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럼>中 ‘백지 시위’와 금 가는 시진핑 독재

2022. 12. 1. 11: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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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 세계적인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추세를 정면으로 부정하면서 '나 홀로 제로(0)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는 중국 시진핑 정권이 인민의 저항에 부닥쳤다.

중국인들은 그동안 정부가 강조하는 '과학적 방역을 통한 완벽한 코로나 제로'와 제20차 공산당 대표대회의 안정적인 개최에 협조하면서 순순히 통제에 따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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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준영 한국외국어대 교수, HK+국가전략사업단장

전 세계적인 ‘위드 코로나(with Corona)’ 추세를 정면으로 부정하면서 ‘나 홀로 제로(0) 코로나’ 정책을 고수하는 중국 시진핑 정권이 인민의 저항에 부닥쳤다. ‘백지(白紙) 혁명’으로까지 불리는 이번 항의 시위는 전국 10개 이상의 도시에서 동시다발적으로 발생했다. 2019년 홍콩 보안법 시위 당시 중국 당국의 검열과 사진 촬영으로 인한 체포와 구금을 피하기 위해 아무런 글자도 그림도 없는 백지로 대응하겠다면서 출현했던 백지 시위는 당국의 통제에 대한 무언의 저항을 의미한다.

지난 3년간 중국 특유의 공권력을 활용한 지나친 봉쇄정책으로 피로감이 극도에 이르고 민생이 피폐해지자 1989년 톈안먼(天安門) 사태 이후 처음으로 ‘공산당 타도’ ‘시진핑 하야’ 등 정권에 대한 직접적인 도전으로까지 구호가 바뀌는 중이어서 심각성이 커지고 있다. 반복되는 격리와 봉쇄, 하루가 멀다 하고 받아야 하는 유전자 증폭(PCR) 검사로 인해 정상적인 일상생활은 물론 생계마저 위협받고 있기 때문이다.

이번 시위는 그동안 당국의 제로 코로나 통제에 순응해 온 일반인들이 거리로 나섰다는 점에서 3연임에 성공한 시진핑 체제에 상당한 부담이 될 수밖에 없다. 중국인들은 그동안 정부가 강조하는 ‘과학적 방역을 통한 완벽한 코로나 제로’와 제20차 공산당 대표대회의 안정적인 개최에 협조하면서 순순히 통제에 따랐다. 하지만 당 대회 후에도 완화 조짐이 보이지 않자 부당한 방역을 구실로 한 통제에 더는 순응하지 않겠다는 적극적인 의사표시를 하고 나섰다.

특히, 중국의 대학생 등 젊은 청년들이 ‘백지’ A4용지를 들고 ‘민주법치와 자유’ 등의 구호를 외치며 국제공산주의 운동을 주창하는 ‘인터내셔널가’를 불렀다. 이게 ‘사회주의 중국’이냐 하는 역설이다. 코로나 정책에 대한 반대가, 과거 지식인들이나 반체제 인사 중심에서 일반 대중이 참여하는 반정부·반시진핑이라는 이데올로기적 저항으로 확산되고 있는 것이다. 이들은 정부가 통제에만 열중할 뿐 인민들을 언제 코로나에서 해방시킬 것인지에 대해선 관심이 없다며, 코로나 방역을 빙자해 정치 안정과 사회 통제를 위한 통제가 아니었느냐고 항의하는 것이다.

중국 당국이 제로 코로나를 고집하는 데는 분명한 이유가 있다. 우선, 지방의 소도시나 농촌 지역은 거의 코로나에 대한 무방비 상태에 가까울 만큼 의료 체계가 붕괴 상태이고 백신 접종률은 절반에도 못 미친다. 대도시 방역비만도 우리 돈으로 연간 320조 원이 넘는다. 막대한 기회비용을 치르더라도 시진핑식 방역의 우수성을 강조하고 싶은 중국적 조급함이 경제적 손실과 공급망의 손상에 따른 국제적 비판과 우려를 무시한 무차별적 봉쇄로 이어진 것이다.

물론 이러한 항의와 시위 행동이 시진핑 체제나 공산당 정권을 실질적으로 위협하기는 어렵다. 중국 유일의 정치 실체인 공산당은 누구도 도전할 수 없는 막강한 공권력과 사회 통제 기제를 갖고 있기 때문이다. 정치 안정은 힘만으로는 이룰 수 없다. ‘3척 얼음은 하루 추위로 얼지 않는다’(氷冬三尺非一日之寒)는 속담처럼, 중국 당국이 정부 정책의 정당성을 강조하면서 민생의 목소리를 무시한다면 중국 정치의 또 다른 불행이 될 수 있음은 역사가 웅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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