反정부 시위 한창 속 날아온 장쩌민 부고…톈안먼 사태 재연될까

최서윤 기자 2022. 12. 1. 11: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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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진핑·중국 공산당, 각별히 주의할 듯…외국 정부 조문 초청 생략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제로 코로나'로 집권 이래 최대 규모 반(反)정부 시위에 봉착한 가운데, 장쩌민 전 주석 사망으로 시위가 더 큰 결집력을 얻을지 예의주시하고 있다. 2022. 11. 16. ⓒ 로이터=뉴스1 ⓒ News1 최서윤 기자

(서울=뉴스1) 최서윤 기자 = 중국 당국이 고강도 방역정책 '제로 코로나' 등으로 반(反)정부 시위에 직면한 가운데 25년 만에 첫 최고지도자 부고가 겹치자 바짝 긴장하고 있다.

현 중국 정치 체제에 가장 큰 위협이 됐던 1989년 톈안먼(천안문) 민주화 운동이 바로 그해 별세한 후야오방 전 공산당 총서기의 장례식 전날 밤 시작됐던 기억 때문이다.

30일(현지시간) 뉴욕타임스(NYT)는 이날 발표된 장쩌민 전 국가주석의 타계 소식이 한창 타오르는 방역 항의 시위 불길에 한 방울 기름이 될 가능성을 여러 각도로 조명했다. NYT는 "고강도 방역 정책으로 비판 받는 시 주석이 어려움에 봉착한 가운데 전직 지도자의 죽음이 중국 국민에게 추모의 장을 제공했다"며 "시 주석은 장쩌민을 어떻게 추모해야 할지 또 다른 딜레마에 빠졌다"고 평했다.

장 전 주석이 톈안먼 사태 강경 진압을 묵인했던 인물인 만큼 '민주화의 상징적 인물' 후야오방과는 결이 다르지만, 임계점에 다다른 방역 불만이 어떤 일을 계기로 자유와 변화를 부르짖는 '운동'으로 확대될 지는 알 수 없다.

중국 공산당원들 앞에서 장쩌민 전 국가주석이 마오쩌둥에게 경의를 표하며 연설하고 있다. 1993.12.26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매체는 우선 "중국 공산당 지도자들의 죽음은 언제나 정치적 연극의 순간"이며 "특히 지금은 1989년 장쩌민 집권 이래 좀처럼 볼 수 없던 규모의 대중적 저항의 물결이 흐르고 있어 더욱 그렇다"고 관측했다.

현재 수도 베이징과 상하이, 청두 등 중국 주요 도시에서는 주말인 지난 27일부터 제로 코로나 정책에 항의하는 시위가 벌어지고 있다.

시위대 일각에선 민주화, 언론 자유, 검열 종식 심지어 시 주석과 공산당 퇴진이라는 구호까지 나왔다. 이에 중국 당국은 중무장한 경찰과 공안을 배치하고 만반의 진압 태세를 갖춘 채 상황을 예의주시해온 터다.

2022년 11월 28일(현지시간) 중국 베이징에서 정부의 고강도 제로 코로나19 봉쇄 정책에 항의하고 우루무치 화재 희생자를 추모하는 주민이 “봉쇄 해제하라” “시진핑 물러나라” 는 구호를 외치며 밤샘 시위를 하고 있다. ⓒ AFP=뉴스1 ⓒ News1 우동명 기자

이런 가운데 30일 발표된 장 전 주석의 부고 소식이 시위 기폭제가 될까 중국 당국은 발빠르게 대비에 나섰다.

장 전 주석의 타계 소식이 전해지고 몇 시간 뒤부터 소셜미디어 웨이보 검열이 빠르게 시작됐다. 특히 뉴스 관련 댓글을 제한했는데, 이는 댓글이 시진핑 국가주석과 공산당에 대한 비판으로 번지는 걸 막기 위한 것으로 보인다고 NYT는 진단했다.

일례로 웨이보 상에는 '타이타닉'이란 단어를 포함한 댓글이 '좋아요' 수만 개를 받은 뒤 삭제됐다. 덩샤오핑의 개혁·개방 정책을 계승한 장 전 주석은 재임 시절 인권변호사, 상업뉴스아웃렛, 반체제 인사, 자유주의 성향 학자들의 여론 참여를 허용하는 등의 행보를 보였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바로 1997년 헐리우드 영화 타이타닉 개봉을 허용한 것이었다.

중국 근현대사에서 좀처럼 드문 굵직한 민중 시위는 주로 타계한 지도자 추모와 맞물려 일어났다.

1989년 민주주의와 자유를 요구하며 톈안먼 광장에 모인 중국 시민들. ⓒ AFP=뉴스1 자료사진

1976년 국무원 만년 총리 저우언라이의 별세는 당국의 국장 미추진에 반발한 민중의 자발적 참여로 톈안먼 광장에 200만 군중이 운집하는 집회(4.5민주운동)로 비화했다. 이 때부터 톈언먼 광장이 '민중의 저항을 담아내는 공간'으로 인식됐다는 평가다.

1978년 '톈안먼 민주장 운동'으로 다시 한 번 광장에 모인 시민의 힘을 확인한 민중은 1989년 후야오방 장례식을 계기로 '톈안먼 민주화 운동'을 시작, 당국을 긴장케 했다.

코로나19 팬데믹 3년간 이어진 당국의 무차별 통제에 폭발한 민심이 장쩌민 전 주석 추모와 결집돼 조직력 있는 대규모 시위로 거듭날 지를 두고는 전문가들의 예측도 엇갈린다.

토론토대 뭉크스쿨 정치학 부교수이자 중국 전문가인 리넷 H. 옹은 "장쩌민은 결코 후야오방만큼의 대중적 인기를 누린 적 없지만, 그를 추모하는 과정에서 사람들이 모이고 애도할 명분이 상기면서 잠재적으로 더 큰 (민중) 분노를 촉발할 가능성이 있다"고 봤다.

1981년부터 1987년 1월까지 중국 공산당 중앙위원회 총서기를 지낸 후야오방. 게티이미지.

월리 워랩 램 제임스타운재단 선임연구원은 "시 주석의 강력한 보안망 하의 현 중국에선 톈안먼 사태의 재발 가능성은 극히 낮은 것 같다"며 "장쩌민의 죽음은 중국 정치에 별다른 파급 효과를 내지 못할 것"이라고 일축했다.

중국 작가 겸 역사학자 장 리판은 오히려 "시 주석은 현재 자신이 처한 고립 상황을 타개하는 데 장 전 주석의 추도식을 활용할 것"이라며 "이번 건이 6월 4일(1989년 톈안먼 민주화 운동 발생일) 악몽을 되살릴지 여부는 두고 볼 일"이라고 말했다.

일단 중국 공산당은 시 주석을 위원장으로 하는 장례위원회를 꾸리고 장례 준비에 들어갔다. 위원회에는 리커창 총리, 리잔수 전국인민대표대회(전인대) 상무위원장, 왕양 전국인민정치협상회의(정협) 주석 등 최고지도부를 포함해 총 689명이 참여한다.

장 전 주석이 권좌에서 내려온 2005년부터 시 주석이 집권한 2013년 사이 군림했던 후진타오 전 주석도 장례위 명단에 이름을 올렸다.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전국인민대표대회에서 장쩌민 전 중국 국가주석이 후임인 후진타오 당시 신임 국가주석과 속삭이며 대화하고 있다. 2003.03.15 ⓒ 로이터=뉴스1 ⓒ News1 권진영 기자

무엇보다 장례위는 "중국 관례에 따라 외국 정부와 정당, 우호적 해외 인사나 조문단 및 대표단을 직접 중국 현지 추도회에 초청하지는 않는다"고 관영 신화통신을 통해 전했다.

장 전 주석의 장례는 국장으로 치러지겠지만, 중국 공산당은 고인의 이념과 현재 당이 추구하는 바의 일치 여부에 따라 전직 지도자의 장례식을 치르는 만큼 이번 장례의 규모와 방식에 국제사회의 관심이 쏠리고 있다.

sabi@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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