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방역완화’ 요구의 진화 … ‘백지혁명’ 시진핑을 시험대 올리다[Global Focus]

박준우 기자 2022. 12. 1. 09:2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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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1월 29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서던캘리포니아대(USC) 로스앤젤레스에서 열린 중국 우루무치 화재 사고 희생자들을 기리는 촛불집회에서 한 시위자가 중국 방역요원을 조롱하는 의미에서 흰색 방호복을 착용한 채 확성기를 통해 반중 구호를 외치고 있다. AFP 연합뉴스
미국 캘리포니아주립대 어바인에서 11월 29일 학생들이 중국 ‘백지 혁명’의 상징인 백지를 들고 중국 정부의 방역 정책 완화를 요구하는 촛불시위를 하고 있다. AFP 연합뉴스

■ Global Focus - 중국 당국, ‘백지혁명’ 탄압 본격화

우루무치 희생자 추모성격 시위

50여 개 대학 등으로 확산되자

정부 휴교령 등 통해 통제 나서

휴대폰 검열에 귀가 · 귀향 종용

트위터선 ‘시위대 실종설’ 퍼져

시진핑 최대업적 꼽은 제로 코로나

포기 못해 강경진압 지속될 듯

베이징 = 박준우 특파원 jwrepublic@munhwa.com

지난 11월 27일 밤 중국 베이징(北京)시 량마차오(亮馬橋) 인근. 손에 백지를 든 시위대가 인도 한쪽에 모여 코로나19에 대한 당국의 과도한 규제를 규탄하고 있었다. 시위 중 한 남성이 마이크를 든 뒤 사람들을 향해 외쳤다. “방금 소식을 들었습니다. 당국이 (우리에게) 외국 세력의 책동을 받은 사람들이라고 하는데요. 여러분 혹시 역외 세력(중국을 공격하는 세력)이거나 지시받은 분 계십니까?” 추운 날씨에 떨고 있던 사람들 사이에 잠깐 폭소가 터졌다. 누군가가 “마르크스와 레닌을 지지한다!”고 큰 소리로 응수했다. 이날 베이징 시위는 큰 소동 없이 끝났지만 이후 대학들이 휴교령을 내리고 거리 검문검색도 한층 강화됐다. 중국 당국은 ‘외세의 개입과 선동’이라고 주장하며 탄압을 예고했다.

◇‘백지 혁명’ 시위 이후 강화된 단속·검문 = 11월 30일 오전 량마차오 일대는 검문검색이 한층 강화된 인상이었다. 사실상 준봉쇄 조치로 상점들은 대부분 닫혀 있었고 사람은 거의 다니지 않아 을씨년스러운 분위기가 이어지고 있었다. 한 외국공관 관계자는 “원래 외국공관 밀집지역이라 곳곳에 공안(경찰)이 많았는데 더 많아진 느낌”이라며 “어차피 봉쇄로 점심 먹으러 나갈 곳도 없어 크게 신경 쓰진 않는다”고 말했다. 학내 시위가 발생했던 베이징대와 칭화(淸華)대 등은 휴교령과 함께 아예 학생들의 귀가·귀향을 종용하고 나서는 분위기도 감지되고 있다.

본격적인 색출 작업도 시작됐다. 후베이(湖北)성 우한(武漢)에 거주하는 대학생 왕(王) 씨는 최근 시위 현장 동영상을 자신에게 공유해줬던 여자친구가 소식이 끊겼으며, 현재 공안 건물에 구류 중인 것으로 추정된다고 주장했다. 우한 외에도 중국 곳곳에서 시위 참가자들이 공안에 불려갔다거나 실종됐다는 주장이 트위터 등을 통해 나오고 있다. 광둥(廣東)성 광저우(廣州)에선 방패와 진압봉을 든 공안과 방역요원들이 시위 참가자들을 색출하는 영상이 SNS에 공유됐다. 광저우에서는 임시 휴업과 휴교로 학교와 직장을 떠나는 이들로 북새통을 이루는 가운데 한밤중 시위가 이어졌지만 구심점 없이 산발적으로 진행됐다는 평을 받는다. 로이터 통신은 광저우 일부 지역에서 벌어진 시위에서 공안이 최루탄을 사용한 것으로 보인다고 보도하기도 했다.

◇‘방역 완화’ 요구가 반정부 성격의 ‘백지 혁명’으로 변모하나 = 이번 시위의 촉발점은 11월 24일 신장(新疆)위구르 자치구의 주도 우루무치(烏魯木齊)에서 발생한 화재 사건이다. 봉쇄로 갇혀 있던 주민 10여 명이 사망했는데, ‘제로 코로나’ 정책에 따른 엄격한 봉쇄로 암 환자나 어린이들이 사망한 사례들이 차곡차곡 쌓였다가 이번 사건으로 폭발했다. 봉쇄로 일상생활뿐 아니라 의식주까지 위협받게 된 상황에서 2022 카타르월드컵 중계를 통해 마스크를 착용하지 않는 외국 사례를 확인하면서 중국인들의 상대적 열패감이 더 커졌다는 분석도 나온다. 이런 상황에서 방역 완화 요구에 대한 중국 당국의 탄압이 심화하자 시위 성격도 바뀌고 있다. 우루무치 화재 사고 희생자들을 추모하는 성격이었던 시위가 11월 27일 새벽부터 방역 정책을 규탄하는 반정부 시위 성격으로 변모하기 시작했다. 시위대는 ‘시진핑(習近平)은 물러나라’ ‘우리가 원하는 건 민주주의와 자유’ 등 구호를 외치기 시작했다. 50여 개 대학에서도 시위가 있었고, 중국 당국에 대한 항의를 뜻하는 ‘백지’를 든 1인 시위도 곳곳에서 벌어졌다. 공안 역시 차량을 수십 대 배치하고, 무장 공안까지 투입하며 ‘근절’ 의지를 강하게 내비치면서 일촉즉발의 분위기도 포착되고 있다. 특히 장쑤(江蘇)성 쉬저우(徐州) 도심에서 장갑차까지 목격되면서 군 투입 가능성에 대한 우려도 커지고 있다. 1989년 유혈 상황을 낳은 톈안먼(天安門) 사태 재연 가능성까지 제기되면서 중국 사회의 불안감은 증폭되고 있다.

◇‘제로 코로나’ 포기 어려운 中…시진핑 3기 체제 시험대 = 문제는 중국인들의 반발에도 불구, 시진핑 국가주석과 공산당이 ‘제로 코로나’를 포기하기 어렵다는 데 있다. 지난 10월 당 대회를 통해 3연임에 성공, 사실상 ‘1인 독재체제’를 구축한 시 주석의 최대 업적으로 홍보한 정책이 바로 ‘제로 코로나’이기 때문이다. 중국 당국이 시위에 강경 진압으로 대응할 것이라는 전망이 지배적인 이유다.

다만, 이번 시위로 중국의 전면적 봉쇄 정책은 더 이상 유지하기 어렵다는 관측이 제기된다. 각 지방 단위에서 자의적으로 결정하는 ‘불법 봉쇄’ 조치에 대한 근절 움직임도 예상된다. 시 주석으로서는 3기 체제 출범 직후 터져 나온 시위에 대해 단기적으로는 강경 진압하되, 장기적으로는 경기 부양 등의 방식으로 주민들의 불만을 가라앉히려는 시도를 할 것이라는 분석이다. 전병서 중국경제금융연구소장도 문화일보와의 전화 통화에서 “도시 전면 봉쇄는 이제 불가능해졌으며, 대신 공산당은 경기 부양과 백신 접종을 가속화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이번 시위가 단기간에 끝날 것이고 크게 퍼지지는 못할 거라는 전망도 나온다. 미국 노터데임대의 빅토리아 틴 보르 후이 교수는 “시위가 산발적이면서 조직화하지 못하고 있다”면서 “특히 코로나19 방역이 공산당의 감시능력을 향상시킨 가운데, 갈등은 더 커지겠지만 폭발 여부는 알 수 없다”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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