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멘트·철강·자동차 등 벌써 1조원 사라졌다

원성열 기자 입력 2022. 12. 1. 1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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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물연대 파업 일주일…산업계 피해 급속 확산
철강 60만톤 발 묶여 7800억 손실
자동차·조선 등 연관산업 많아 심각
다음 주부터 공장 가동 중단 본격화
완성차 탁송 못해 ‘로드 탁송’ 대체
수도권 주유소선 휘발유 품절 사태도
화물연대 파업이 일주일 째 이어지면서 정유, 철강, 시멘트, 자동차 업계의 피해가 커지고 있다. 30일 서울 시내 한 주유소 유가 표시판에 휘발유 품절 안내문이 붙어있다. 사진 | 뉴시스
화물연대 파업이 일주일째 이어지면서 산업계 피해가 급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정유, 철강, 시멘트, 자동차 업계의 피해는 벌써 1조 원을 넘어선 것으로 추산되고 있다.

정부는 29일 집단 운송 거부(총파업)에 돌입한 화물연대를 상대로 ‘업무개시명령’을 발동했다. 피해 규모가 큰 시멘트 분야(하루 약 180억 원 손실) 운송사업자·운수종사자 2500여 명이 우선적 대상이다. 하지만 화물연대는 “정부의 업무개시명령에 굴하지 않고 투쟁을 이어갈 것”이라며 “가처분 신청 등 법적 대응에 나서겠다”고 정면으로 반발하고 있어 피해 규모는 더욱 커질 전망이다. ●철강업계 손실 7800억 원

국내 철강업체들이 하루 10만톤 가량의 철강재를 출하하지 못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30일 업계에 따르면 포스코, 현대제철, 동국제강 등 국내 철강 3사에서 하루 9만7000t의 출하 차질이 빚어지고 있다. 한국철강협회는 “화물연대 파업 이후 29일까지 제품 총 60만톤을 출하하지 못해 약 7800억 원의 매출 이연 손실이 났다”고 밝혔다.

이들 소재가 국내 조선, 가전, 자동차 등 산업계 전반에 공급된다는 점을 감안하면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 국내 철강사들은 현대중공업, 대우조선해양, 삼성중공업 등 국내 조선사들에게는 조선용 후판을 공급한다. 현대차, 기아 등 완성차 업체들에게는 자동차 강판을, 삼성전자, LG전자 등 가전업체들에게는 가전용 강판인 냉연강판을 공급한다. 또 건설사들에게는 철근, H형강 등 건설용 철강재를 공급한다. 철강재 출하가 막히면서 이들에게 공급되는 물량도 중단된 상황이며, 철강 수요 업체들은 그동안 확보한 재고로 버티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전문가들은 이번주 내에 파업이 해결되지 않으면 내주부터 공장 가동 중단 등 피해가 본격화할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자동차 업계 비상, 완성차 로드 탁송 자동차업계도 신차를 출고하지 못해 비상이 걸렸다. 화물연대 파업으로 완성차를 나르는 탁송차량(카 캐리어)을 구할 수 없는 상태다. 때문에 신차를 배송센터 직원이 직접 운전해서 고객에게 전달하는 로드탁송을 전국으로 확대하기로 했다. 로드탁송을 시행하지 않으면 공장에 차량이 계속 쌓여, 공간 부족으로 자칫 생산 작업도 지연될 수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신차 구입 고객들은 수십km를 운전한 차를 받게 되는 셈이다. 불만이 커질 수밖에 없다. 때문에 울산공장과 광주공장으로 가서 직접 차를 수령하는 고객도 일부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에 현대차그룹은 로드탁송으로 신차를 받는 고객에게 품질보증 주행거리를 2000km 연장해주는 등 고객 불만을 최소화하기 위해 애쓰고 있다. 현대차 울산공장과 기아 광주공장에선 생산 차량을 인근 출고센터까지 탁송하는 아르바이트생도 모집 중이다.

한국GM, 쌍용차, 르노코리아의 상황은 그나마 나은 편이다. 한국GM의 경우 생산량이 적은 상황이다 보니 완성된 차를 출고하는데 지장이 없다. 쌍용차나 르노코리아의 경우 이용하는 협력업체는 화물연대 소속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한편 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으로 자동차 업계는 5400대의 생산차질과 2571억 원의 손실을 입었다.

●정유업계 누적피해 1300억 원

정유업계의 피해도 본격화하고 있다. 서울 수도권 지역에서 화물연대 파업 이후 기름을 공급받지 못한 주유소들이 휘발유 품절 안내문을 잇따라 내걸고 있는 상황이다. 한국석유화학협회는 28일 이후 누적 피해가 1300억 원을 넘어섰다고 밝혔다.

한국주유소협회 관계자는 “석유 제품 판매량이 많거나, 재고 회전율이 높은 주유소는 지금부터 품절되고 있다”며 “저유소에서 나오는 비조합원의 운송도 방해를 받고 있다. 조합원들의 방해로 비조합원의 운송률이 25% 밖에 되지 않는다”고 말했다. SK에너지·GS칼텍스·에쓰오일·현대오일뱅크 등 4대 정유사 탱크로리 차량의 70∼80%를 화물연대 조합원들이 운행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파업에 참여하는 조합원 비중이 높은 데다 조합원들의 운송 방해가 이어지며 정유업계는 지난 6월 화물연대 파업 때와는 비교가 되지 않을 정도로 피해가 커질 수 있다는 지적이다.

산업부는 29일 기준 전국 주유소의 재고가 휘발유는 8일분, 경유는 10일분 가량인 것으로 파악하고 있으며, 수송 차질이 우려되는 경우 화물연대 미가입 차량 등을 활용한 비상수송체계를 가동할 예정이다.

원성열 기자 sereno@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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