺼비 같은 자세로 수영을 즐기는 모습, 바지를 높이 끌어 올려 입는 ‘아저씨 패션’ 등에 열광하며 댓글을 달았다.

이에 대해 일각에선 단순한 유희가 아니라 시진핑 정권에 대한 불만을 우회적으로 표출하는 것이라는 분석도 나온다. 집권 당시에는 인권 탄압과 부패 문제, 불같이 화를 내는 성격 등이 비판의 대상이었지만, 시진핑 체제에 대한 반감이 장쩌민 시절에 대한 향수를 불러일으켰다는 것이다.

김희원 기자 azahoit@segye.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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