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월드컵 탈락’ 환호한 반정부 시위 남성, 보안군에 사살됐다

김가연 기자 2022. 12. 1. 08: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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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달 29일 오후(현지시각) 카타르 도하 앗수마마 스타디움에서 열린 2022 카타르 월드컵 B조 조별리그 3차전 이란과 미국의 경기. 이란 관중석에서 일부 관중이 '마흐사 아미니' 이름 피켓을 들고 있다. /연합뉴스

반정부 시위가 벌어지는 이란에서 한 남성이 자국의 월드컵 탈락을 축하했다가 보안군의 총에 맞아 숨지는 끔찍한 사건이 벌어졌다.

지난달 30일(이하 현지시각) 영국 가디언에 따르면, 이란 인권단체 이란휴먼라이츠(IHR)는 27세의 남성 메흐란 사마크(Mehran Samak)가 테헤란 북서쪽 카스피해 연안 도시 반다르에안잘리에서 보안군의 총에 맞아 사망했다고 밝혔다.

사건은 지난달 29일 2022 카타르 월드컵 B조 조별리그 3차전 미국과의 경기에서 이란이 패배한 직후 발생했다. 사마크가 자동차 경적을 울리며 이란의 16강 진출 실패를 축하하자, 보안군이 그를 향해 총을 쏜 것이다.

노르웨이 오슬로에 본부를 둔 IHR은 “사마크가 보안군의 직접적인 표적이 됐다”면서 “그는 머리에 총을 맞았다”고 전했다. 뉴욕에 본부를 둔 이란인권센터(CHRI)도 사마크가 축하 행사를 하던 중 보안군에 의해 살해됐다고 보고했다.

이번 월드컵에 출전한 이란 축구 대표팀의 미드필더 사에이드 에자톨라히는 자신의 인스타그램을 통해 사마크를 애도했다. 에자톨라히는 사마크와 어린시절 친구였다면서 청소년 축구팀에서 그와 함께 찍었던 사진을 올렸다.

에자톨라히는 “어젯밤 쓰라린 패배 후 네가 죽었다는 소식에 내 가슴이 불타는 것 같았다”고 말했다. 그는 사마크의 사망에 대한 자세한 사항은 언급하지는 않았으나 “언젠가는 가면이 벗겨져 진실이 드러날 것”이라고 했다.

가디언은 CHRI가 테헤란에서 열린 사마크의 장례식에서 찍은 영상을 공개했다고 전했다. 해당 영상에는 “독재자에게 죽음을”이라고 외치는 장례식 참석자들의 목소리가 담긴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반정부 시위대가 아야톨라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지도자를 겨냥해 외치는 구호다.

이란의 월드컵 탈락을 축하한 건 사마크뿐만이 아니다. 같은 날 반정부 시위가 벌어진 이란 도시 곳곳에서 시위대가 폭죽을 터뜨리고 자동차 경적을 울리며 환호한 것으로 알려졌다. AFP통신은 “이란 대표팀은 시위 이후 정부와 대중 사이에서 압박을 겪어왔다”며 “일부 이란인들은 상대팀을 응원하기까지 했다”고 전했다.

이란에서는 지난 9월 22세 여성 마흐사 아미니의 의문사 이후 세달 째 반정부 시위가 이어지고 있다. IHR은 보안군이 시위를 진압하는 과정에서 18세 미만 어린이 60명과 여성 29명을 포함해 최소 448명의 사상자가 발생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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