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데리러 올게" 명동 골목길에 딸 버린 엄마, 선처된 이유

유영규 기자 2022. 12. 1. 08: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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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8월 어느 날 늦은 저녁 한 40대 외국인 여성이 서울 명동의 어두운 골목길로 들어섰습니다.

이 여성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품에 안고 있던 자신의 세 살배기 딸을 바닥에 내려놨습니다.

이 여성은 "여기 그대로 있어. 움직이지 말고 있어. 엄마가 데리러 올게"라고 말한 뒤 황급히 뒤돌아 골목을 벗어났습니다.

재판부는 또 범행 당시 이 여성의 상태가 정상적이지 않았고, 친언니가 양육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다짐한 점도 고려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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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8월 어느 날 늦은 저녁 한 40대 외국인 여성이 서울 명동의 어두운 골목길로 들어섰습니다.

이 여성은 주위를 두리번거리더니 품에 안고 있던 자신의 세 살배기 딸을 바닥에 내려놨습니다.

이 여성은 "여기 그대로 있어. 움직이지 말고 있어. 엄마가 데리러 올게"라고 말한 뒤 황급히 뒤돌아 골목을 벗어났습니다.

그 길로 도망친 이 여성은 아이에게 돌아오지 않았습니다.

행인의 신고로 이 아이는 1시간 만에 아동복지센터에 인계됐고 딸을 길에 버린 이 여성은 아동복지법 위반(아동 유기·방임)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습니다.

오늘(1일) 법조계에 따르면 서울중앙지법 형사17단독 허정인 판사는 약 2개월간 사건을 심리했습니다.

한국어를 잘 구사하지 못하는 그에게 통역인을 붙이고, 별도로 조사관을 보내 사정을 자세히 살폈습니다.

조사 결과에 따르면 이 여성의 사실혼 배우자는 2019년 출산 직후부터 도박에 돈을 탕진했습니다.

생활비를 주지 않고 "애는 알아서 키우라"며 모녀를 방임했습니다.

더구나 상습적으로 폭행하기도 했습니다.

소득이 없던 이 여성은 가족의 도움으로 아이를 양육했습니다.

그런데 올해 4월 부친이 뇌출혈을 일으키면서 경제적 도움마저 끊겼습니다.

아이는 자라 어린이집에 보내야 할 나이가 됐고, 급기야 딸을 버리기로 마음먹었습니다.


재판부는 "피고인이 야간에 만 3세 남짓 된 피해 아동을 골목길에 내버려 두고 가버린 것은 비난받아 마땅하다"고 꾸짖었습니다.

다만 직접 조사한 여러 사정을 고려해 벌금 500만 원에 처하고, 아동학대 치료 프로그램을 이수하도록 했습니다.

취업 제한은 면제했습니다.

재판부는 "사안 자체는 엄정하지만, 이로 인해 피고인이 강제퇴거돼 피해 아동과 떨어져 지내게 하는 것은 부당하다"고 판결했습니다.

금고 이상의 형을 선고받은 외국인은 출입국관리법에 따른 강제 퇴거 대상이 되기 때문입니다.

재판부는 또 범행 당시 이 여성의 상태가 정상적이지 않았고, 친언니가 양육을 적극적으로 돕겠다고 다짐한 점도 고려했습니다.

이 여성은 구속기소 됐다가 벌금형이 선고되면서 풀려났습니다.

3년을 구형했던 검사도 항소하지 않았습니다.

판결은 그대로 확정됐고 이 여성은 다시 딸과 함께 살 수 있게 됐습니다.

(사진=서울고등법원 제공, 연합뉴스)

유영규 기자sbsnewmedia@s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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