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년 만에 한국 온 마룬5, 강추위 날린 열광의 90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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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마지막 날인 30일 밤 8시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
휴대전화에 뜬 기온은 영하 6도, 체감온도는 영하 11도였다.
이날 갑자기 찾아온 강추위에 2만2000명의 관객은 칼바람을 헤치며 공연장을 찾았다.
밤 8시20분, 미국 팝밴드 마룬5의 내한공연 '마룬5 라이브 인 서울'이 열리자 후끈한 열기와 함께 환호성이 이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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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의 마지막 날인 30일 밤 8시 서울 구로구 고척스카이돔. 휴대전화에 뜬 기온은 영하 6도, 체감온도는 영하 11도였다. 이날 갑자기 찾아온 강추위에 2만2000명의 관객은 칼바람을 헤치며 공연장을 찾았다.
밖은 살을 에는 영하의 날씨였지만 공연장 안 온도는 사뭇 달랐다. 밤 8시20분, 미국 팝밴드 마룬5의 내한공연 ‘마룬5 라이브 인 서울’이 열리자 후끈한 열기와 함께 환호성이 이어졌다. 검은 재킷을 입고 나온 보컬 애덤 러빈은 중간에 재킷을 벗어 던지며 열대 감성의 트로피컬 셔츠 차림으로 변신했다.
처음은 그 유명한 휘파람으로 시작하는 노래였다. ‘무브스 라이크 재거’. 휴대전화 광고 음악으로 쓰이면서 국내에도 잘 알려진 이 노래는 자신을 롤링스톤스의 믹 재거 같은 사람이라고 자랑하며 이성을 유혹하는 내용이다.
이어 마룬5는 ‘디스 러브’, ‘스테레오 하츠’, ‘애니멀스’, ‘왓 러버스 두’ 등 쉴 새 없이 히트곡을 뿜어냈다. 이후 러빈은 한국말로 “안녕하세요. 감사합니다”라고 인사한 뒤 “우리는 여러분과 함께 노래 부르는 이 순간을 사랑한다”고 소감을 전했다. 러빈이 ‘페이폰’을 어쿠스틱 버전으로 부르며 “휴대전화 불빛을 켜달라”고 말하자, 공연장은 불빛의 향연으로 변신했다.
러빈은 중앙무대와 돌출무대를 바쁘게 뛰어다니며 관객과 호흡했다. 그는 노래 중간중간 관객에게 “다 같이 불러달라”고 외치며 호응을 유도했다. 스탠딩석부터 좌석까지 꽉 채운 팬들이 ‘떼창’으로 화답하자 러빈은 엄지를 치켜세우며 ‘엄지척’을 하기도 했다.
하이라이트는 무대 영상에 붉은 해가 떠오르며 시작한 ‘선데이 모닝’이었다. 우리나라에서 큰 인기를 끈 이 노래는 일요일 아침에 연인을 그리워하는 내용을 그렸다. 피제이 모턴이 연주하는 강렬한 키보드 사운드의 전주가 흘러나오자 고척돔은 2만여 관중의 떼창으로 가득 찼다. 관객은 별 모양 야광봉을 흔들고, 휴대전화 조명을 켜며 호응했다.
이날 ‘걸스 라이크 유’ 무대에선 피처링으로 참여했던 래퍼 카디 비가 영상으로 등장해 눈길을 끌었다. 2012년 싸이의 ‘강남스타일’을 누르고 7주 연속 빌보드 ‘핫 100’ 1위를 차지한 ‘원 모어 나이트’도 들려줬다.
관객의 앙코르 요청에 다시 오른 무대에서 러빈은 ‘데이라이트’와 친구이자 매니저를 추모하는 곡인 ‘메모리스’를 노래했다. 이어 “한번도 이 곡을 연습하지 않았다”고 농담을 던지며, 영화 <비긴 어게인>에서 부른 ‘로스트 스타스’를 불렀다.
마룬5는 공연 마지막을 장식한 ‘슈가’까지 22곡을 90여분 동안 쉼 없이 부른 뒤 “그리울 것이다. 좋은 밤 보내시라”고 마지막으로 인사했다. 코로나 팬데믹 이전인 2019년 고척돔 내한공연 이후 4년 만에 같은 곳에서 다시 펼친 무대의 감흥은 모든 걸 코로나 이전으로 되돌린 듯했다.
정혁준 기자 june@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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