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 열혈 기자가 와인스틴을 파헤쳤다…‘미투’가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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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아일랜드의 어느 영화 촬영 현장.
탐사보도팀의 또 다른 기자 조디 캔터(조 카잔)는 직장 내 성희롱 문제를 주목하던 중 할리우드에 만연한 성비리와 핵심 인물 하비 와인스틴에 대해 조사하기로 한다.
30일 개봉한 <그녀가 말했다> 는 두 기자가 짝을 이뤄 와인스틴의 성추문을 파헤치는 과정을 담은 실화 영화다. 그녀가>
와인스틴은 막강한 지위를 이용해 배우부터 스태프까지 수많은 여성에게 성폭력을 저질렀지만, 누구 하나 문제 제기를 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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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2년 아일랜드의 어느 영화 촬영 현장. 한 젊은 여성 스태프가 호기심 가득한 눈으로 처음 현장에 합류한다. 얼마 뒤 그 여성이 숨 가쁘게 달리며 도망치는 장면이 이어진다. 클로즈업한 그의 얼굴은 겁에 잔뜩 질려 있다.
다음 장면은 2016년 미국 뉴욕. <뉴욕 타임스> 탐사보도팀 기자 메건 투히(케리 멀리건)는 도널드 트럼프 당시 대선 후보의 성범죄 의혹을 보도하지만, 되레 트럼프 지지자들의 협박에 시달리고, 트럼프는 끝내 당선되고 만다. 탐사보도팀의 또 다른 기자 조디 캔터(조 카잔)는 직장 내 성희롱 문제를 주목하던 중 할리우드에 만연한 성비리와 핵심 인물 하비 와인스틴에 대해 조사하기로 한다. 와인스틴은 오스카 작품상만 여섯차례나 받은 거물 제작자. 접촉한 이들마다 답변을 거부하면서 캔터는 큰 벽에 부닥친다.
30일 개봉한 <그녀가 말했다>는 두 기자가 짝을 이뤄 와인스틴의 성추문을 파헤치는 과정을 담은 실화 영화다. 널리 알려진 것처럼 해당 보도 이후 전세계적으로 ‘미투’ 운동이 확산됐고, 두 기자는 퓰리처상을 받았다. 둘은 3년간의 취재, 수백건의 인터뷰 과정과 그 이면의 이야기를 책 <그녀가 말했다>에 담았다. 이를 원작 삼아 같은 제목의 극영화로 만든 것이 이번에 관객과 만나게 된 것이다.
투히와 캔터는 여러 피해자들을 찾아내지만, 그들은 입을 굳게 다문다. 비보도를 전제로 들은 얘기는 충격적이다. 와인스틴은 막강한 지위를 이용해 배우부터 스태프까지 수많은 여성에게 성폭력을 저질렀지만, 누구 하나 문제 제기를 하지 못했다. 배우들은 설 자리를 잃을까봐 침묵했고, 스태프들은 어쩔 수 없이 쓴 합의서의 비밀 유지 조항에 발목이 잡혔다.
두 기자는 “과거에 겪은 일을 바꿀 순 없지만, 다른 피해자가 나오는 건 막을 수 있을지도 모른다” “제2, 제3의 하비가 수없이 많다”며 끈질기게 피해자들을 설득한다. 그들이 포기하지 않은 건 자신의 딸들 때문이기도 하다. 산후우울증과 싸우며 딸을 키우는 투히와 일과 육아를 병행해야 하는 캔터는 서로 연대감을 느끼며 투지를 다진다. 결국 유일하게 합의서를 쓰지 않았던 피해자가 증언을 결심하고, 피해 배우 애슐리 저드가 실명 보도를 허락하면서 급물살을 탄다. 실제로 2017년 직접 폭로했던 저드가 본인 역할을 연기했다.
제작진은 두 가지 원칙을 정했다고 한다. 가해자 와인스틴을 등장시키지 않을 것, 여성에 대한 신체적 공격을 묘사하지 않을 것. 실제로 와인스틴은 녹취와 전화 속 목소리, 뒷모습으로만 나온다. 또 성폭력은 영상이 아니라 피해자 목소리나 언어로만 전달된다. 영국 신문 <더 타임스>는 “마리아 슈라더 감독은 선정주의나 쉬운 길 대신 연출에 있어 거의 완벽한 선택을 했다”고 평했다.
<그녀가 말했다>는 작은 팩트, 실명 하나를 기사에 넣기 위해 갖은 노력을 다하는 저널리즘에 대한 기록이기도 하다. 이런 면에서 가톨릭 사제의 아동 성추행 사건을 파헤친 <보스턴 글로브> 탐사보도팀 실화를 담아 오스카 작품상을 받은 <스포트라이트>(2016)와 견줄 만하다. 한땀 한땀 사력을 다한 기사가 마우스 클릭 한번으로 온라인상에 발행되는 순간, 관객들도 바람직한 저널리즘의 가치를 절감하게 된다. 보도 이후 와인스틴은 23년형을 선고받고 감옥에 갇혔고, 우리나라를 비롯해 전세계에서 벌어진 ‘미투’ 운동으로 수많은 ‘하비’들이 드러났다.
서정민 기자 westmin@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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