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차 노조 손배책임 대법 판결, 노란봉투법 정당성과 연결은 무리 [핫이슈]

김인수 기자(ecokis@mk.co.kr) 2022. 12. 1. 09:33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서울 서초구 대법원 모습.
어제 쌍용자동차 노조에 대한 경찰의 손해배상 청구를 받아들이지 않는다는 취지의 대법원 판결이 나오자 이른바 ‘노란봉투법’ 이 정당하다는 것을 보여준 판례라는 주장이 나오는데 오해다. 이번 대법원 판결은 생명과 신체를 위협받는 상황을 피하기 위한 정당방위라면 손해배상 책임을 면할 수 있다는 취지다. 반면 노란봉투법은 노조가 불법 행위로 회사에 손해를 끼친다고 해도 손해배상 책임을 면한다는 내용의 법안이다. 노조원의 생명과 신체의 안전을 위협하는 행위가 없었다고 해도, 노조의 행위가 정당방위가 아니라고 해도 손해배상 책임을 면하게 하자는 것이다. 그러므로 이번 대법원 판결을 노란봉투법의 정당성과 연결 짓는 건 무리다.

대법원 판결에 따르면 2009년 경찰은 쌍용차 노조의 점거 파업을 진압하기 위해 헬기와 기중기를 동원했다. 헬기를 이용해 다량의 최루액을 살포했다. 헬기로 제자리 비행을 하며 조합원들을 향해 강력한 헬기 하강풍을 일으켜 노조원들을 위협했다. 노조는 이에 대응해 새총으로 헬기를 향해 볼트를 쐈고 헬기 3대가 손상을 입었다. 이를 이유로 경찰은 노조에 손해배상을 청구했고 1심과 2심에서 10억 원이 넘는 배상 판결을 받아냈다.

그러나 대법원은 경찰의 진압 행위가 위법하다고 봤다. “의도적으로 헬기를 낮은 고도에서 제자리 비행하여 옥외에서 농성 중인 사람을 상대로 직접 그 하강풍에 노출시키는 것은 경찰장비를 통상의 용법과 달리 사용함으로써 타인의 생명과 신체에 위해를 주는 행위라고 볼 수 있다”고 했다. 최루액 살포액 역시 “법령에서 정한 발사 장치를 통해 사용되어야 하고 헬기를 이용하여 공중에서 살포할 수 있다는 규정은 없다”라고 했다.

결론적으로 대법원은 “헬기를 위와 같은 방법으로 사용하여 불법적인 농성을 진압하는 것은 경찰장비를 위법하게 사용함으로써 적법한 직무수행의 범위를 벗어났다고 볼 여지가 있고, 따라서 그에 대항하는 과정에 이루어진 피고들의 헬기 손상 행위는 정당방위에 해당할 여지가 있다”고 판시했다. 대법원은 사건을 2심으로 돌려보내 정당방위 성립 여부에 관해 심리하고 그 결과에 따라 손해배상 책임 인정 여부를 다시 판단하라고 했다.

다시 말해 이번 판결은 불법 집회·시위라고 해도 이를 과잉 진압하는 것은 정당화될 수 없다는 점을 명확히 하고 과잉진압에 대한 대응 행위가 사회통념상 용인되는 범위 내라면 위법성이 조각될 수 있다는 점을 확인했다는 데 의의가 있다. 불법 파업을 해도 손해배상 책임을 지지 않는다는 뜻이 아니다. 대법원 역시 “판결의 의미를 과잉진압행위에 대한 모든 대응 행위에 불법행위가 성립되지 않는다는 의미로 확대해석을 해서는 안 되고, 과잉진압에 대한 대응 행위라도 위법성 조각사유를 충족하지 못하는 경우에는 불법행위가 성립할 수 있음을 유의할 필요가 있다”고 과잉해석을 경계했다.

김인수 논설위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