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롤은 상체 게임 되는 거야?" 프리 시즌 중간 점검

서동규 객원기자 2022. 12. 1. 11:3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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탱커 빼고 행복한 탑 라인, 입문이 쉬워진 정글
2023 프리 시즌에 첫 선을 보인 '정글 동료' 

DRX의 소년 만화 엔딩으로 끝난 올해 롤드컵 무대를 기억하시나요. 해설진들이 밴픽 과정에서 입이 닳도록 한 말이 있습니다. '바텀 주도권'이라는 단어죠. 그만큼 시즌 12에서 바텀 라인 영향력이 어마어마했습니다.

그래서인지 이번 프리 시즌은 솔로 라이너들의 영향력을 강화하기 위한 패치가 이뤄졌죠. 탑, 미드 라인 영향력 강화, 정글 포지션 대대적 변경, 신규 아이템 등 유저들이 일컫는 '상체'에 큰 변화를 만들었습니다.

벌써 프리 시즌으로 넘어온 지 2주가 지났는데요, 다양한 빌드와 함께 다시금 소환사의 협곡에 새로운 메타가 찾아오는 바람이 불고 있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상승세는 '브루저' 챔피언들입니다.

본대에 합류하지 않고 사이드로 이동해 지속적으로 미니언을 처치하며 성장하는 '스플릿 푸시' 전략에 강점이 있는 챔피언 활약이 두드러집니다. 이 강점을 지닌 챔피언들이 패치 후 높은 상승세를 기록하고 있어요.

오래 전 협곡을 떠났던 '화학공학 드래곤'이나 '쇼진의 창', '영겁의 지팡이'같은 반가운 얼굴들이 돌아오기도 했습니다. 과연 지금 프리 시즌은 어떠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을까요. 현재 소환사의 협곡을 함께 점검해 봅시다.

 

■ 워너비 아이템으로 재탄생한 '굶주린 히드라'

- 인생 역전을 이루어 낸 굶주린 히드라입니다 (출처: LOL.PS)

프리 시즌 아이템을 이야기할 때 '굶주린 히드라'가 빠질 수 없습니다. 이전과 변경된 점은 '육식' 효과가 추가됐다는 사실입니다. 육식은 미니언을 처치할 때마다 공격력과 생명력 흡수 효과를 올려주는 스택을 획득하는 효과예요.

이를 통해 스플릿 운영을 하는 챔피언들은 미니언만 처치해도 자연스럽게 강해집니다. 굶주린 히드라의 가격은 3400골드, 전설 아이템 중에서도 비싼 편에 속합니다. 과연 굶주린 히드라는 이만한 가격을 지불하고 구매할 가치가 있을까요. 

롱소드 공격력 1은 35골드, 콜필드의 전투 망치를 통한 스킬 가속 1은 22.5골드, 흡혈의 낫으로 얻는 생명력 흡수 1은 53.5골드 가치입니다. 스택을 최대로 쌓은 굶주린 히드라는 공격력 85, 모든 피해 흡혈 14%, 스킬 가속 20을 제공합니다.

이미 공격력만으로 2975골드 가치를 보이며 스킬 가속으로 450골드, 생명력 흡수 효과로 749골드 가치가 더해지죠. 심지어 모든 피해 흡혈이기에 실제 가치는 더욱 높습니다. 4174골드 능력치를 제공해 주고 라인 클리어가 부족한 챔피언들의 단점마저 상쇄해 주니 연구를 안 해볼 수가 없습니다.

아이템 체급에 힘입어 굶주린 히드라와 궁합이 좋은 챔피언들의 가치도 덩달아 올라갔습니다. '피오라', '아트록스', '카밀'같은 챔피언들이 기분 좋은 상승세를 보여줍니다. 기존에 굶주린 히드라를 가지 않던 챔피언들도 연구를 하고 있으니 소환사의 협곡은 '굶드라 오브 레전드'라고 불러도 될 정도입니다. 

- 미드부터 원딜까지, 굶주린 히드라가 없는 게임을 목격하기가 힘들 정도입니다

 

■ 탑 "잘 성장한 브루저가 게임을 지배한다"

- 브루저가 뚜렷한 강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이번 패치의 가장 중요한 특징 중 하나입니다. '단독 공격로 경험치 증가'죠. 게임 내에서 챔피언이 레벨 업을 할 때 얻을 수 있는 가치는 약 400골드가 넘습니다. 특정 레벨까지 도달하면 굉장히 강력해지는 챔피언도 존재하는 만큼 레벨 가치는 설명하기 입이 아플 정도입니다.

2인 공격로가 얻는 경험치는 그대로라서 같은 시간대여도 원거리 딜러가 탑 라이너와 2, 3레벨 차이가 나는 경우를 흔히 볼 수 있죠. 따라서 미니언을 효율적으로 정리하는 능력이 중요합니다. 이를 '라인 클리어'라고 부르죠.

라인 클리어가 빠를수록 상대보다 빠르게 경험치와 골드를 얻을 수 있는 건 당연합니다. 상대가 미니언을 처치할 동안 자유롭게 행동할 수 있기 때문에 상대방에 비해 주도권을 가져올 수 있는 장점도 있습니다.

기존 라인 클리어가 부족하던 챔피언들도 환골탈태시켜줄 수 있는 아이템이 이번 패치에 등장했으니, 바로 앞서 강조한 굶주린 히드라입니다. 이를 통해 스킬과 기본 공격으로 간단하게 라인을 정리할 수 있죠.

당연히 굶주린 히드라와 상성이 좋은 챔피언들의 티어가 상승했습니다. 피오라, 아트록스, 카밀 같은 챔피언이 대표적입니다. 필요한 능력치를 모두 제공하며 높은 효율을 가졌기에 해당 챔피언들 말고도 굶주린 히드라와 어울리는 챔피언들에게 날개를 달아주었습니다. 특히 피오라는 현재 압도적인 성적을 보여주고 있는 챔피언 중 하나예요.

반면 탱커들은 완전히 의기소침하졌습니다. 분명 탑 라인, 그중에서도 탱커를 위한 개선이 다수 있었는데 참 아이러니하죠. 탱커가 약해진 이유는 여러가지입니다. 가장 치명적인 건 현재 메타 챔피언들이 모두 탱커를 상대하기 좋다는 사실이죠.

라인 클리어가 비교적 느리고 팀원과의 호흡이 잘 맞아야 하기에 솔로 랭크에서 더욱 기피됩니다. 다음 패치 탱커 챔피언들의 상향이 예고되어 있으니 어쩔 수 없이 기다려야겠네요. 

'몰락한 왕의 검'과 '해신 작쇼'를 같이 구매하는 딜탱 빌드도 연구되고 있습니다. '이렐리아', '워윅', '야스오'같은 챔피언들이 안정성과 딜링을 모두 챙기기 좋은 빌드로 활발한 연구가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확실히 지난 시즌에 비해 탑 라인이 행사할 수 있는 영향력이 강해졌습니다. 탑에서 불꽃 튀는 싸움을 끝낸 후 허무하게 게임이 끝나는 빈도가 줄어들었어요. 팀의 든든한 상체가 되어주고 싶다면 탑 라이너를 준비하는 것도 좋은 선택입니다.

- 몰락·작쇼 빌드 설명 [출처: 유튜브 P.S 프로관전러]

 

■ 정글 "나도 이제 칼날부리 잘 잡을 수 있는거야"

- 정글 동료가 정글러들의 캠프 처치에 힘을 실어주었습니다

이번 패치 핵심은 정글입니다. 라이엇게임즈는 강타 메커니즘 변경부터 정글 동료의 추가, 해당 포지션에 존재하는 진입 장벽을 완화하는 것이 목표라고 말했죠. 결론부터 말하면 진입 장벽 완화에는 성공했습니다.

상위 티어를 기준으로 나타나는 정글 동선 가이드, 협곡 바위게 등장 시간 조정으로 인해 기존에 비해 시간적으로 여유가 많이 생겼죠. 캠프 2개를 한 번에 처치하던 테크닉도 역사 저 편으로 사라졌습니다.

칼날부리나 돌거북같이 다수의 몬스터가 등장하는 캠프도 처치가 쉬워졌습니다. 광역 공격이 없는 챔피언은 해당 캠프를 처치하기 곤란했는데 정글 동료가 광역 공격을 해주기에 큰 도움이 됩니다.

아군 진영 정글 몬스터에게 입히는 피해가 20% 증가했기에 빠르게 캠프를 처치하고 갱킹을 갈 수 있는 챔피언들의 티어가 올라왔습니다. 카정을 갈 때는 피해량 증가가 없기에 처치에 시간이 더 걸리죠. 갱킹을 성공시켰을 때의 리턴이 크게 다가옵니다.

이번에 추가된 정글 동료들도 눈여겨볼 필요가 있습니다. 평균적으로 가장 좋은 성적을 보여주는 것은 '이끼쿵쿵이'입니다. 완전히 성장하면 강인함과 둔화 저항을 제공하는 보호막을 얻을 수 있어 안정성이 높아져요.

대부분의 정글러가 익숙해지면 바위게 등장 시간에 맞춰 모든 캠프를 처치하고 4레벨인 상태로 대면할 수 있습니다. 물론 버프 몬스터 2마리와 두꺼비를 빠르게 처치하고 3레벨 갱을 시도하는 일명 '벞벞두'도 여전히 라이너들의 허를 찌를 수 있기에 좋습니다.

강타의 피해량이 이제 1200까지 증가하여 예전 오브젝트 싸움에서 "900… 900"을 외치던 정글러도 더 이상 볼 수 없습니다. 이제는 1200을 외치는 정글러들을 볼 수 있겠네요.

기존 정글러라는 포지션에서 어려운 부분들을 완화시키고 입문하기 쉽게 바꿔놓은 패치입니다. 정글 포지션을 연습할 생각이 있다면 모두가 프리 시즌에 적응하고 있는 지금이 바로 적기가 아닐까요.

- 정글 동료로 인해 사일러스 정글 같은 챔피언들도 볼 수 있습니다

 

■ 미드 "경험치 늘려줄게, 대신 골드는 줄인다" 

- 경험치에 대한 혜택은 받았어도 골드 수급은 견제를 받았습니다

잘 성장한 미드 라이너는 늘 공포의 대상입니다. 미드 라인도 이번 패치 단독 공격로 경험치 증가 혜택을 누릴 수 있죠. 라인이 짧고 합류하기가 좋은 미드 특성상 다른 라인에 비해 골드를 빨리 모을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견제로 14분 이전 미드 라인에 등장하는 미니언들은 1골드를 적게 지급합니다.

예전부터 게임을 즐겼던 유저라면 반가운 얼굴이 보입니다. 유저들이 '로아'라는 별명으로 불렀던 '영겁의 지팡이'가 돌아왔습니다. 더욱 강력한 효과를 지닌 채 말이죠. 10분 동안 중첩을 쌓는 콘셉트는 여전하지만 이제 10중첩을 쌓을 경우 레벨이 1 증가하고 중첩 효과가 50% 증가하는 파격적인 효과를 가지고 왔습니다.

특히나 미드 라이너 중 '약속의 16레벨'이라고 불리는 '카사딘' 행보가 기대됐는데요. 아쉽게도 카사딘은 현재 좋은 성적을 보여주지 못하고 있습니다. '제드'나 '탈론'같은 암살자 챔피언들이 굶주린 히드라와 좋은 상성을 보여주기 때문에 카사딘이 주도권을 잡을 수 없기 때문이죠.

제드는 현재 훌륭한 성적을 보여주고 있습니다. 굶주린 히드라와의 상성이 좋고 스플릿 운영으로 인해 레벨 우위를 잡기도 쉬워졌죠. 여러모로 제드가 간접적인 이득을 취하고 솔로 랭크의 든든한 미드 라이너로 자리 잡았습니다.

'신드라'와 '애니비아' 또한 호조입니다. 신드라는 패시브 스킬로 인해 레벨이 오를수록 전성기가 빠르게 다가오고 경험치 증가의 혜택을 톡톡히 받았죠. 애니비아는 영겁의 지팡이로 인해 안정성과 딜링을 모두 챙길 수 있게 변했습니다. 과거부터 애니비아와 궁합이 좋은 아이템이었죠.

시스템의 허점을 파고든 '2강타 미드 정글 스왑' 전략도 생겼습니다. 난도가 굉장히 높지만 충분한 이해도를 바탕으로 운영한다는 가정 하에 확실한 리턴을 가져다줍니다. 프로 게이머 '도인비' 선수도 랭크 게임에서 시도한 경기가 있을 만큼 가능성이 있는 빌드입니다.

- 2강타 스왑 전략 설명 [출처: 유튜브 P.S 프로관전러]

 

■ 바텀 "더 이상 무지성 의존은 없다"

- 바텀 라인에 큰 변화는 없었습니다

프리 시즌 패치의 목적 중 하나는 '상단 공격로 영항력 강화'입니다. 이로 인해 바텀 라인 관련 패치는 상대적으로 적은 편입니다. 바텀 라인은 라인전 단계에서 게임의 변화를 눈치채기 어려울 정도예요.

그러나 패치의 영향을 안 받을 수는 없는 법, 바텀에도 변화의 바람이 찾아왔습니다. 가장 눈에 띄는 점은 '유틸형 서포터'의 상승세예요. 상단 공격로의 영향력이 늘어났으니 이를 보좌해 줄 수 있는 서포터의 가치가 올라갔습니다. '유미'나 '카르마'같은 챔피언이 대표적이죠.

그로 인해 라인전에서 유틸형 서포터들을 상대로 우위를 점하기 위해 '블리츠크랭크'나 '노틸러스'같은 챔피언도 등장했습니다. 이런 상황에서 롤드컵에서 '베릴'선수가 보여준 '하이머딩거'서포터가 이들을 상대로 완벽히 우위를 점할 수 있어 더 이상 하이머딩거에게 서포터는 어색한 포지션이 아니게 됐죠.

마치 가위바위보를 보는 듯한 서포터들의 생태계 속에서 원거리 딜러들은 큰 변화가 없었습니다. 이번에 효과가 변경된 '나보리 신속검'은 특정 챔피언들에게 어울리는 효과지만 말 그대로 특정 챔피언일 뿐입니다. 범용적 아이템으로 사용하기는 힘들어 보입니다.

'나보리 신속검'과 유틸형 서포터에서 강점을 얻을 수 있는 원거리 딜러가 하나 있죠. 바로 '루시안'입니다. 특히 '나미'와의 시너지가 매우 좋아요. 전통의 강호로 불리는 '루나미'듀오는 프리 시즌에서도 강한 파괴력을 자랑합니다.

라인전을 정상적으로 끝마쳐도 미니언 경험치의 차이로 인해 단독 공격로와의 레벨 차이를 게임마다 감수해야 합니다. 따라서 이전처럼 "결국 원거리 딜러가 캐리 하네"같은 상황이 나오기 전 위험 부담이 높아졌습니다.

여전히 잘 성장한 원거리 딜러는 위협적입니다. 이전에 비해 영향력을 잃었을 뿐, 바텀에서 주도권을 잡으면 게임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습니다. '드래곤'주도권이 생기기 때문이죠. 주도권을 잡아도 이번 패치로 인해 다른 라인에 비해 전성기가 늦게 찾아오는 편입니다.

'얼어붙은 건틀릿'이 신화 아이템에서 전설 아이템으로 변경됬기에 추억의 '얼건 이즈'를 시도하는 유저들도 많아졌습니다. 당장은 추천하기가 어려운 성적이긴 합니다. 아직은 추억 속에 남기는 편이 좋아 보입니다.

- 얼어붙은 건틀릿 이즈리얼은 아직 시기 상조인 것 같습니다

 

■ 다음 패치 "꿀이 얼마 남지 않았다"

- 공개된 12.23패치 내역입니다

12.23 패치의 대상자도 공개됐습니다. 눈여겨볼 점은 정글 시스템의 추가 조정과 굶주린 히드라의 하향입니다. 약한 모습을 보이던 탱커 챔피언들도 대거 상향해 "이래도 탱커 안써"라는 의도가 보이네요.

정글 동료는 지금보다 약해집니다. 전체적인 대미지가 줄어들었고, 이끼쿵쿵이는 보호막 파괴 후 강인함과 둔화 저항 지속 시간이 줄어들며 유일하게 직접적인 하향 조정을 받았습니다.

굶주린 히드라도 중첩으로 얻을 수 있는 모든 피해 흡혈이 사라지며, 고유 지속 효과인 '쪼개기'의 대미지가 감소합니다. 분명 뼈아픈 하향이지만 굶주린 히드라가 워낙 좋은 모습을 보여준 아이템이기에 추이를 지켜봐야 할 것 같습니다.

암울한 시기를 보내고 있는 '제리'의 리워크도 예고되어 있습니다. 패시브와 궁극기까지 모든 스킬에 변경점이 있습니다. 해당 패치로 소환사의 협곡에 다시금 제리의 소리가 들릴지 기대됩니다.

유저들이 프리 시즌에 점점 적응하고 있는 지금 다른 유저들보다 정보를 많이 가지고 있는 것이 유리하죠. 남은 기간 동안에도 달라진 소환사의 협곡에 익숙해지며 의미 있는 게임이 되기를 바랍니다.

presstoc01@gmail.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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