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정부만 바라보는 금융사, 생존력 스스로 높여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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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 침체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자금경색이 겹치며 PF 사업을 공격적으로 벌였던 금융회사들이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
정부가 사실상 부동산 PF 사업을 공격적으로 펼친 금융사를 살리기 위한 맞춤형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정부가 세금을 투입하면서 시장 안정에 나선 것은 금융사 하나를 살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금융 시스템의 붕괴를 막기 위한 것이다.
정부의 지원이 당연시 되다 보면 금융사들은 위기가 도래해도 결정적인 순간에 정부의 개입이 있을 것이라는 '암묵적 믿음'을 가질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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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동산 시장 침체에 프로젝트파이낸싱(PF)발 자금경색이 겹치며 PF 사업을 공격적으로 벌였던 금융회사들이 ‘줄도산’ 위기에 처했다. 올해 초부터 금융 전문가들은 “부동산 시장 침체가 예상된다”며 부동산 PF 사업의 부실 가능성에 대해 경고했다. 부동산 PF는 부동산 개발로 벌 미래의 수익을 담보로 미리 돈을 빌리는 금융 기법인 탓에 부동산 경기 영향을 크게 받는다. 부동산 PF 기업의 위험 관리를 강화하라는 신호는 계속 나왔지만, 이를 무시한 금융사들은 금융시스템 안정까지 위협하는 존재가 돼버렸다.
결국 정부가 구원투수로 등판했다. 금융당국은 단기자금 시장 안정을 위해 ‘50조원+α’ 유동성 공급에 나섰다. 국내 대형 증권회사들이 참여하는 중소형 증권사를 위한 자산유동화기업어음(ABCP) 매입 프로그램도 가동됐다. 정부가 사실상 부동산 PF 사업을 공격적으로 펼친 금융사를 살리기 위한 맞춤형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금융당국 수장들은 잇따라 유동성 지원을 받는 금융사에 대해 “단기적인 성과에 집착했다”고 비판했지만, 이들에 대한 지원은 해야 했다. 대형 증권사를 중심으로는 “다른 회사가 리스크 관리를 제대로 하지 않을 걸 왜 우리가 떠안아야 하는지 모르겠다”라는 볼멘소리가 나오기도 했다.
정부가 세금을 투입하면서 시장 안정에 나선 것은 금융사 하나를 살리기 위한 것이 아니라 금융 시스템의 붕괴를 막기 위한 것이다. “은행만이 아니라 가계, 기업, 은행은 한 줄로 쌓은 벽돌과 매우 비슷해서 하나가 무너지면 나머지 전부가 위험해진다”라는 미국의 경제학자 올리버 M.W. 스프라그의 이야기는 정부가 지원에 나선 이유를 함축적으로 보여준다.
문제는 ‘도덕적 해이’다. 정부의 지원이 당연시 되다 보면 금융사들은 위기가 도래해도 결정적인 순간에 정부의 개입이 있을 것이라는 ‘암묵적 믿음’을 가질 수 있다. 이러한 믿음은 결국 금융사의 안이한 리스크 관리로 이어져 그 피해는 국민이 고스란히 떠안는 결과를 초래한다.
1980년대 일본에서도 정부의 지원을 굳게 믿은 은행들이 손실을 전 사회에 떠넘긴 사례가 있다. 당시 일본 시중은행들은 빠른 속도로 예금과 대출, 자본금을 확대해 세계 10대 은행 중 7~8개를 차지할 정도로 성장했다. 1990년대 초 부동산 가격과 주가가 무너지면서 세계적인 반열에 올랐던 일본 시중은행들은 업무중단, 파산, 채무상환 불능 상태까지 빠졌다. 그러나 이들 은행은 일본 정부가 예금자의 금융손실을 막아 줄 것이란 암묵적인 믿음을 바탕으로 영업을 지속했다.
정부의 개입이 불가피하다면 금융권의 도덕적 해이를 방지하기 위한 조처를 해야 한다. 금융사는 리스크에 대한 생존력을 키우기 위한 자발적인 노력이 필요하다. 금융권에 위기가 닥쳤을 때 다시 정부 지원에 대한 암묵적 믿음을 갖는 대신 스스로 대응할 수 있는 능력을 제고해야 한다.
금융 시스템상 특정 부문으로 위험이 과도하게 집중되지 않도록 당국이 리스크 관리 체계를 정비하는 것도 중요하다. 정부의 지원을 기대하고 위험을 키운 금융사에 대해 책임을 묻고, 고위험 사업에 대한 대응 체계를 마련하도록 감독을 강화하는 것도 필요하다. 이복현 금융감독원장은 “단기성과에만 집착해 시장 상황 변화에 대비한 선제적 리스크 관리를 소홀히 한 금융기관에 대해서는 필요한 조치를 병행해 도덕적 해이를 막겠다”며 “지나친 수익성 일변도 영업에 따른 부작용을 예방하겠다”고 말했다. 또 다른 위기가 왔을 때 국내 금융권이 더 나은 대응력을 가질 수 있도록 금융당국과 금융사의 노력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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