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론광장] 가지 않는 길
1899년 아인슈타인이 스위스 취리히 국립공과대학을 다니던 시절, 그의 지도교수 수학자 민코프스키와 평소 틈이 나면 과학·철학·삶의 문제에 대해 논하곤 했다. 한번은 아인슈타인이 민코프스키에게 "어떻게 하면 과학계에서, 혹은 제 인생의 길에서 빛나는 발자취를 남길 수 있을까요?"라고 물었다.
사흘 후 그는 아인슈타인을 불러 흥분된 어조로 말했다. "자네가 그날 한 질문에 대한 답을 찾아냈네."
그러면서 민코프스키는 아인슈타인을 어느 건설 현장으로 데리고 가더니 인부들이 막 발라놓은 시멘트 바닥을 밟았다. 공사장 인부들의 고함을 질러댔다. 당황한 아인슈타인은 "선생님, 혹시 엉뚱한 길로 들어오신 것 아닙니까?"라고 말했다.
민코프스키는 "그래, 맞네. 잘못된 길이야! 이렇게 '잘못된 길'만이 족적을 남길 수 있는 거야. 아직 단단하게 굳지 않은 땅, 즉 새로운 분야로 가야만 깊은 발자국을 남길 수 있다네. 이미 단단하게 굳은 땅, 그러니까 많은 사람이 수없이 거쳐 갔던 곳에는 발자국이 찍히지 않지"라고 말했다. 그 뒤로 아인슈타인은 한눈팔지 않고 연구에 매진하는 계기가 됐고, 그것이 자신의 모든 것을 바꿔 놓았다고 한다.
얼마 전 뉴스에서 2022 카타르 월드컵 오프사이드를 판정하는 AI 시스템을 처음으로 도입하겠다고 했다. 이는 2018 러시아 월드컵에서 사용됐던 VAR에 비해 평균 결정 시간을 70초에서 25초로 줄일 수 있을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이는 그간 오프사이드를 보았던 감독의 일자리를 AI가 차지하게 된 것이다. 기술발전에 따라 빠르게 직업군의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 4차 산업혁명의 핵심기술이 상품과 서비스 분야로 산업화하고, IT보안전문가는 핀테크보안전문가, 자율주행 보안전문가 등으로 기존 직업이 전문화 세분화 되고, 금융과 IT 지식이 융복합해 핀테크 전문가, 의료와 빅데이터 등의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 미국 노동시장에서도 일자리의 47%는 향후 10-20년 사이 컴퓨터 자동화에 의해 대체가능성이 높은 고위험군에 속한다고 한다. 우리나라도 미국과 다르지 않고, 전체 일자리의 55-57%가 컴퓨터로 대체될 확률 높은 고위험군으로 예측된다고 한다. 게다가 코로나를 겪으면서 재택근무로 인한 컴퓨터 활용시간이 증가하고, 근무환경이 달라졌고, 4차산업의 급격한 변화 또한 사회적으로 직업에 대한 인식이 달라지고 있으며, 직업군 또한 다양하고 새로운 일자리들이 창출되고 있는 현상이다. 학생들의 선택 또한 시대적인 환경과 인식에 많은 영향을 받을 것으로 생각한다.
고등학교 3학년이 수학능력시험을 마치고 어느 대학으로 진로를 선택할 것인지, 어느 과를 선택해야 미래 가야 할 직업으로 연결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많으리라 생각한다. 수능시험의 결과는 한 사람의 인생 경로를 바꿔 놓을 수 있는 영향력이 커다란 나침반이 되곤 하기 때문이다.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는 길'이라는 시에는 '오랜 세월이 지난 후 어디에선가/ 나는 한숨지으며 이야기할 것입니다/ 숲속에 두 갈래 길이 있었고, 나는 -/ 사람들이 적게 간 길을 택했다고'라는 구절이 있다.
어느 방송에서 웹툰 '신과 함께'를 그렸던 주호민 작가가 출연을 했는데, 그도 재수를 하고도 원하는 대학에 들어가지 못했다고 한다. 그러나 어릴 때부터 만화 그리기에 재주가 있었던 것을 알았던 어머니의 권유로 직업전문학교의 애니메이션과를 선택해 지금의 명성을 듣고 있다고 했다.
줄을 서는 대박 난 맛집의 비결은 수많은 시행 착오의 반복 속에서 만들어진 비법과 궁합의 맛에 매료된 손님들로 장사진을 이루게 되는 것이다. 산삼을 캐는 사람들 또한 남들이 가지 않는 깊은 벼랑 길이나 험한 산속을 다니다 대물을 만난다고 한다.
수험생들이 원하는 대학, 원하는 학과에 진학해 성공한 사람들처럼 고속도로를 막힘 없이 달린다면 참으로 좋은 경사가 될 것이다.
그러나 이 시대, 특히 미래 세대에겐 하나의 직업이 평생직업이 된다는 보장이 없다고 하는 미래에 어느 길을 가든 선택에 대해서 실망하지 말고, 새로운 길을 개척해 보는 유연성 있는 마음으로 선택한 선택지에 최선을 다한다면 언젠가 활짝 웃는 날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미래는 수험생 여러분에게 모두 열려있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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